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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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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01>향긋이 나직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01>향긋이 나직이

    향긋이 나직이 ―앨프리드 테니슨(1809∼1892) 향긋이 나직이, 향긋이 나직이, 서쪽 바다로부터 부는 바람, 나직이 나직이 숨쉬고 불어라. 서쪽 바다의 바람아! 구르는 물결 불어 넘어서 저무는 달 너머로부터 내게 다시 그이를 데려다 주렴. 나의 아기 귀여운 내 아기 잠든 사이에.…

    •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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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00>악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00>악기

    악기 ―도종환(1954∼) 언덕 위에서 누군가 트럼펫을 분다 그때 우리가 불었던 악기도 저런 소리를 냈었다 서툴지만 뜨거웠던 소리 열정이 아니면 음악이 아니라고 믿었던 소리 미숙하지만 노래 한 곡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소리 다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소리 몸속으로 악기소…

    •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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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9>봉숭아 꽃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9>봉숭아 꽃물

    봉숭아 꽃물 ―이상교(1949∼) 봉숭아 꽃물 빨강 꽃물 콩콩 찧어 손톱 위에 두고 열 손가락 끝 호호 무명실로 묶어두었다. 밤사이 꿈속에서 꿈을 깨어 풀어볼 때마다 그대로 흰 손톱 안타까운 흰 손톱. 눈뜨자 곧 풀어보았다. 손톱에 핀 봉숭아 꽃물 바알간 봉숭아 꽃물. 여…

    • 201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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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8>인사동으로 가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8>인사동으로 가며

    인사동으로 가며 ―김종해(1941∼) 인사동에 눈이 올 것 같아서 궐(闕) 밖을 빠져나오는데 누군가 퍼다 버린 그리움 같은 눈발 외로움이 잠시 어깨 위에 얹힌다. 눈발을 털지 않은 채 저녁 등이 내걸리고 우모(羽毛)보다 부드럽게 하늘이 잠시 그 위에 걸터앉는다. 누군가 댕그랑거리…

    •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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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7>인성의 비교급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7>인성의 비교급

    인성의 비교급 ―윤병무(1966∼) 영리한 것보다는 정의로운 게 낫고 정의로운 것보다는 착한 게 낫다 하지만 사상체질(四象體質)도 두 가지쯤 섞여 있듯이 인성(人性)도 짬짜면이라 탄식이 이어진다 정의롭지 못한 영리함의 저속함이여 영리하지 못한 정의로움의 허망함이여 착하지 못한 …

    • 201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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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6>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6>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1962∼)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

    •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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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5>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5>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언니에 대한 칭찬의 말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 우리 언니는 시를 쓰지 않는다. 아마 갑자기 시를 쓰기 시작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시를 쓰지 않았던 엄마를 닮아, 역시 시를 쓰지 않았던 아빠를 닮아 시를 쓰지 않는 언니의 지붕 아래서 나는 안도한다. 언니의 …

    •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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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4>하루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4>하루

    하루 ―윤명수(1941∼ ) 신대방 전철역 아래 도림천 고수부지에는 매주 월요일 새벽이면 뱀이 기어가듯 인간 띠가 늘어선다 꼬부라진 지팡이들이 급식 순번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더러는 노숙을 해가면서 새벽안개로 아침을 때우고 하품을 입에 문 채 시멘트 바닥을 긁고 있다 오늘은…

    •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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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3>풍선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3>풍선

    풍선 ―황학주(1954∼)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있다 아이에게 풍선을 불어 묶어주려다 갑자기 바람구멍이 열리자 풍선이 갯벌 위로 끌려 날아간다 무슨 말을 저리 온몸으로 하나싶어 문득 소름 돋는다 간간이 대화를 하며 뭔가 부풀리다 열려버리는 바람구멍 묵은 …

    • 201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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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2>바다 속 마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2>바다 속 마을

    바다 속 마을 ―함성호(1963∼) 눈이 내리는 속초는 바닷가 덕장에 널려 있는, 푸른 명태의 아가미 근처에 있다 아― 하고 벌린 입 미세한 이빨들 사이로 눈이 쌓이고, 그런 날 겨울 바다는 적막이다 명태 아가리에 소복이 쌓인 산송장 같은 눈을 훔쳐 먹으며 아이들이 빈 그물을 흔들고…

    •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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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1>아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1>아픔

    아픔 ―강정(1971∼ ) 계절을 잊은 눈비가 땀구멍마다 들어찬다 몸 안에 잠자던 운석이 눈을 뜬다 목탁 구멍 같은 뼈마디 사이로 이승이 밀려 나간다 구름들의 뒤 통로에 짓다 만 집 한 채 스스로 불탄다 마지막 입술이 한참동안 떨린다 나부끼는 재(災) 누군가 텅 빈 문을 열고 타다 …

    •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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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0>녹슨 도끼의 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0>녹슨 도끼의 시

    녹슨 도끼의 시 ―손택수(1970∼) 예전의 독기가 없어 편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날카로운 턱선이 목살에 묻혀버린 이 흐리멍텅이 어쩐지 쓸쓸하다 가만히 정지해 있다 단숨에 급소를 낚아채는 매부리처럼 불타는 쇠번개 소리 짝, 허공을 두 쪽으로 가르면 갓 뜬 회처럼 파들파들 긴장을 하던…

    • 2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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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9>나의 방랑(환상)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9>나의 방랑(환상)

    나의 방랑(환상) ―아르튀르 랭보(1854∼1891) 나는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내 외투는 닳아빠져 관념이나 다름없었지. 창궁 아래 걷는 나는, 뮤즈여, 그대의 충복이었네. 오, 랄라, 나는 눈부신 사랑을 꿈꾸었노라! 내 단벌 바지엔 커다란 구멍이 나고, …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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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8>은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8>은혼

    은혼 ―김명인(1946∼) 바닥의 무료까지 지치도록 퍼낼 생(生) 거기 있다는 듯 모든 풍경들 제 색깔을 마저 써버리면 누런 햇빛 알갱이들 강을 싸안고 흩어지는 것 같아 물소리 죄다 흘러 보내더라도 더는 못 가게 마음 방죽 쌓아 너를 가둔다 잎들을 얽으려 할 때 햇살들이 마구 엉겨 …

    •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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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7>겨울이 오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7>겨울이 오면

    겨울이 오면 ―김갑수(1959∼) 겨울이 오면 맑은 얼음장 지쳐가는 낮은 햇살, 겨울이 오면 배달해주게 지난여름에 다 못 쓴 편지, 우연한 사건들과 몇몇의 사람, 오 겨울이 오면 내게 말해주게 사람과 사람이 어긋난 흔적, 몸부림 따위들, 오래 예정된 결말의 느릿느릿한 진행에 끝끝…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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