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이유가 있나요? 젊은 날, 맹목적 열정에 치여 평정심의 싹을 키우지 못했을 때 나는 홀린 듯 실존주의에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존재에는 이유가 없고, 생은 부조리한 거라는 카뮈의 철학은 나를 애늙은이로 만들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청춘이 지나가고, 맹렬했던 열정이 잦아든 자리…
마음은 몸과 함께 사라지는 그러저러한 환영이 아니라 빛으로 충만한 하느님 자신이라지요? ‘티베트 사자의 서’의 생각입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 따르면 우리는 그 마음에 끌려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마음이 사랑한 여자의 자궁에서 아들이 되었고, 그 여자의 남자에 끌려 딸이 되었습니다…
3년 전 오늘, 능소화 뚝뚝 떨어지던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이 연이어 세상과 작별한 그해에 나는 한 시대가 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살아 보면 산 게 없는 세상, 죽어 보면 죽…
쇼펜하우어가 그랬습니다. 생에의 의지는 맹목적이라고. 그러면 사랑에의 의지는 어떨까요? 2012년판 ‘폭풍의 언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맹목적이지 못해 아프고 또 맹목적이어서 아픈 게 사랑에의 의지일 거라고. 그런데 이상합니다. 예전에 그토록 좋아했던 히스클리프가 더는 매…
어디서나 최고의 권력은 고독합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력을 구걸하는 사람들만 바글거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그야말로 보옥입니다. ‘명상록’의 아우렐리우스, 아시지요? 대로마 제국의 황제이면서, 동시에 스토아학파의 대표적 철학자…
살아보면 시간만큼 상대적인 것도 없습니다. 학창시절은 마디고 더뎠는데, 그 이후론 추락하는 물체처럼 가속도가 붙습니다. 존재는 흔적을 남긴다는데, 물거품처럼 사라진 지난날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요? 쏜살처럼 꿈결처럼 사라져버린 길고긴 시간의 말미에서 묻게 되는 물음은 조용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