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길에 처음으로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밥은 먹었어? 오늘 하루 어땠어?… 힘든 일은 모두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 걸음을 따라 전등이 켜지는 다리 난간에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는 듯한 따뜻한 글귀가 이어졌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메시지를 …
이른바 ‘매일기록부’가 세간의 화제다. 매일기록부는 올해 3월 발생한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사건의 피해자 송모 씨(67)가 남긴 장부다. 현직 서울시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로 주목받던 사건은 장부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현직 검사의 이름이 확인됐고 …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물었다. “여러 적폐를 어떻게 뿌리 뽑을 것이냐?” 김 후보자의 답변에 ‘빵’ 터졌다. “제가 뿌리 뽑거나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한참 골똘히 생각하더니) 제가 뿌리 뽑는다고 하면 또 …
한국 사회를 강타한 단어 ‘의리’는 이중성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믿음과 신뢰를 뜻하나 내 식구 감싸기와 편 가르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폐막을 앞둔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의리가 부정적으로 쓰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8강을 넘본다던 한국, 우승을 노리던 개최국…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7·30 재·보궐선거’다. 15석을 새로 뽑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보선이다. ‘미니 총선’을 넘어 ‘준(準)총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재·보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당은 과반 의석을 지키기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야…
여름밤을 뜨겁게 달군 브라질 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치열한 지역예선을 거쳐 월드컵에 진출한 32개국 축구팀 중 이제 4팀만 남아 우승컵을 다투고 있다. 남미(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유럽(독일 네덜란드)을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들이 맞붙는 이번 4강 대진표는 84년 역사의 월드컵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많겠지만 요즘 편의점에서 물건을 계산대로 가져가면 직원은 우선 고객의 나이와 성별을 입력한다. 이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 ‘종로에서 캔커피를 사는 20대 여성은 스타킹도 같이 살 확률이 높다’는 식의 정보를 얻어 적절히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이런 ‘빅 데…
사진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중요한 증거가 된다. 누가 찍느냐,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의미가 다를 수도 있지만 사진에 담긴 건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 개인적인 사진이야 얼마든지 포토샵으로 윤색할 수 있고 연출 상황을 만들어도 무방하겠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사용되는 사진이라면…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포에버’(1995년)는 여명 직전의 어둠 같은 영화였다. 바야흐로 슈퍼히어로물의 시대지만 슈마허가 연출한 배트맨 두 편은 2002년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때까지 이 장르의 가능성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며칠 전 출근 지하철에서 이 우작(愚作) 속 한 장…
예전엔 다른 게 먼저 눈에 띄었는데, 요즘은 같은 게 먼저다. 외국에서 맞닥뜨리는 풍경과 삶 얘기다. 재작년 남미 출장을 다녀오다 페루 리마에서 40대 캐나다인을 알게 됐다. 한나절 버스투어를 같이 한 덕분에 같은 나이대로서 느끼는 직장 생활의 애환, 밴쿠버와 서울에서 겪는 양육의…
“전 스파이앱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제발 스파이앱 이름 좀 알려주세요.”(독자 A 씨) 최근 ‘스파이앱’의 현황과 사생활 침해 위험성을 조명한 기사를 보도했다. 스파이앱은 한 달에 4만 원 남짓한 비용만 내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앱이다. 감시하고픈 상대방의 스마트폰에…
“한국이 알제리를 잡는다고요? 쉽지 않을 겁니다.” 후배가 전해 준 한 축구인의 말이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 전에 만난 그 축구인은 한국이 16강 진출을 자신할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뿐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월드컵에서 골…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조별 리그 성적은 1무 2패. 명백한 실패로 끝났다. 홍명보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원칙을 깬 이른바 ‘의리 축구’ 논란이 핵심이다. 홍 감독은 감독을 맡은 뒤부터 줄곧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후에는 “내가 많이…
“경영지표들은 그대로인데 1년 사이 평가 등급이 뚝 떨어지다니.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 해도 납득이 안 갑니다.” 최근 만난 한 공기업 간부는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연신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문이었다. 그가 일하는 공기업은 낙제점인 D등급을…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름만큼 낯선 국가였다. 수도 아시가바트(구칭 아슈하바트)는 ‘하얀 도시’다. 미사여구가 아니다. 거의 모든 건물이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세계에서 하얀 건물이 가장 밀집한 곳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다. 어둠이 깔리자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