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혹시 이거 녹음되고 있는 거 아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인준 투표를 앞두고 만난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 내에서 예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다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평소에 친분이 있었지만 경계의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잠…
서울 마포구 증산로(상암동)와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양평동)를 잇는 월드컵대교 신설 공사는 2010년 3월 첫 삽을 떴다. 착공 5년이 지난 현재 공정은 20% 남짓으로 교각만 덩그러니 서 있다. 당초 약속했던 올해 8월 준공은 불가능하다. 공사가 더뎌진 것은 서울시가 예산을 찔…
현대에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예측할 수 없는,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일이 가끔 일어나곤 한다. 미래학자들은 이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을 ‘X-이벤트’라 부른다. 여기서 ‘X’는 2000년대 초반 미국 폭스TV가 제작해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X파일’과 비슷…
“10분의 1이 뭡니까. 그 반만 해도 감지덕지죠.” 지난주 열린 전국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만난 김성일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이 한 말이다. 직전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0년까지 스키 국가대표를 위해 100억 원을 지원한다더라 → 장…
13일 경북 경주시를 다녀왔다. 지금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에서는 신라인의 삶과 죽음을 각각 상징하는 월성과 금관총에서 대대적인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신라왕들의 생활터전이자 당대 권력의 중추가 월성이라면 이들이 죽어서 땅에 묻힌 무덤은 금관총이다. 김재홍 국민대 교수는 “신라인들의…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78%는 질소(窒素)다. ‘질’은 질식시킨다고 할 때의 그 ‘질’이다. 독일어로도 질소는 ‘질식시키는 물질’이란 의미가 담긴 ‘슈티크슈토프(Stickstoff)’로 쓴다. 공기 중 질소는 색깔, 맛, 냄새가 없다. 특별히 해롭지도 않다. 그런데 어쩌다 이…
“대출금 좀 일찍 갚는다고 꼭 수백만 원씩 수수료를 내야 하는 거야?” 은행 등 금융계를 담당하다 보니 평소 은행들에 쌓였던 불만을 쏟아내는 지인이 적지 않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주제’가 바로 중도 상환 수수료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대출금리도 많이 내렸는데 …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그 덕분인지, 운이 좋았는지, ‘여자라서…’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이 크게 좌초된 적이 아직까지는 별로 없다. 제삿날에 남자 사촌들과 나란히 절했고, 남녀 공학인 학교에서 남학생들과 무난하게 지냈으며, 남자 기자가 여전히 많은 신문사에서 10여 년간 기자 생…
2005년 4월 필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무작정 취재원을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를 열흘간 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 이광재 전 의원이 개입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오일게이트’와 연루된 석유개발 전문가 허문석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한…
“구글 글라스 개발팀은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글로벌 기업 구글의 실적 발표 현장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패트릭 피셰트가 한 ‘고백’이다. “잠시 시간을 갖고 전략을 다듬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족을 붙였지만 사실상 “우리 제품은 실패했다”고 선언한 셈이다. 구글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유승민 원내대표 등 20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취재기자들의 노트북이 차지하는 면적도 크지만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소속 카메라만 50대에 육박해 회의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같은 시간 새정치민주연합도 회의를 하고 있어서 그나…
미인(여성·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뜻하는 3B라는 말이 있다. 이 3B가 광고에 나오면 소비자의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는 TV 프로그램에도 3B가 적용되는 것 같다. 먼저 아기. 최근 한 방송사는 종영했지만 지난달 초까지 지상파 3사…
허튼 감상의 기억이지만 합창이 생활의 유일한 위안인 시기가 있었다. 연주회에 임박해 지휘자가 ‘공연 질을 높이기 위한 제안’을 했고, 거기에 반박해 발길을 끊었다. 개인적인 원망은 남았지만 그가 나쁜 지휘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객석 맨 뒷줄에 앉아 확인한 연주의 질은 어느 때보다 좋…
“아빠, 어린이집에 정말 가기 싫어요.” 며칠 전 30개월 된 아들이 기자에게 말했다. ‘뽀로로’, ‘사탕’ 등 짧은 표현을 주로 구사하던 아들이었는데…. 얼마나 다급했으면 길게 말했을까. 순간 가슴이 멎었다. 당장 어린이집에 찾아갈까. 아니다. 먼저 증거를 잡아야 해. 폐쇄회로(…
“기왕 발표하는 거 2만, 3만 채 이상 내놓읍시다.” 지난달 13일 정부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목표부터 제시하고 밀어붙이자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간의 참여가 필요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