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고마운 나라다. 자연재해는 모두 다 막아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본 기억이 있다. 반일감정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말 자체는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일본열도는 한국을 감싸고 있어 해일과 지진을 적잖게 막아준다. 태풍도 마찬…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반기보고서에 5억 원 이상을 받는 금융권 고액 연봉자 명단이 공개됐다. 세간의 관심은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차장에게 쏠렸다. 김 차장은 상반기(1∼6월)에만 22억2000만 원을 받아 같은 회사 최고경영자(CEO) 유상호 사장, 오너 김남구 부회장보다 …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나 유명인의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성지글’이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현 상황을 정확히 예견했던 글이 뒤늦게 관심을 받는 것을 뜻한다. 게시될 당시만 해도 신빙성을 의심받던 글들은 그제야 누리꾼들의 ‘성지순례’ 행렬을 불러…
인구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흥미로운 논쟁이 하나 있다. 1994년 ‘대폭염’을 능가하는 올해 ‘슈퍼 폭염’이 출산율을 더 악화시킬 것이냐는 논쟁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사람들이 귀찮아서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자연히 임신이 줄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가설이다. 올해 신…
서울 강서구의 공인중개사 대표 A 씨는 지난주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대전에 산다는 사람이 불쑥 전화해 “4억 원대 아파트 매물이 있으면 무조건 살 테니 집주인을 붙잡아 달라”고 주문했다. 한강은 보이는지, 몇 년 된 아파트인지 하는 조건은 묻지도 않았다. A 씨는 “‘묻지…
‘남의 상가(喪家)에서 내 설움에 곡(哭)한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집안 어른의 빈소에 가면 망자의 배우자와 자녀보다 훨씬 서럽게 통곡하는 이가 꼭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무척 의아했지만 왜 그러느냐고 물어볼 순 없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알았다. 가족보다 더 오열하는 …
유난히 덥다는 올여름 중에서도 제일 더운 날이었다. 경기 시작 후 한 시간 반가량이 지난 오후 8시. 온도계는 3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아니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빗방울처럼 쏟아졌다. 그런데 아아,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LG 관중석의 두 남자는 점퍼를…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고액 연봉을 받던 헤지펀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계기는 한 기사 때문이었다. 1994년 2월 모 월간지는 인터넷의 상업적인 가능성을 다루며 그해 웹사이트 활동이 전년보다 2300배가량 늘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의사결정을…
2주 뒤면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A(33)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물었다. A는 “이국 삶에 대한 동경이 있어 한국을 떠난다”고 했다. 한국이 싫은 거냐고 물었다. 싫지는 않단다. 이번에는 “한국에 대한 동경은 왜 없느냐”고 물었더니 A는 “모르겠다”고 했다. 뜸…
국내에서 올라가는 공연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다. 그중 하나가 평일 저녁 공연은 오후 8시에 시작한다는 것이다. 뮤지컬, 연극, 무용 등 분야를 막론하고 예외가 드물다. 관람 시간이 인터미션(막간 휴식 시간)을 포함해 3시간 이상인 경우엔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공연이 끝난다. 일부 …
고고학계에는 ‘폼페이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폼페이가 각종 관광 상품과 여행서를 통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고착화된 ‘급작스러운 재난’ 이미지다. 3년 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다수의 국내 연구자가 와셋(WASET) 등 허위 학술단체가 주관하는 가짜 학회에 참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단체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제출한 논문의 수준과 상관없이 발표를 승인하고, 그 대가로 적잖은 참가비를 받는다. 일부 연구자는 이런 학회에 참석한…
“은행 지점은 서점이나 음반 판매점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금융 분야 미래학자인 브렛 킹은 2013년 내놓은 저서 ‘뱅크 3.0’에서 은행 영업점의 미래를 이렇게 그렸다. 모바일뱅킹 등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융합)의 발전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처리하던 은행 업무 상당수가…
서울시를 취재하는 기자가 근 한 달 동안 만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박원순 시장은 ‘도대체 왜’ 옥탑방에 간 건지”였다. 관련 뉴스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들이라고 ‘박 시장이 옥탑방에 간 이유’를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이유를 묻는 까닭은 여전히 박 시장이 …
31일 오후 서울의 한 건강보험공단 지역지사 민원실. 상담창구에 민원인 3명이 앉아 있었다. 한 60대 건보 가입자 A 씨는 “아들 때문에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다가 이달 월 18만 원짜리 고지서가 날아왔다”며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공단 직원의 설명을 듣고 보니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