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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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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6>공터의 사랑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6>공터의 사랑

    공터의 사랑 ―허수경(1964∼)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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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5>물방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5>물방울

    물방울 ―오두섭(1955∼) 시작은 모른 채 여기까지 달려온 길 소매 끝 꽉 붙잡았다 숨죽이며 벼랑 떠받는 바람 시간이 잠시 숨쉬기를 멈춘다 더 이상 터질 곳 없는 꽃의 절정인 듯 절체절명인 듯 빌 공! 사이 간! 목까지 올라온 숨 놓치지 않고 머금고 있다 공간과 시간의 경계를 만…

    • 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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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4>검색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4>검색

    검색 ―오성일 (1967∼) 벌들도 가끔 부부 싸움 하는지 꽃들에게 물어보렴 어떤 감자는 왜 자주꽃을 피우는지 농부에게 물어보렴 바람도 잘 때 잠꼬대를 하는지 떡갈나무 잎들에게 물어보렴 예쁜 아가씨를 지나칠 땐 새들도 날갯짓을 늦추는지 구름에게 물어보렴 해가 바다에 잠길 때 신을 …

    •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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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3>당신의 차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3>당신의 차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차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심재상(1955∼) 헐떡이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기어 올라온 관광버스들이 줄줄이 휴게소로 들어온다. 그늘 한 점 없는 마당 한복판 펄펄 끓는 콘크리트 위에서 그만, 혼절해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 안의 좁은 통로에 몰려나와 팔뚝을 걷어붙인 채 겅중…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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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2>전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2>전어

    전어 ―김신용(1945∼) 참, 동전 짤랑이는 것 같기도 했겠다 한때, 짚불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구워지던 것 비늘째 소금 뿌려 연탄불 위에서도 익어가던 것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이면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 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

    • 20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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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1>가을의 노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1>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폴 베를렌(1844∼1896) 가을날 비올롱의 가락 긴 흐느낌 하염없이 내 마음 쓰려라 종소리 가슴 메여 나 창백히 지난날 그리며 눈물 흘리네 쇠잔한 내 신세 모진 바람 몰아치는 대로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낙엽 같아라 아침저녁으로 날이 차가워졌다. 저 멀리서 착실히…

    •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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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0>토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0>토끼

    토끼 ―유홍준(1962∼) 커다란 귀때기 두 개를 말아쥐고 들어올린다 빨간 눈알 두 개를 들여다본다 하얀 눈밭에서 토끼를 움켜잡은 사람이, 두 귀를 붙잡힌 토끼가, 버둥거린다 허공중에 버둥거리며 네 발을 휘젓고 있다 오오, 누가 귀때기를 움켜쥐고 저울질하듯 한 생명의 전부를 들…

    •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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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9>끈질기게 나를 찾아다니는 전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9>끈질기게 나를 찾아다니는 전화

    끈질기게 나를 찾아다니는 전화 ―고옥주(1958∼) 몇 개의 숫자 속에서 나는 숨지 못한다 무수한 기억을 뚫고 네가 나를 추적해 올 때 뇌세포보다 더 많이 입력된 정보와 영상 사이로 나는 아무 기억도 상상력도 없다 파묻힌 찬 세월 속에 얼음공주 미이라 손가락의 문신처럼 움찔거리며 살…

    • 20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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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8>소매의 자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8>소매의 자세

    소매의 자세 ―이제야 (1987∼) 지내려다가 지나는 때가 있다 너와 지내려다 너를 지날 때, 심장으로 손을 뻗었다가 계절 속으로 너를 집어넣기도 했다 새벽과 지내려다 새벽을 지날 때, 망각을 위한 노래를 부르다 선명해진 악보를 다시 읽기도 했다 한사코 지내려던 것들이 스르르…

    •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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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7>구름에 대하여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7>구름에 대하여

    구름에 대하여 ―엄원태(1955∼) 이 가을엔 구름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구름에 대해서라면 누가 이미 그 불운한 가계의 내력과 독특한 취향까지 세세히 기록한 바 있고 심지어 선물상자라며 하늘수박을 제멋대로 담아본 이도 있다지만, 구름은 뭣보다도 오리무중에 암중모색이 본색…

    •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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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6>삼 분 전의 잠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6>삼 분 전의 잠

    삼 분 전의 잠 ―이장욱(1968∼) 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모래들 내 잠 속에 쌓이고 있었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잠을 추억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잠을 추억하는 자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 201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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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5>10개의 강아지 인형을 지키는 옷장 속의 인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5>10개의 강아지 인형을 지키는 옷장 속의 인간

    10개의 강아지 인형을 지키는 옷장 속의 인간 ―박상순(1961∼)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그대의 창백한 얼굴이 가슴에 있네요. 문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그대의 창백한 얼굴이 발 아래 있네요.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그대의 창백한 얼굴이 등 …

    • 20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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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4>기하학적인 삶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4>기하학적인 삶

    기하학적인 삶 ―김언 (1973∼) 미안하지만 우리는 점이고 부피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구이고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멀어지면서 사라지고 사라지면서 변함없는 크기를 가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칭을 이루고 양쪽의 얼굴이 서로 다른 인격을 좋아한다…

    •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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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3>그 여자의 남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3>그 여자의 남편

    그 여자의 남편 ―테드 휴즈(1930∼1998) 일부러 석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집에 돌아와 싱크대와 수건을 더럽히며 그 여자로 하여금 빨래솔과 빨래판으로써 돈의 완강한 성질을 알게 한다. 또한 어떤 종류의 먼지 속에서 갈증이 생겼고 그것을 풀 권리를 얻으며 어떤 땀을 그가 돈과 바꿨…

    •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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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2>섬진강변에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2>섬진강변에서

    섬진강변에서 ―천금순(1951∼) 비로소 강물은 지리산 고원분지 운봉 땅에 고리를 박고 줄을 매달아 동편제 판소리 한가락으로 흐른다 내가 발자국으로 걸어온 몇 백리 길 거대한 동그라미 하나 그리며 흐르고 흐른다 산내, 운봉, 주천, 구례, 하동으로 싸리꽃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산속…

    • 20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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