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풍수지리상 불길해 언젠가는 옮겨야 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대통령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이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필요하다면서 한 이 말을 들었을 때 이것이 정부 위원회(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책임진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지 의아했다. 풍수지리를 유기체적 자연관…
대법원이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법원개혁안이 그다지 개혁적이지 않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법행정에서 가장 선진적인 제도는 미국식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호했던 개혁은 미국 연방사법회의식 사법행정인 듯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발위)…
기무사령부 세월호 사찰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투신자살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서는 따로 아는 바 없지만 육사 37기가 자부심이 강한 기수라는 점은 알고 있다. 육사 37기 중에는 특전사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있다. 대위 시절의 젊은 그를 군 복무하면서…
과분하게도 법원개혁안을 만드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발위) 위원을 맡고 있다. 난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발위는 가칭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넘겨받고, 사법행정회의에는 법원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발위 위원 10명 중에는 전국법…
미중(美中) 갈등의 와중에 헨리 키신저가 95세의 노구를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됐다. 키신저란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외교(diplomacy)’는 명저라고 여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제의식을 꼽으라면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이다. 공산주의자들과의…
‘양승태 대법원·법원행정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판사가 사법농단 재판을 맡을 경우에만 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블랙리스트를 들고나와 사태를 키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된 판사가 재판을 맡을 경우에도 재판이 공정하겠느냐는 우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할 당시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겸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을 맡고 있던 강우일 주교(현 제주교구장)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교황 방문은 해당국에서의 교회의 존재를 전제한다. 교회에는 신자와 사제가 있어야 하는데, …
스탈린은 1952년 분할 점령 상태의 독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평화노트(Peace Note)’란 걸 제안한다. 독일과의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독일을 통일된 중립국으로 만들되 상호 군대를 철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구의 지도자들은 소…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처음 만난 4월 27일, 난 독일에 있었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독일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다. 몇몇 신문에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손에 이끌려 군사분계선을 넘는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1면에 실렸다. 며칠 머문 것도 아닌데 한 번은 고속도로 휴게…
권력분립의 개념을 근원에서부터 살펴보면 외교에 특별한 위치가 부여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권력분립을 처음 언급한 영국 정치철학자 로크는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으로 나누지 않고 입법 행정 연합(외교)권으로 나눈다. 사법시험 준비하며 달달 외운 박제화된 권력분립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청와대는 얼마 전 ‘제주 난민 수용 반대 청원’이 일자 난민 신청 절차를 없앨 수는 없다며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도 일제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치적 난민이 수립한 망명정부였다”고 답했다. 그때 문재인 정부가 왜 내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기념하려 하는지 비로소 짐작이 갔…
액자(額子) 소설은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소설을 말한다. 기무사 계엄 문건 사태도 비슷한 액자 구조를 갖고 있다. 기무사 계엄 문건의 작성이라는 사건이 있고 이 사건을 둘러싸고 그 문건을 돌출시킨 또 하나의 사건이 있다. 액자는 영어로 프레임(frame)이다. 사…
내가 군 복무할 당시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우리 대대가 속한 30사단은 군단의 예비사단으로서 북한이 남침하면 일단 전투지역전단(FEBA) 델타(D)나 에코(E)에서 방어선을 친 뒤 역습작전을 감행해 전방 1사단을 추월, 임진강을 건너게 돼 있었다. 임진강 도하 이후 어떤 작…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찬(自讚)하는 대북 관계의 성과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지난 10여 년 이래 가장 정확한 정세분석가는 주사파였던 이용대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실험을 환영하는 성명…
동아일보 기획시리즈 ‘왜 프랑스는 처지고 독일은 앞서갔나’ 취재차 지난달 프랑스와 독일을 다녀왔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던 1997년은 독일과 프랑스에도 향후 20년의 진로를 바꾼 중요한 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프란츠 필츠 교수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