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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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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6>한마디의 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6>한마디의 말

    한마디의 말 ―고트프리트 벤(1886∼1956)한마디의 말, 한 편의 글―. 부호로부터 올라오는삶의 인식, 의미의 돌출,태양은 뜨고, 대기는 침묵하네.모든 것들이 그 한마디에 몰리듯 굴러가네.한마디의 말―. 한 개의 빛남, 한 번의 비상, 한 개의 불,불꽃 한 번 튕기고, 흐르는 한 …

    •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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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5>꺼진 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5>꺼진 불

    꺼진 불 ―윤성근(1960∼2011)죽음에 대해서도 농담을 하고내리는 빗줄기를 타고 쿨하게 가고 싶다.의연하게 인격을 지키고 통증을 다스리고칭찬받는 환자이고 싶다. 난처한 물음도 안 던지고회진이 늦어도 불평하지 않고초연하고 싶고, 물러나 있고 싶고, 객관적으로 보고 싶다.누가 한 세기…

    • 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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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4>나의 싸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4>나의 싸움

    나의 싸움 ―신현림(1961∼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외로움이 지나쳐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실패와 실패 끝…

    •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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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3>리미티드 에디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3>리미티드 에디션

    리미티드 에디션―김박은경(1965∼ )통화 중인 명품 실리콘이다 출렁거리는 마놀로 블라닉이다 빛나는 샤넬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임계까지 보톡스다 거꾸로 달려가는 여우다 춤추는 노란 머리 레게 스타일이다 피어싱한 입술의 코카콜라다 속성 발효 중인 근육 속으로 팡팡 터지는 힘줄들이다 권총과…

    • 20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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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2>낡은 유모차와 할머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2>낡은 유모차와 할머니

    이 골목의 아침은 자기 말만 늘어놓고 슬그머니 사라진 흔적들이 나뒹굽니다. 고되고 고된 것들이 뱉어낸 구겨진 말들, 조합해보려고도 했지요. 구겨진 담뱃갑, 카드 영수증, 무가지 뭉치, 대리운전 광고물, 정말이지 지나가고 싶지 않은, 사라지기도 뭐한 좁음과 넓음, 허허벌판, 어디 감당이…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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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1>나의 연봉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1>나의 연봉

    나의 연봉 ―김요아킴(1969∼)세상의 모든 가치는 몸이다월요일 새벽 출근을 서두르는신문 가판대로 비싼 몸을 보았다FA 시장에 나온 거물급의 한 타자프로가 뭔지를 보여 주는 값을1면으로 채웠다땀으로 퇴적된 실력은 범접조차 힘든연봉으로 관중들을 불러 모으고아쉽게 어제 경기를 비긴 나는얼…

    • 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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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0>지우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0>지우개

    지우개 ―김경후 (1971∼ )1자정의 책상엔지우개 또는 얼룩진 종이지우고 지우고 또 지운다한때 사람들은 빵 조각으로 글씨를 지웠지빵이 아니라 망각을 달라2지우개, 외딴 성당의 고해소그것에겐 흙바닥에 떨어진 미사보끊어진 장미 묵주 냄새가 난다어둡게 피 흘리는 기억들내 혀에서 떨어져 가…

    • 201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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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9>아침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9>아침

    아침 ―이상(1910∼1937)캄캄한 공기(空氣)를 마시면 폐(肺)에 해(害)롭다. 폐벽(肺壁)에 끌음이 앉는다. 밤새도록 나는 몸살을 앓는다. 밤은 참 많기도 하더라. 실어내가기도 하고 실어들여오기도 하고 하다가 잊어버리고 새벽이 된다. 폐(肺)에도 아침이 켜진다. 밤사이에 무엇이 …

    •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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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8>발의 고향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8>발의 고향

    발의 고향 ―최문자 (1943∼)내가 나라는 때가 있었죠이렇게 무거운 발도그때는 맨발이었죠오그린 발톱이 없었죠그때는이파리 다 따 버리고맨발로 걸었죠그때는죽은 돌을 보고 짖어 대는헐벗은 개 한 마리가 아니었죠누구 대신 불쑥 죽어 보면서정말 살아 있었죠그때는그때는세우는 곳에 서지 않고맨발…

    •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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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7>모과꽃잎 화문석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7>모과꽃잎 화문석

    모과꽃잎 화문석 ―공광규(1960∼)대밭 그림자가 비질하는깨끗한 마당에바람이 연분홍 모과꽃잎 화문석을 짜고 있다가는귀먹은 친구 홀어머니가 쑥차를 내오는데손톱에 다정이 쑥물 들어마음도 화문석이다당산나무 가지를 두드려대는 딱따구리 소리와꾀꼬리 휘파람 소리가화문석 위에서 놀고 있다 대나무…

    •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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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6>뱀이 된 아버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6>뱀이 된 아버지

    뱀이 된 아버지 ―박연준(1980∼)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얼굴이 간지럽다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반항도 안 하고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처제, 하고 불렀다아버지는 연지를 바르고 시집가는 계집애처럼 곱고천진해 보이기…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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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5>대본 읽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5>대본 읽기

    대본 읽기 ―김창완 (1954∼)햇살 뿌연 회의실에 둘러앉아 대본을 읽는다오리털 파카를 입고 임금을 읽고빨간 추리닝을 입고 대감을 읽는다백정은 운동화를 신었고며느리는 슬리퍼를 달랑거리고 있다대사가 없는 노복은 문자를 보내고 있고조연출은 읽는 사람들을 눈동자로 좇아다닌다공주는 계속 연필…

    •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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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4>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4>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빈센트 밀레이(1892∼1950)활짝 편 손에 담긴 사랑, 그것밖에 없습니다.보석 장식도 없고, 숨기지도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랑.누군가 모자 가득 앵초 꽃을 담아 당신에게불쑥 내밀듯이,아니면 치마 가득 사과를 담아 주듯이나는 당신에게 그런 사랑을 드립니다…

    •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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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3>매의 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3>매의 눈

    매의 눈 ―이학성 (1961∼)언제부턴가 내 눈에 매가 들어와 있다 그것은 내 눈동자 속에서 사납게 이글거린다 하는 수 없이 난 매의 눈으로 세상을 쏘아본다 그러니 다들 내 눈을 피한다 그럴수록 내 눈은 세상 구석구석을 매섭게 찌른다 차갑고 날카로운 매의 눈, 난 그런 눈 따위 바란 …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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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2>지상의 방 한 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2>지상의 방 한 칸

    지상의 방 한 칸 ―이시영(1949∼)신림 7동, 난곡 아랫마을에 산 적이 있지. 대림동에서 내려 트럭을 타고 갔던가, 변전소 같은 버스를 타고 갔던가. 먼지 자욱한 길가에 루핑을 이고 엎드린 한 칸 방. 누나와 조카 둘과 나의 보금자리였지. 여름밤이면 집 앞 실개천으로 웃마을 돈사의…

    •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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