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육부 사람들은 다 강남으로 갈까?’ 처음 교육 분야를 맡았을 때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종종 교육부 관계자들과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 이들이 손을 번쩍 들고 ‘택시!’를 외치며 부르는 곳이 대개 반포, 잠실, 대치동 쪽이었던 까닭이다. 교육부를 출입하기 전 서너…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신문 인사·동정란은 붐볐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정기인사가 이맘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원하던 자리로 갈 수 있을까’ ‘이번에는 승진할 수 있을까’ 공무원들은 한껏 긴장했다가 결과가 발표되자 다시 차분해졌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렇다. 속내를…
경기를 마친 17세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가녀린 입에서는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제 성적이 못 미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있고요….” 4년 전 이맘때 열린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
경기를 마친 17세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가녀린 입에서는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제 성적이 못 미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있고요….” 4년 전 이맘 때 열린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2014년 세월호 침몰 때 승객 구조에 실패한 해경 김경일 전 경위의 재판 날이면 방청석 맨 뒤에 그의 20대 남매가 앉았다. 유족이 빼곡히 앉은 방청석 왼편과 달리 오른편은 두 사람뿐이었다. 남매는 피고인석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재판이 끝나면 서둘러 빠져나갔다. 어느 날 두 사…
“선배, 신세계 직원들이 퇴근해서 내일 돼야 필요한 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며칠 전 오후 5시 8분, 백화점에 입점한 지역 맛집을 취재하던 후배 기자가 메신저로 말을 건넸다. ‘몇 신데 벌써 퇴근했지?’라며 의아해하던 중 신세계그룹이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시행하…
기업들이 겨울마다 반복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를 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맛은 과연 어떨까’ 사랑과 봉사의 마음까지 넣어 양념을 했다지만 김치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에 비해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비용도 궁금하다. 앞치마와 고무장갑,…
들개는 지난해 12월 14일 여의도에 등장했다. “거센 모래벌판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외침과 함께였다. 예상하지 못한 들개의 출현에 그의 말을 노트북으로 받아치던 일부 기자들은 ‘들꽃’이라고 쳤다. 들개라고 똑똑히 들었지만 귀를 의심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현직 국장급 인사인 K 씨(47)가 검찰에 구속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비리로 확인된 2016년 10월 정하황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K 씨는 당시 공공기관 인사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K…
예전에 시골의 한 초등학교로 취재를 갔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오후 4시쯤 전교생이 스쿨버스를 타고 하교하기에 당연히 집에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두 명의 아이를 빼고는 모두 지역아동센터로 간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이 많고 아빠가 퇴근하기 전에는 마땅히 숙제를 봐줄 사람도 없다 …
이맘때면 어김없이 ‘신춘문예 당선집’들이 눈에 띈다. 정초 각 일간지에 발표했던 당선작들이 슬슬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는 시기다. 어떤 작품들이 영예를 안았는지, 문학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고민과 질문은 무엇인지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당선작 자체도 좋지만 당선…
“정치하실 뜻 없으세요?” 기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상대방에게 건넨 ‘칭찬’이었다. “아니요. 비례대표 제안도 많이 왔었지만…. 제 자리가 아닙니다.” A 시민단체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A 시민단체는 1990년대 초부터 풀뿌리 시민운동을 펼쳤다. 관이 나서기에는 예산과 시간이 …
이준형(22·단국대)은 씩씩했다. 손 안에 들어온 평창 올림픽 티켓을 마지막 순간 놓쳤지만 끝까지 당당했다. 시상대에 올라설 때도, 갈라 쇼를 펼칠 때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기 대신 올림픽에 나가게 된 차준환(17·휘문고)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축하의 말도 건넸다. 하지만 거기…
소프트뱅크를 아직 일본의 통신회사쯤으로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스타트업 분야 취재를 하다 보면 소프트뱅크 관련 소문을 많이 듣는데 매번 그 규모와 범위에 적잖이 놀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지난해 배터리업계에선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
늦은 밤 TV를 틀면 가끔 기시감이 찾아온다. 별건 아니다. 채널이 많아 같은 영화나 예능 프로그램을 수십 번씩 마주해서다. 보통은 리모컨을 누른다. 그런데 꾸역꾸역 보게 되는 작품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할리우드 첩보스릴러 ‘본 시리즈’는 꼭 넋을 놓는다. 희한한 건,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