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이렇게 가정해 보자. 20××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내전이 발생한 한반도를 탈출해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이곳에서 김국민 씨는 난민 심사를 받는다. 적게는 1년 반, 길게는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심사 인력이 부족해서다. 동양인이 테러를 일으킨 전례가 있어 심사도 까다롭다…
2005년 11월 ‘지진 왕국’인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아파트와 호텔 등 20여 곳의 설계를 맡은 한 건축설계사무소가 내진설계를 엉터리로 해 건물 붕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작 방법은 간단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에 가해지는 힘을 절반으로 낮춰 계산…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들을 십상시(十常侍)로 표현한 ‘정윤회 문건’의 저자 박관천 경정. 2014년 12월 피의자 자격으로 검사실에 들어서서도 기가 죽지 않았다고 한다. 일개 검사가 모르는 대한민국 권력 실체를 자신이 알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었을까. 그는 조사를 받던 중 “우리나라의 …
지난달 21일 대한항공은 오후 늦게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 원을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그보다 꼭 보름 전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과 함께 물류대란 수습용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한 그 돈이었다. 대한항공은 당초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서 울 뻔했어요. 작가 선생님의 어머니가 쓰러지신 적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 할머니도 그러신 적이 있거든요.” 연평초등학교 6학년 홍정민 양은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일상을 담은 포토에세이 ‘할매 할배 참 곱소’에 대해 말하…
지난달 27일 오전 미국 대선 1차 TV토론이 끝난 직후, 생방송으로 다 봤다는 더불어민주당의 30대 초반 남성 당직자에게 “누가 이긴 것 같아?”라고 물었다. 이 당직자는 “트럼프가 이긴 것 같은데요. 힐러리를 상대로 말끝마다 후크(hook·반복되는 짧은 후렴구)를 던진 게 재미있네…
“나는 시각장애인 스키 선수다. 그녀는 나의 가이드 러너다. 그녀의 목소리만 믿고 나는 달린다. 때론 시속 100km의 속도로, 보이지 않는 기문들 사이를…. 우리의 연결에 장애는 없다.” 한 이동통신사의 캠페인 광고가 화제다. 감동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물론이고 장애인체육 관계자…
시리아 시민 구호단체 ‘하얀 헬멧’, 그리스 레스보스 섬 주민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리아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단체나 사람이다. 또 다른 공통점으론 최근 발표된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는 것이다. 역대 최다인 376명이 치열…
그날도 15세 소녀의 방문은 굳건히 닫혀 있었다. “안녕, 나 오늘도 왔어. 밖에 날씨 좋은데 오후에 운동 잘하고 와.”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아동청소년복지플래너(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김에덴 씨(33·여)는 방문 틈 사이로 말을 걸었다. 여느 중학생이라면 학교를 갈 때지만 아이는…
요즘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를 어느 고등학교에 보내야 할까’다. 집에서 가까운 고교에 가면 그만이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아이 특기가 과학(과학고)이냐 외국어(외국어고)이냐 하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고민이다. 관심은 이거다. ‘대입 수시 학생…
정찬우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첫 출근길은 예상대로 가시밭길이었다. 4일 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취임식은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무산됐다. 그는 “전 직원의 총의를 모아 더 나은 거래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임…
우리나라에서 5년간 게임회사에 다니던 일본인 지인이 최근 도쿄로 돌아갔다. 서울에서 산 기간은 5년이지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는 20년이 넘는 지한파(知韓派), 혹은 애한파(愛韓派)다. 그는 환송회를 겸한 저녁 자리에서 “한국의 발달한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일본에서 사업…
이달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기자는 인도 뉴델리에 있었다. 미국 동서센터 주최로 8∼12일 열린 국제 언론인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기자 350여 명은 9일 오전 들려온 북핵 실험 얘기를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은 ‘외국 기자의 눈으로…
배달음식 검색 및 주문 서비스 앱인 ‘배달의민족’으로 잘 알려진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에는 독특한 직원 복지제도가 있다. 바로 제한이 없는 도서 구입비 지원 제도다. 직원 한 명당 월평균 20만∼30만 원가량 쓴다고 한다. 일부 직원은 200만 원까지도 쓴다. 책 사랑이 너무 지극한 …
기자는 갈림길에 서있다. 출산과 딩크족의 갈림길이다. 지난 9개월간 저출산 문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출입하며 각종 대책을 부지런히 기사로 옮겼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인 정책은 없었다.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걸어야 할 고행 길에 찬물 몇 방울 튕겨주는 정도로 느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