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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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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1>기차표 운동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1>기차표 운동화

    기차표 운동화 ―안현미(1972∼)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

    • 201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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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0>없는 나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0>없는 나라

    없는 나라 ―함기석(1966∼ ) 없는 초원에서 없는 말들이 없는 갈기를 휘날리며 없는 꿈길을 달려 내게로 온다 없는 안장에 나를 태워 없는 나라로 간다 없는 나라에 도착해 보니 없는 사람들이 보인다 없는 길들이 보인다 없는 시계들이 걸어다닌다 없는 거울들이 나무들이 걸어다닌다 없…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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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9>보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9>보름

    보름 ―장승리(1974∼) 설익은 감이 옥상 계단 위로 떨어진다 쿵, 쿵쿵 누가 누굴 때리는 소리 같다 자고 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동시에 짖어댄다 썩은 과즙이 누렇게 변색된 감 주위를 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일까 저 달은 썩는 순간부터 눈부셔지는 …

    •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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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8>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8>길

    길 김기림(1908∼?)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 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

    • 201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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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7>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7>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문태준(1970∼)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 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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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6>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6>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백주대낮에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치는 이유 ―문성해(1963∼ ) 이 시절에는요 여자들이 시렁 위에 얹힌 작지만 앙칼진 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데요 여자들이 칼을 들고 설쳐도 암말 못하는 건 지천에 내걸린 풋것들을 오살지게 베어다 서방과 새끼들을 거두기 때문인데요 이 시절에는요…

    •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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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4>오래간만이다 522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4>오래간만이다 522번

    오래간만이다 522번 ―김영승(1958∼ )오래간만이다 522번이 겨울비 내리는 밤나는 실내(室內)에서밖의 너를 본다비 맞는 마을버스를오래간만이다 522번우중(雨中) 마을버스는비행기 같고포장마차 같고선술집 같고선실(船室) 같다17년 전에 처음 타봤지만이번엔 정말 오래간만이다 522번마…

    •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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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3>이력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3>이력서

    이력서 ―오은(1982∼)밥을 먹고 쓰는 것.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나는 잘났고나는 둥글둥글하고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오늘밤에도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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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2>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2>잔

    잔 ―이경례(1962∼)접동길 산 번지에 때죽나무 칵테일바,쏙쏙 입점하였네 느티나무 상호야느티나무 독서실 느티나무 식당느티나무 슈퍼, 나무에잎사귀 달리듯 하지만바람의 기척에도 철렁,가슴 쓸어내리는 꽃숭어리 잔들이물구나무서기로 매달린때죽나무 스탠드바에 앉아이국 향기 물씬한 칵테일, 치치…

    •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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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1>강으로 나간 사람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1>강으로 나간 사람

    강으로 나간 사람 ―조용미(1962∼)아무 일 모르고 강가로 가는 사람은흰 아그배꽃 핀 걸 알게 되고바람부는네시를모르고강가로가는사람은바람 많은 다섯 시를 가지게 되고거북한 속을 달래려 강가로 나가는 사람은,아무 일 모르는 흰 아그배꽃은강가 걷는 걸음걸일 알게 되고바람 많은 강은 바람 …

    •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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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0>사랑의 동전(銅錢) 한 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0>사랑의 동전(銅錢) 한 푼

    사랑의 동전(銅錢) 한 푼―김현승(1913∼1975)사랑의 동전 한 푼위대(偉大)한 나라에 바칠 수는 없어도,사랑의 동전 한 푼기쁘게 쓰일 곳은 별로 없어도,사랑의 동전 한 푼그대 아름다운 가슴을 꾸밀 수는 없어도,사랑의 동전 한 푼바다에 던지는 하나의 돌이 될지라도,사랑의 동전 한 …

    •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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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9>폐선에 기대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9>폐선에 기대어

    폐선에 기대어 ―남진우(1960∼)이른 아침 눈뜨면머리맡에 배 한 척 밀려와 출렁이고 있네찢긴돛폭사이말간햇살들바삭거리며부서져내리고있네그 배 문가에 기대어 놓고바람이 부는 쪽으로 한없이 걸어가하루 종일 이 일 저 일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오면어디론가 가고 없는 배잠들기 전 벽에 등을 기대…

    • 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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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8>어떤 음계에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8>어떤 음계에서

    어떤 음계에서 ―문동만 (1969∼ )자주 자는 집은 컨테이너이거나 달세를 주는 여관방,자주 먹는 밥은 함바집의 백반이었던 그가삼십년 객짓밥으로 얻은 만년 셋방에 곰팡이꽃을 피워놓고 밥상을 차려 기다렸다늘 막막했던 그가 용돈까지 쥐어준다 ‘아무려면 혼자 사는 내가 낫지’가 그의 잠언창…

    •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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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7>사랑 또는 두 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7>사랑 또는 두 발

    사랑 또는 두 발 ―이원 (1968∼)내 발 속에 당신의 두 발이 감추어져 있다벼랑처럼 감추어져 있다달처럼 감추어져 있다울음처럼 감추어져 있다어느 날 당신이 찾아왔다열매 속에서였다거울 속에서였다날개를 말리는 나비 속에서였다공기의 몸 속에서였다돌멩이 속에서였다내 발 속에 당신의 두 발이…

    •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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