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승민은 첫사랑 서연을 만나러 갈 때면 늘 애지중지하는 ‘게스’ 티셔츠를 입고 나간다. 하지만 그는 이 옷 때문에 서연이 보는 앞에서 연적(戀敵)이자 잘나가는 강남 선배 재욱의 놀림을 받게 된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이 ‘게스(GUE…
스웨덴의 볼보자동차가 보행자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건 올해 2월 말이었다. 이 에어백의 원리가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볼보가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상자를 없앤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볼보의 비전이 스웨…
겨울철이 다가오자 원자력발전소가 다시 말썽이다. 지난달 28일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가 고장을 일으킨 데 이어 4일에는 한빛 3호기가 멈춰 섰다. 가뜩이나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로 멈춰 선 원전들의 재가동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원전 고장 사고가 잇따르자 벌써…
얼마 전 만난 한 사설학원 입시전문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정시 상담을 받으러 온 학 학부모 얘기를 꺼내며 혀를 내둘렀다. 고 3 아들의 손을 잡고 온 40대 후반의 아버지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최신 통계프로그램을 돌리면서 희망 학과의 몇 년 치 경쟁률과 추가합격자 수를 받…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다. 커지는 한일, 중-일 갈등에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추진으로 미중, 한중 간의 갈등도 겹쳤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모…
여섯 살 때다. 아버지가 집을 지으셨다. 빨간 벽돌 외벽, 옥색 기와, 남색 철문, 하늘색 담벼락. 1980년대 초반 흔히 보던 자그마한 집이었다. 3년 뒤 도둑이 들었다.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곧 이사를 결정했다. 그 뒤로 죽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대학을 졸업할 …
요즘 대세는 뭘까.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깜찍한 외모로 시청자를 홀린 ‘추블리’ 추사랑도 아니다.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다. 2009년 초에 등장한 비트코인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이나 금융에 해박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세…
한 시중은행의 중국법인 지점장 A 씨는 요즘 멀쩡한 기업대출을 거둬들이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정은 이렇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모든 외국계 은행 현지법인에 예대율을 75% 이하로 맞추라고 지시했다. 예금을 100원 받으면 대출은 75원까지만 해주라는 …
아내의 생일선물을 고를 때 ‘아내와 같은 나이에 같은 지역에 살고, 학력과 생활수준이 비슷한 여자들이 평소에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드물다. 정상적인 부부라면 평소 알고 있는 아내의 취향에 맞춰 깜짝 선물을 준비하거나, 원하는 선물을 물어보는 게 일반적이…
태풍 하이옌이 정면으로 덮치는 바람에 쓰레기장처럼 변한 필리핀 타클로반 공항을 15일 공군 수송기 C-130을 타고 빠져나왔다.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과 각종 동물의 사체가 섭씨 30도의 날씨에 역한 냄새를 풍기던 피해 현장을 나흘 만에 빠져나오던 참이었다. 그때 수송기의 동체와 조…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너무 뜨거웠다. FA를 선언한 16명이 잔류 또는 팀을 옮기며 계약한 총액이 523억5000만 원으로 이전까지 최다였던 2년 전의 261억5000만 원의 2배가 넘었다. 계약금만 35억 원을 받으며 역대 FA 최고액을 새로 쓴 롯데의 28세 포…
나는 태어나서는 안 될 존재였다. 태어날 때는 ‘효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평생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외출을 해도 형들의 기세에 눌려 뒤꽁무니에 있다가 혼자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 처박혀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잊을 만하면 ‘밥값 못하는…
엥겔계수는 독일 통계학자 엥겔이 1857년 만들어낸 개념으로,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저소득 가계일수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 한국의 경우 소득상위 20% 계층의 엥겔계수는 12% 수준이고, 하위 20%는 20% 정도다. 하지만 갈…
프로야구 정규시즌 4위였던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우승까지 넘보는 동안 최고의 깜짝 스타는 투수 유희관이었다. 시속 130km 초반대에 머무는 느린 직구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정확하게 꽂히는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삼성의 오승환은 시속 150km가 넘는 묵직…
스위스에서는 24일 고액 연봉 규제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1 대 12 발의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등이 받는 임금이 최저 임금을 받는 직원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분배를 중시하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