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으면 각기 다른 책 열 권, 스무 권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양(量)’의 독서를 끝내야 한다. 속독 후에 남는 건 단순히 읽었다는 사실뿐이다. 그런 독서는 무의미하다.” 데뷔작 ‘일식’으로 1999년 일본 최고 문…
“끝까지 싸워야죠.” 표현은 비장했지만 휴대전화 속 목소리는 차분했다. 오히려 전화를 건 기자가 머쓱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2년 전 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 피해자 A 씨의 남동생이다. 그와 통화한 것은 2일 서울고법의 판결이 내려진 다음 날이었다. 경찰의 늑장수…
“국정감사를 하기 위해 증인을 부르는 게 아니라 증인을 부르기 위해 국정감사를 하는 것 같다.”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를 지켜본 한 정치권 인사의 촌평이다. 각 상임위원회마다 일반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여야가 일반 …
10년 전 일인데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입사 첫해 추석 당일에 있었던 일이다. 사회부 막내였던 기자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명절 당직을 서고 있었다.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텅 빈 편집국에 앉아 기자는 중얼거렸다. “빨리 와라 내년아. 나도 막내 딱지 떼고 명절날 집에 좀 …
서울 경복궁 옆 삼청동 거리에서 10년째 한옥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카페를 찾는 손님 중에는 “어떻게 하면 카페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럴 때면 이 친구는 이렇게 답한다. “혹시 어디 사놓은 건물이나 부모님에게 물려받을 건물이라…
사진기자라는 직업을 택했을 땐 여러 이유가 있었다. 아름다운 곳을 가볼 수 있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도 작용했다. 실제 자연은 사진기자에게 중요한 취재원이다. 우주에서 벌어진 개기월식도, 피고 지는 꽃의 고운 색깔도, 철새들의 군무가 하늘에 수놓은 아름다운…
7일 삼성전자 3분기(7∼9월) 잠정 실적이 공개됐다. 작년 이맘때보다 60%나 급감한 이익에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언론과 증권시장뿐 아니라 사실상 삼성과 아무 관계없는 보통사람들까지도 삼성, 나아가 국가 경제의 앞날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인터넷 댓글을 봤다. ‘…
부끄럽지만 고백해야겠다. 설마 하겠지만 진짜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4일 남한을 찾은 북한 최고위급 ‘실세 3인방’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TV에 세 분이 자주 나와 얼굴이 낯설지 않다...
그제 저녁 일곱 살 아들과 마트에 가야 했다. 2주 전, 겨우 달랬는데 결국 다시 간 거다. 아들이 꽂힌 건 일본 반다이사의 ‘프테라킹’. 월급쟁이 아빠들 사이에 ‘악명’ 높은 ‘파워레인저’ 로봇 시리즈 중 하나다. 파워레인저와 ‘또봇’, ‘키마’ 시리즈는 예닐곱 살 남자 아이들의…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연단에 서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금융 테러’의 피해자다. 미국 헤지펀드들이 온갖 루머와 음모를 퍼뜨리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
노벨상의 계절이다.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평화상(10일), 경제학상(13일)을 받는 영광의 주인공이 발표된다. 문학상은 매년 목요일에 발표됐던 전례로 볼 때 9일이나 16일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인류와 문명 발전에 기여한 주역을 선정…
너무 심했다. ‘47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동네 운동회’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표현한 것은. 이렇게 큰 동네가, 이렇게 돈 많이 들인 운동회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의장도 ‘진행에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이런 대회를 동네 운동…
화투판의 ‘쌍피’가 아니다. 여기서 쌍피는 ‘쌍방 피해’의 줄임말이다. 싸움이 발생했을 때 ‘누가 먼저냐’에 상관없이 일단 양측을 같은 피해자 신분으로 분류할 때 쓰는 말이다. 이를 가해의 기준으로 표현하면 ‘쌍방 폭행’이다. 고스톱 게임에서 쌍피는 유리한 판세로 이끄는 패 가운데…
슈퍼마켓 사장은 어린 시절 꿈꿨던 많은 장래희망 직업 중 하나였다. 온갖 군것질거리가 가득 찬 곳에서 TV를 보며 일하는 슈퍼마켓 사장이 초등학생 눈에는 ‘꿈의 직업’에 가까웠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주전부리와 생필품 시장을 독점하는 것처럼 보였던 슈퍼마켓 사장은 안정적인 삶을 사는…
“한국의 정치인은 2004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최근 만난 한 중진의원의 술회다. 여기서 ‘2004년’의 의미는 이른바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치자금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당 후원회를 금지하고,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한도를 연 1억5000만 원으로 정하는 등 정치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