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 “어떤 배우 좋아하느냐”란 질문에 중학생 때부터 그의 이름을 댔다. ‘대부’보다는 ‘서피코’와 ‘스카페이스’에 혹했다. ‘프랭키와 자니’는 한동안의 연애교본이었다. 2주 전 로빈 윌리엄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며칠 뒤 생각했다. “왜 영화를 좋아하…
나는 대우를 잘 몰랐다. 대우가 해체되던 1999년 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기업과 경제보다는 입시 준비와 아이돌에 더 관심 많은 시절이었다. 뉴스는 어쩌다 봤는데 그때마다 대우는 늘 문제 기업으로 등장했다. 잘은 모르지만 분명 망해가는 듯했고, 뭔가 잘못한 기업 같았다. 대우의…
지하차도를 달리던 중 갑자기 빗물이 차를 삼켜 가족을 잃었다면 얼마나 참담할까. 조금 전 인사를 나눴던 딸이 버스째로 물에 휩쓸려 불귀의 객이 됐다면 또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까. 이번 호우로 부산과 창원에서 실제 일어난 참사다. 우리 재난 예방 시스템이 조금만 더 선진적이라면 막을 …
‘철마(鐵馬·Iron Horse)’라고 불린 야구 선수가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17시즌 동안 활약하며 타율 0.340에 493홈런, 1995타점, 장타력 0.632를 기록했다. 14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통산 장타력은 역대 3위, 타점은 5위, 타율은 16…
4당5락. ‘대입 수험생이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은 꽤나 억압적이었다. 빽빽한 교실에서 60여 명이 하루 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야 했다. 모두가 몽롱한 정신으로 아침 7시에 등교해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려면…
영화 ‘명량’이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史)를 새로 쓰고 있다. 개봉 당일부터 신기록 행진을 이어오더니 한국 영화 최초로 매출액도 10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흥행 대박에 영화 투자·배급·제작사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됐다. 명량 흥행의 수혜자 중에는 산업은행…
국회의원의 보좌진과 친해진다는 건 그 의원을 싫어하게 된다는 의미다. 십중팔구 그렇다. 특히 외부에 개혁적으로 비치는 의원일수록 ‘진상’이 적잖다. 다음은 여러 보좌진의 솔직한 영감(보좌진은 의원을 영감이라고 부른다) 뒷담화를 대화체로 엮었다. A=(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처럼)…
2002년 초 미국 보스턴 대교구의 60대 신부 존 지오건이 10세 소년을 추행한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그가 30년간 다른 소년 130명에게 비슷한 일을 저질렀음이 밝혀졌다. 대교구는 이를 알면서도 지오건의 담당 교구만 계속 바꿨다. 수감된 지오건은 동성애를 …
한때 정치권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혁신이란 말은 개혁보다 어감이 더 강하고 속도감이 느껴진다. 관행과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 탈바꿈을 하겠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대혁신’을 국정 운영의 화두로 던졌다. …
흥겨운 축제였다. 순교자 124인을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성스러운 의식이었지만 마치 축제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이야기다. 25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찾았던 여의도광장의 분위기와는 분명히 달랐다. 물론 학생 시절 TV로 시청…
경복궁 서편, 흔히 ‘서촌’이라고 부르는 동네 끄트머리에 산다. 이 동네 집들은 소득수준이 다양하다. 중산층이 살기 좋은 소형 주택과 빌라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좁은 골목길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판잣집들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큰길가엔 한 블록을 통째…
군대를 보내야 하는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은 다들 무거울 것이다. ‘덜 위험한’ 의무경찰이나 공군에 아들을 보내려고 3수, 4수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28사단 윤 일병의 참혹한 시신 사진을 봤다면 두려움에 떨 수도 있다. 이 시신 사진은 군인권센터가 지난달 31일…
팍. 팍. 팍. 학생 수십 명을 일렬로 세운 영어교사가 손바닥 라이트훅을 시계추마냥 반복하며 일일이 따귀를 후려쳤다. 그러고는 살짝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전부 눈 감아”라고 말했다. 찌익, 종이 뜯는 소리. 이어서 희미하게, 부스럭부스럭. 궁금함에 실눈을 떴다. 교사는 연습장…
영화 ‘명량’ 개봉 1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현충사는 귀한 손님들을 맞았다. 충무공과 함께 왜군을 무찌른 명나라 계금(季金) 장군의 후손들이 400여 년 만에 방한해 충무공 후손들과 함께 참배를 한 것. 그 현장은 채널A 종합뉴스가 내보냈다. 저장(浙江) 성 원링(溫嶺) 시 계씨…
“공무원 집에서는 개가 짖는 것도 잘 단속해야 해요.” 얼마 전 만난 한 고위 관료의 말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을 맞아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집을 나선 이 관료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을 만났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개가 이 이웃을 보고 성난 듯이 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