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과자와 사탕을 싣고서/엄마 방에 있는 우리 아기한테/갖다 주러 갑니다.’ 학교를 마치기가 무섭게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전봇대나 나무에 검정 고무줄을 걸고 맨땅에서 힘껏 차오르며 고무줄놀이를 할 때 즐겨 부르던 노래다. 1980년대 어느 봄…
1970년대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하던 경춘선 열차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직후 주말이면 정규열차는 물론이고 임시열차까지 각 대학의 학과 단합을 위해 MT(수련회)를 떠나는 대학생들로 만원을 이뤘다. 좌석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 중 일부는 들뜬 기분에 위험하지만 증기기관차 객차의 난간을 잡…
1981년 봄 새 학기를 맞아 서울의 한 대학 연극동아리가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대학 교내 곳곳에서 동아리들이 신입회원을 모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는 학생들의 사회 참여와 더불어 사회과학 학술동아리가 인기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념보다…
1982년 3월 4일 서울의 한 중학교 입학식에서 단상에 선 교사가 한 학생의 머리를 시범 삼아 어느 정도 길이로 두발을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훌쩍 자라는 중고교 시절 짧은 머리와 검정 교복은 학생들에게는 억압이고 굴레로 느껴졌다. 그러나 훗날 뒤돌아보니 …
여자 경찰관 모집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다리 검사를 받고 있다. 달아나는 도둑을 뒤쫓아 잡을 수 있을 만큼 다리가 강건한지 확인하는 자리다. 1983년 치안본부가 여경 모집 공고를 냈다. 100명 모집에 1만7388명이 응시해 173.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응시 자격은 고…
1972년 4월 25일 동아방송 개국 9주년을 기념해 시민 위안 공개방송이 서울 창경원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동아방송을 애청하던 청취자들과 일반 관람객 수천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공연을 즐겼다. 1부는 민속의 향연으로 만담가 김영운 고춘자 씨가 사회를 맡았고, 명창 박초월 성…
1989년 3월 15일 동아일보 사회면에 실린 주부들의 모습. 경찰이 불법 댄스교습소를 기습 단속하자 춤을 추던 주부들이 구석진 곳에 몰려 얼굴을 가리고 있다. 속칭 ‘제비족’으로 불리던 댄스 교사들이 당시 불법 댄스교습소를 무대로 부녀자들을 유혹해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뒤 이를 미끼…
1975년 12월 한 젊은이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경찰의 장발족 일제단속에 걸렸다. 유신 독재시절이던 1971년 내무부는 퇴폐적 사회 풍조를 일소한다며 ‘풍속사범단속법안’을 마련해 처벌 대상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1968년 12월 19일 전국 각지에서 대학 입학 예비고사가 처음으로 치러졌다. 서울 경기여고 고사장 교문 밖에서 추운 날씨에도 학부모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수험생 자녀가 대입 예비고사를 잘 치르기를 기원하며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날 전국의 교회와 성당, 사찰에도 자녀가…
1985년 9월 12일 1986학년도 대입 체력검사가 서울 이화여고에서 열렸다. 대입 지필고사 전에 실시되는 체력검사에서 한 수험생이 철봉에 매달려 오래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자 친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1973년 시작된 대입 체력검사는 선진국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우…
1980년 10월 3일 제34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주말을 맞아 선린상고와 세광고가 맞붙은 준결승 경기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 대회 선린상고와 광주일고의 결승전은 고교야구 전성기의 명승부였다. 8회 3-3 동점 상황에서 선린상고…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1977년 11월. 도시 변두리 곳곳에는 공터가 있었다. 주로 동네 아이들이 놀던 이곳에서 가끔 신기한 묘기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한 공터에서 약이나 신령의 힘을 빌려 몸과 기운을 굳세게 하는 차력이 펼쳐졌다. 누운 차력사의 배 위에 돌을 올려놓고 칼이나 몽…
1975년 10월 가을 낙엽이 쌓여있는 학교 뒷동산에서 교복을 입은 남녀 고교생들이 만났다. 가슴 두근거리는 ‘고교생 미팅’ 장면이다. 남학생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여학생들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여학생들은 마냥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둘이서 딴짓…
1992년 6월 15일자 동아일보는 서울 종로 거리에 등장한 이른바 ‘미팅 자판기’를 소개했다. 여성과 교제를 원하는 남성이 자신의 나이, 주소, 직업, 특기를 적은 신상명세서를 입회비 5000원과 함께 보내면 자판기를 운영하는 ‘만남 정보센터’는 남성의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곳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