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와 제과제빵 기술을 배울 거예요. 바리스타 자격증, 1종 대형보통 면허,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을 막힘없이 줄줄 나열하는 그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32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친 후 아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다녀온 정준일 씨(59)는 그랬다. 그…
1990년대 초반 설날 아침 할아버지의 좁은 집에는 자식들 3남 3녀 부부와 손자손녀까지 20여 명이 북적댔다. 당연히 마루에는 엉덩이를 붙이고 편히 앉을 공간이 모자랐다. 조금 거짓말을 보태자면 2박 3일 내내 서서 전 부치고 먹으면서 보냈던 것 같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우리 …
1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2일이 지났다. 세계는 여전히 그의 정책, 정신세계, 화법에 적응하느라 고심 중이다. 재임 기간 1460일의 0.8%에 불과한 12일 동안 벌어진 혼란을 생각하면 앞으로 4년을 어떻게 보낼지 아찔하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자신의 보…
주식 투자는 프로야구단이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수치화한 데이터(재무제표)를 토대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구단은 타율, 출루율, 방어율, 승리기여도(WAR) 등 다양한 수치에 근거해 선수 영입 여부와 몸값을 정한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신뢰도에 …
“최순실 국정 농단 문제가 어디서부터 불거진 겁니까.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를 돕는 승마계 세력이 대한승마협회를 장악하면서죠. 그런데 이들 중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어요. 대한승마협회 내에서 정유라를 도왔던 부역자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말이 됩니까.” 얼마 전 전화…
열 살 때 부모를 졸라 바둑판과 어린이용 입문서를 샀다. 바둑을 잘 두면 군대 선임들의 총애를 받아 얼차려와 구타를 덜 당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위인전을 읽으며 비폭력주의를 뼛속 깊이 새긴 초등학생이 입대에 대비해 세운 생존 전략이었다. 10여 년간 …
무슨 옷을 입을지 참 궁금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취임식에서 입을 옷 말이다. 취임식 전 전례 없는 논쟁이 미국 패션업계에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 부인의 옷에 관여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간 대통령 취임식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은 영광으…
세계 최대 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굴리는 돈은 천문학적 수준인 1000조 원. 올해 한국 정부 예산의 2.5배이며 국가 총부채와 비슷한 규모다. 노르웨이는 이 돈을 전 세계 9000여 개 기업 등에 투자한다. GPFG는 지난해 영국 광업기업 앵글로아메리칸에 “경영진이 상…
“정부 출범 초부터 사고 날 가능성이 있어 유심히 ‘워치’했다. 형님은 집 앞 경찰 초소에서까지 감시 아닌 감시를 당해 인권 유린 얘기가 나온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듯이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09년 3월 말 법무법인 부…
인터파크투어는 국내 1위 온라인 항공권 예약 사이트다. 지난해 점유율이 47%나 된다. 이곳에서 항공권을 예약한 사람으로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제보를 최근 받았다. 같은 일정, 같은 항공사의 항공권을 동일한 시각에 검색했는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PC에서 보이는 가격이 다르다는 …
한국인들에게 1997년은 ‘글로벌화’와 관련해 쓰라린 패배를 맛본 시기로 기억된다. 그해 터진 아시아 금융위기로 연말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이른바 IMF 외환위기는 동남아 국가들과는 ‘펀더멘털이 다르다’는 한국의 자부심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교육계…
2012년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에겐 ‘세인트 찰스(Saint Charles)’라는 별명이 있었다. 세인트는 기독교의 성인(聖人)을, 찰스는 ‘(안)철수’를 영어식으로 부른 호칭이다.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안 전 대표의 화법과 행보가 성직자 이미지를 풍긴다고 해서 붙…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평창에까지 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 탓이 크다. 이런 와중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무장애 관광도시 창출 관계기관 협약식’이 그…
천막으로 만든 극장에는 한겨울의 냉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양옆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 소리 때문에 대화를 하려면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현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인들에게 각종 불이익을 준 데 항의하는 의미로,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운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그랬다. …
지난해 12월 말, 충남 서산에서 30세 엄마가 5세, 6세 두 아들을 살해했다. 부검 결과 아이들은 목이 졸려 있었다. 이 친모는 그즈음 “누군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자주 말하는 등 정신질환 의심증세가 깊었다고 한다. 아이들 외할머니는 사태가 심각하다며 강제로라도 입원시키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