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자면, 죽기 전에 굳이 하고 싶은 것이 나에게는 없다. 그것은 하고 싶은 일은 늘 하면서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가?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하고, 그래도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면 비로소 실행한다고 했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귀화한 그가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당선 순위에서 벗어나면서 국회 입성은 실패했다. 당선권이었다면 귀화 한국인으로선 최초의 국회의원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그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대한민국 공기업 최초의 귀화 한국인 사장이 되면서 …
요즘 들어 ‘삶을 설계한다’, ‘삶을 디자인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삶이 물리적으로 연장된 것도 있겠지만 하나뿐인 자신의 삶을 멋지고 풍요롭게 누리고 싶은 욕망이 큰 게 아닐까 싶다. 필자는 전공인 패션뿐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모든 디자인을 사랑한다. 어려서부터 유독 관심이 많…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요리를 배우던 시절, 스승은 기술을 익히려고 애를 쓰는 내게 한마디했다. “기술은 시간이 해결한다. 그 대신 시장을 배워라.” 요리사의 무기는 메뉴다. 메뉴는 재료에서 나온다. 재료는 시장에서 팔고, 제철은 시장을 유지시킨다. 스승은 이 간단한 사이클을 강조했다.…
나는 한국 홍보 전문가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지난 18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런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건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서양인들이 나만 보면 “중국인 아니냐?” “당신 일본인이지요?”라고 묻지 “…
소설을 쓰는 일이 업이니 내가 쓰는 건 뭔가, 이 이야기는 대체 무슨 소용인가, 허구한 날 고민하며 살고 있는 터,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사실상 매일 반추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했건만 막상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려니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악기 배우기? 반주 없이 노래 …
과연 내게 다시 한 번 우주비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알고 있지만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지난 이야기를 조금 꺼내볼까 한다. 2006년 우주인 선발 당시 나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과 인지과학을…
기분 좋은 공황 상태로의 초대장 같은 버킷리스트.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의 조각조각이 거의 다 기억날 것만 같을 정도로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훨씬 많을 거라 믿고 싶은 나에게 상당히 가혹(?)한 버킷리스트. “만약 일 년 뒤, 한 달 뒤, 일주일 뒤, 내일 당장!”이라는…
계단 많은 집에서 익숙하게 지냈는데 얼마 전 결국 사달이 났다. 한 달 전쯤이었다. 방에서 작업실로 옮겨가려 몇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든 생각, “어머, 단추를 놓고 왔네!” 그 순간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몸을 돌리고 무사히 발을 내딛는가 싶었는데, 아차! 그만 발을 헛딛는 꼴이 됐다…
지난 설 연휴가 시작되던 저녁이었다. 구리 아치울마을 박완서 선생님 댁에서 1주기 제사를 겸한 작은 모임이 열렸다. 가족들과, 선생님을 가까이서 뵙던 이들이 모였다. 제사를 마치고 네 따님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식사가 뷔페식으로 차려졌다. 음식을 접시에 담아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집안…
지난 연말 연초에 이란을 다녀왔다. 그전부터 잡힌 계획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작스레 방문하게 됐다. 15년 전쯤에도 이스파한이라는 이란의 도시를 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도 미루다가 결국 일정이 취소되었고 크게 후회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엔 일단 초청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정을 결…
“엄마, 나도 발레 허고 잡네.” “빨래? 니가 뭔 빨래를 혀?” “빨래가 아니고 발레. 엄마는 그것도 모릉가?” “발레가 뭣이다냐?” “제재소집 진영이같이 분홍색 옷 입고 머리에다 닭털 같은 것 꽂고 춤추는 것 말이여.” “염병허든갑네. 거 춤추는 거 아녀? 그것은 돈이 엄청시리 많…
가만히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 일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렇게 20, 30대를 보냈던 터라 마음에 남은 아쉬움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열매를 맺는 단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 40대란 역시 그동안의 긴긴 준비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야 하는 시간인가…
버킷 리스트라는 주제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겐 이렇다 하게 해보고 싶은 일들이 없음을 알고 스스로 놀랐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 그런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니 이런 생각들이 따라붙었다. 나는 좋은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했고, 남들 다 가는 대학에 진학…
이제 인생을 반추해 볼 나이가 되었다. 살아갈 날보다도 살아온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되돌아본 기억은 별로 없다. 철부지이기도 하고 또 늘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까닭이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또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사실 별로 손에 쥔 것이 없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