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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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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7>써레봉을 넘어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7>써레봉을 넘어서

    써레봉을 넘어서 ―강영환(1938∼)그대 흥미 없는 생에 무너지고 싶다면흔적도 없이 무너져 훨훨 날아가고 싶다면남도 지리산 동녘 써레봉으로 가서세상을 가르는 칼등을 걸어 보라눈이 상봉을 향하여 갈증을 풀 때 산등은눈부신 쪽으로 몸을 끌어가려 하느니왼쪽은 가물가물 햇살 벼랑이고오른쪽은 …

    • 20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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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6>님의 노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6>님의 노래

    님의 노래 ―김소월(1902∼1934)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

    • 201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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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5>눈썹 ―1987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5>눈썹 ―1987년

    눈썹 ―1987년 ―박준(1983∼)엄마는 한동안머리에 수건을뒤집어쓰고 다녔다빛이 잘 안 드는 날에도이마까지 수건으로꽁꽁 싸매었다봄날 아침일찍 수색에 나가목욕도 오래 하고화교 주방장이새로 왔다는 반점(飯店)에서우동을 한 그릇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눈썹 문신을 한 …

    •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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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4>행복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4>행복

    행복―방민호 (1965∼)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옷 없는 짐승들처럼 골목 깊은 곳에 단둘이 살 때우리는 가난했지만 슬픔을 몰랐다가을이 오면 양철 지붕 위로 감나무 주홍 낙엽이 쌓이고겨울이 와서 비가 내리면 나 당신 위해 파뿌리를 삶았다그때 당신은 내 세상에 하나뿐인 이슬 진주…

    • 201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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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3>멋진 사람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3>멋진 사람

    멋진 사람 ―김승일 (1987∼)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열었어. 짱깨가 철가방에서 너를 꺼냈지. 너는 그렇게 태어난 거야. 고모가 자주 하는 얘기. 나는 그 얘기를 너무 좋아해서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나만 그렇게 태어났지? 이것은 오래된 바람. 내가 배달된 해에, 할아버지가 둘 다 죽…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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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2>이러고 있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2>이러고 있는

    이러고 있는 ―김경미(1959∼)비가 자운영꽃을 알아보게 한 날이다 젖은 머리칼이 뜨거운 이마를 알아보게 한 날이다 지나가던 유치원 꼬마가 엄마한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엄마, 그런다 염소처럼 풀쩍 놀라서 나는 늘 이러고 있는데 이게 아닌데 하는 밤마다 흰 소금염전처럼 잠이 오…

    • 201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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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1>견딜 수 없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1>견딜 수 없네

    견딜 수 없네 ―정현종(1939∼)갈수록, 일월(日月)이여,내 마음 더 여리어져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9월도 시월도견딜 수 없네.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사람의 일들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있다가 없는 것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견딜 수 없네.시간을 견딜 수 없네.시간의 모…

    • 201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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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0>치매 걸린 시어머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0>치매 걸린 시어머니

    치매 걸린 시어머니 ―진효임(1943∼)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대소변을 가리지 못해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대소변도 못 가리시면서 기저귀를 마다하시던 시어머니,꼼…

    • 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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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9>이빨들의 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9>이빨들의 춤

    이빨들의 춤 ―이수명(1965∼)집에 돌아오면 늘 이가 빠졌다. 그는 빠진 이빨들을 화장실 물컵에 넣어 두고는 거울을 보며 텅 빈 입으로 웃었다. 아침이면 그것들을 하나씩 차례로 끼고 외출을 했다.어느 날인가 몹시 피곤하여 돌아온 날 밤 그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을 깼다.…

    • 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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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8>도봉근린공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8>도봉근린공원

    도봉근린공원 ―권혁웅(1967∼)얼굴을 선캡과 마스크로 무장한 채구십 도 각도로 팔을 뻗으며 다가오는 아낙들을 보면인생이 무장강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동계적응훈련 같다는 생각이 든다제대한 지 몇 년인데, 지갑은 집에 두고 왔는데,우물쭈물하는 사이 윽박지르듯 지나쳐 간다철봉 옆에는 허공을…

    • 20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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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7>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7>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김민정(1976∼)만난 첫날부터 결혼하자던 한 남자에게꼭 한 달 만에 차였다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너 그때 버스 터미널 지나오며 뭐라고 했지?버스들이 밤이 되니 다 잠자러 오네 그랬어요너 일부러 순진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너 그…

    •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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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6>해수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6>해수찜

    해수찜 ―노향림 (1942∼)이따금 바다 갈매기들이 하얗게 똥을 떨어뜨린다.그 똥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유리 천장 아래상체를 내놓은 반라(半裸)의 여자들이 모여 찜질을 한다.유황 성분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해수탕질기고 비루한 일상을 벗어버리겠다고바닥에 오체투지 하듯이 납작 엎드려 부…

    • 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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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5>차가운 사랑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5>차가운 사랑

    차가운 사랑 ―정세훈(1955∼)차가운 사랑이먼 숲을 뜨겁게 달굽니다어미 곰이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새끼를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에 왔습니다어린 새끼 산딸기를 따먹느라 어미를 잊었습니다그 틈을 타 어미 곰몰래 새끼 곁을 떠납니다어미가 떠난 곳에새끼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길이 …

    • 20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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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4>그림자 미술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4>그림자 미술관

    그림자 미술관 ―홍일표(1958∼)먼 기억처럼 바삭 마른 그림자살살 긁어보면 피가 배어 나오기도 하는아직 고양이 울음소리가 가느다란 잎맥으로 남아 있는200년 전 그림 속으로 들어간 나비와 고양이가그림 밖으로 나오는 순간저것은 어제 본 나비, 어제 본 고양이일렁이는 그림자의 뿌리는 땅…

    • 201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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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3>절필(絶筆)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3>절필(絶筆)

    절필(絶筆) ―이근배 (1940∼)아직 밖은 매운 바람일 때하늘의 창을 열고흰 불꽃을 터뜨리는목련의 한 획또는봄밤을 밝혀 지새우고는그 쏟아낸 혈흔(血痕)들을 지워가는벚꽃의 산화(散華)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드는단풍으로 알몸을 태우는설악(雪嶽)의 물소리오오 꺾어봤으면그것들처럼 한 번짐승스럽…

    •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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