어릴 때부터 해온 음악으로 유학도 하고 유럽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도 했다. 지금은 후진 양성과 공연 기획 등 음악을 이용한 여러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인생의 후반에 접어들어서는 케냐의 빈민가에서 지라니합창단을, 인도에서는 바나나어린이합창단을 창단했다. 나만이 아닌 다른 이의…
간혹 삶의 무게에 치인 친구들을 만나면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자탄을 들을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인지능력을 가진 서너 살 때부터 하기 시작했다. 남달리 조숙해서 그랬던 건 물론 아니다. 돌 무렵, 당시 수십만 명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소아마비에 …
세상은 한 가지로 통해 있다. 보인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이해하게 된다. 요즘 나는 사찰음식을 강의하면서 세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떤 생물이든 세포가 있어서 생명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신체의 일부이지만, 세포의 활동에 의해 삶과 죽음이 갈라진다. 어차피 죽음…
내겐 죽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내 자신의 묘비명을 쓰는 일이다. 묘비명이란 묘비에 새긴 명문(銘文)이나 시문(詩文)을 말한다. 생전에 고인이 추구했던 인생철학을 묘비에 새겨 추모하는 글이다. 비유하자면 묘비명은 산 자들이 죽은 자에게 주는 인생성적표다. 아름다운 삶을 …
작년 봄, 남편이 십 년째 살고 있던 집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오랜 시간 정도 들었고, 새로 집을 짓는다는 일은 상당한 부담이었기에 큰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에 일을 벌이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렇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공사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나는 연애시절부터 강화도를 자주 다녔다. 신화와 역사의 현장이 많아서 가볼 만한 곳이다. 마니산과 삼랑성처럼 단군신화가 서린 유적도 있고, 몽골의 침략으로 도읍을 옮겼을 때의 궁터와 왕릉 등 고려 유적, 조선왕조실록 사고(史庫)와 돈대(墩臺) 등 조선시대의 유적도 많다. 그래서 승용차…
죽기 전에, 마법을 배우고 싶다. 고도의 심리적, 과학적 장치를 활용한 TV쇼에 나오는 마술이 아니라 진짜 마법을 배우고 싶다. 마법을 배우고 나면 내 유년으로 초대장을 보낼 것이다.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어떤 손님들’을 초대할 것이다. ‘어떤 개구리들’과 ‘어떤 사슴벌레들’과…
버킷 리스트는 죽는다는 의미의 속어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유래했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부제처럼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적어도, 바라는 것들을 가득 모아 놓는 위…
‘이렇게 해봐야지’, ‘이런 것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늘 있지만 딱히 버킷리스트를 정해본 적은 없다. 나는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첫째, 달에 가서 지구 보기.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 그림 감상이다 보니 늘 많은 작품을 대하게 된다. 그리고 작품에 빠질 때마다 자연스…
우리 인간은 타고난 교감의 동물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교감에 참여할 수 있는 자연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자연 그대로의 사람은 사람과 동물, 식물 사이에서 존중이라는 자연의 교감을 했다. 나아가 사람과 사물의 교감까지 인정하고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 왔다. 하지만 언제부터…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실 때의 일이다. 마지막 이별을 하기 전에 “엄마,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라고 했더니, 이미 의식을 잃은 그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더 빨리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하는 몇 년 동안 …
지난 금요일에 네 살배기 아들의 참관 수업이 있었다. 햇살 가득한 화창한 날씨가 웅크린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날이었다. 수업을 핑계로 오후 일정도 비워놨겠다, 오랜만에 세 가족이 다 같이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길을 나서니 차는 막히지, 배는 고프지, 아이는 곯아떨어져 일…
지난 금요일에 네 살배기 아들의 참관 수업이 있었다. 햇살 가득한 화창한 날씨가 웅크린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날이었다. 수업을 핑계로 오후 일정도 비워놨겠다, 오랜만에 세 가족이 다 같이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길을 나서니 차는 막히지, 배는 고프지, 아이는 곯아떨어져 일…
작고하신 주영광 선생님(1954년 스위스 월드컵 한국 대표)의 분데스리가 해설을 감명 깊게 듣던 유년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나 역시 축구해설가로 마이크 앞에 선 지 벌써 10년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즐긴 평생의 취미가 직업이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 물론 그동안 보…
홍콩에서 만난 친구가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그는 명성을 얻은 학자였건만 어느 날 교수직을 집어던졌고 아파트도 처분했다. 그 대신 그는 부인과 함께 매사를 하느님에게 묻는다고 했다. “어찌해야 하옵니까?” 그분의 소리가 들리면 천주교 신자인 그는 지체 없이 그 뜻을 따른다. 한국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