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사보타주(sabotage)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노동자의 태업(怠業)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사보타주는 태업과 다르다. 내가 사보타주란 말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된 것은 프랑스 특파원 시절 TV에서 TGV 선로를 누군가 훼손해 열차 탈선의 위험을 초래했다는 뉴스를 봤을 …
“국사를 시험 평가 기준에 넣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교육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말은 실은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국어 영어 수학은 수능 필수 과목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대학과 전공에 따라서는 국어 영어 …
우파 인터넷 논객 변희재 씨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때 두 가지를 생각했다. 변 씨의 말은 맞는 게 반이고, 틀린 게 반이니까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것과 박사학위 논문은 몰라도 석사학위 논문까지 표절시비를 하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그…
국민의 알 권리를 외쳐 온 사람들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에 대해선 유독 국민의 모를 의무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입만 열면 국가안보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사람이다. 그런 이들이 지금 ‘국익 훼손’이라는 명백하지도 현…
미국 하와이대에서 열린 미래학 워크숍에 3주간 참여했다. 3일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은 와이키키 해변의 모아나 서프라이더 호텔에서 거리 쪽으로 난 로비 발코니의 흔들의자에 앉아 보냈다. 로비 안쪽으로부터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고, 호텔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근하도록 되어 있어 드나드는…
복원된 숭례문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신응수 대목장 등 우리 시대 최고의 고수들이 지었으니 솜씨가 모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새것이어서 그럴까. 그런 점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숭례문 성곽이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아 균형감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직…
난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노래 한 곡 들려주는데 웬 사설이 그리 긴 지 짜증이 나서 볼 수가 없다. 악동뮤지션을 처음 본 것은 TV가 아니라 극장에서다. 영화 상영 전 나오는 광고 중 하나가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올아이피(AII IP)라며 노래하는 KT 광고였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왜 국회 자격심사를 통해 제명해야 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두 의원에게는 국민의 위임이 없기 때문이다. 의원 자격심사를 독일에서는 위임심사라고도 한다. 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주권의 일부를 위임받는다. 그 위임이 있는지 심사한다고 해서 위임심사다…
“록스타처럼 세계를 돌아다니며 엄청난 팬클럽을 거느리고 있다.” 동유럽 슬로베니아 출신의 슬라보이 지제크를 두고 영국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한 말이다. 지제크 얼굴을 그려 넣은 티셔츠가 체 게바라 티셔츠처럼 팔리고 ‘국제 지제크 연구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지상에서는 강줄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높은 산에 올라가야 굽이굽이 흐르는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사에도 공중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Skywalk)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한 시대 속에 들어앉아서는 역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왕좌…
최근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월급과는 별도로 100만 원을 매달 현금으로 받는다. 배석판사들은 80만 원씩을 받는다. 명목상으로는 재판과 관련해 쓰는 돈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쓰지 않는다. 그 부장판사의 말인즉 판사가 재판과 관련해 돈 쓸 데…
한때 ‘원초적 본능’처럼 정신분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인기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개발한 정신분석은 일반 정신과 의사들이 사용하는 치료 방법은 아니다. 정신분석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최면을 걸지도 않는다. 그 대신 대화로 치료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올해는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 탄생 300주년이다. 루소 하면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하다. 사회계약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일반의지(la volont´e g´en´erale)’다. 선거란 루소 식으로 말하자면 한 사회의 일반의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일반의지는…
먼저 알아차린 독자도 있겠지만 이 글은 장 자크 루소의 책 ‘루소, 장 자크를 심판하다’의 형식을 빌렸다. 가상의 루소가 현실의 장 자크 루소를 심판하듯 가상의 철수가 현실의 안철수를 심판한다.‘단일화는 헤게모니 싸움’ 인식 부족―안은 사퇴하면서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
민주통합당이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론하는 것이 “일본이 1998년 투표 마감시간을 2시간 연장한 후 투표율이 10%가량 올랐다”는 주장이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 일본에서 투표시간 연장 이후 처음 실시된 2000년 중의원 총선의 투표율은 6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