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기사 441

구독 7

날짜선택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버티는 삶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버티는 삶

    버티는 삶―박상우 (1963∼ )사막과황무지와무인도로 이루어진나의 세계갈증을 견디기 위해서는한 잔의 물만,허기를 견디기 위해서는한 움큼의 먹이만있으면 되고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는인간은 본디 섬이라고믿으면 되느니,그런 삶도그럭저럭 버틸 만하다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深海)에 빠져염통과 뇌…

    • 2012-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6>일어나지 않는 일 때문에 서해에 갔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6>일어나지 않는 일 때문에 서해에 갔다

    일어나지 않는 일 때문에 서해에 갔다―신용목 (1974∼ )저녁이 하늘을 기울여, 거품 바다그득 한 잔이다.속에서부터, 모든 말은 붉다. 불길 몸으로 휘는 파도의혀.돌아와 한 주전자 수돗물을 받았다.이 위로, 몇 척의 배가지나갔을까.불에 올렸다.리듬이 탄력 있게 넘어가는 시다. 시에 …

    • 2012-12-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5>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5>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이창기 (1959∼ )한 사나흘 깊은 몸살을 앓다며칠 참았던 담배를 사러뒷마당에 쓰러져 있던 자전거를겨우 일으켜 세운다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데웬 여인이 불쑥 나타나양조간장 한 병을 사오란다깻잎장아찌를 담가야 한다고잘 있거라처녀애들 젖가슴처럼탱탱한 바퀴에 가뿐한…

    • 2012-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풍경(風磬)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4>풍경(風磬)

    풍경(風磬)―이태수 (1947∼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풍경 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

    • 2012-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매우 드라이한 출산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3>매우 드라이한 출산기

    닥터 박 왜 자꾸 항문 끝에 힘을 주라는 거요 내 지금 비록 네 발 달린 짐승이 되어 침대 위를 기고 있지만 이곳은 분명 산부인과의 분만실이오 그런데 자꾸 항문 끝에 힘을 주라니 날보고 지금 똥을 낳으라는 말이오 똥 아닌 것을 낳으라는 말이오 닥터 박 어쨌든 난 지금 당신 명령에 따를…

    • 2012-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겨우 존재하는 것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2>겨우 존재하는 것들

    겨우 존재하는 것들―유하 (1963∼ )여기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쑥국 먹고 체해 죽은 귀신 울음의 쑥국새,농약을 이기며 물 위를 걸어가는 소금쟁이,주인을 들에 방목하고 저 홀로 늙어가는 흑염소,사향 냄새로 들풀을 물들이며 날아오는 사향제비나비,빈 돼지우리 옆에 피어난 달개비꽃,삶…

    • 2012-11-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1>도감에 없는 벌레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1>도감에 없는 벌레

    도감에 없는 벌레 ―신동옥 (1977∼ )옛 애인에게 받은 속옷을 셔츠를 입고 옛 애인에게 받은 바지를 입고 나선다옛 애인에게 받은 안개를 바람을 입고 옛 애인에게 받은 황사를 입고 나선다변절기(變節期), 잿빛 웃음으로 낱장의 표정을 여미다살갗을 떠나는 각질에 지는 꽃잎 하나씩을 짝짓…

    • 2012-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0>여름의 수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0>여름의 수반

    여름의 수반―이용임 (1976∼ )서성이는 육체나리우는 육체맴도는 육체묽어지는 육체붉어지는 육체환하게 사라지는 육체입김으로 흩어지는 육체한 점으로 떠 있는 육체가장자리가 흔들리는 육체바람을 가둔 육체거울이 되는 육체눈 위에 손을 올리고 기다리는 육체그림자에 빠져 익사하는 육체꽃잎을 얹…

    • 2012-11-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9>소만(小滿)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9>소만(小滿)

    소만(小滿) ―나희덕 (1966∼ )이만하면 세상을 채울 만하다 싶은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조금 빈 것도 같게조금 넘을 것도 같게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내 마음의 그늘도꼭 이만하게는 드리워지는 때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소만(小滿) 지나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 2012-11-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8>지울 수 없는 노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8>지울 수 없는 노래

    지울 수 없는 노래―4·19혁명 21주년 기념시김정환 (1954∼ )불현듯, 미친듯이솟아나는 이름들은 있다빗속에서 포장도로 위에서온몸이 젖은 채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던 시절모든 것은 사랑이라고 했다모든 것은 죽음이라고 했다모든 것은 부활이라고 했다불러도 외쳐 불러도그것은 떠오르지 않는…

    • 2012-11-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7>무쇠 솥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7>무쇠 솥

    무쇠 솥―장석남 (1965∼ )양평 길 주방기구종합백화점수만 종류 그릇의 다정한 반짝임과 축제들 속에서무쇠 솥을 사 몰고 왔다-꽃처럼 무거웠다솔로 썩썩 닦아쌀과 수수와 보리를 섞어 안친다푸푸푸푸 밥물이 끓어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잦아든다그사이먼 조상들이 줄줄이 방문할 것만 같다별러서 무…

    • 2012-11-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6>통박꽃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6>통박꽃

    통박꽃―박경희 (1974∼ )박 중에서가장 가슴에 남는 박은바가지로도 쓸 수 없고죽도 뜰 수 없는통박!쪽박도 면박도통박에 비하면 깨진 박 축에도 못 끼는데마흔이 다 된 게밥물도 맞출 줄 모르느냐고고두밥도 모자라 쌀이 씹힌다고국수는 오래 삶아야 속까지 익지예산 국수 공장에서 금방 뽑아 …

    • 2012-11-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5>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포루그 파로흐자드(1935∼1967)나의 작은 밤 안에, 아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나의 작은 밤 안에적막한 두려움이 있어들어 보라어둠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들리는가나는 이방인처럼 이 행복을 바라보며나 자신의 절망에 중독되어 간다들어보라어둠이 바람에…

    • 2012-11-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기러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4>기러기

    기러기―김태형 (1970∼ )이제 막 도착한 듯 한시름 놓아 날고 있는 기러기떼를 올려다봅니다한 해에만도 일만 킬로미터쯤 날아간다지요 아마그들이 날아온 그 뒤쪽이 아득합니다살아갈 힘을 다해 우랄 산맥을 두고 온 그쪽 하늘은그러니까 내겐 헤아릴 수 없는 거리입니다그 옛날 어느 밀교승은 …

    • 2012-1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3>세상 끝의 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3>세상 끝의 봄

    세상 끝의 봄―김병호 (1971∼ )수도원 뒤뜰에서견습 수녀가 비질을 한다목련나무 한 그루툭, 툭, 시시한 농담을 던진다꽃잎은 금세 멍이 들고수녀는 떨어진 얼굴을 지운다샛길 하나 없이봄이 진다이편에서 살아보기도 전에늙어버린, 꽃이 다 그늘인 시절밤새 혼자 싼 보따리처럼깡마른 가지에 목…

    • 2012-11-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