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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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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2>월동준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2>월동준비

    월동준비―최영미 (1961∼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도시의 불빛.바람에 날리는 쓰레기.인간이 지겨우면서 그리운 밤.애인을 잡지 못한 늙은 처녀들이미장원에 앉아 머리를 태운다지독한 약품냄새를 맡으며점화되지 못한 욕망.올해도 그냥 지나가는구나내 머리에 손댄 남자는 없었어.남자의 손길이 …

    •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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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1>모래밭에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1>모래밭에서

    모래밭에서―이진명 (1955∼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갑자기 알아차리게 된 이즈음외롭고 슬프고 어두웠다나는 헌것이 되었구나찢어지고 더러워졌구나부끄러움과 초라함의 나날모래밭에 나와 앉아 모래장난을 했다손가락으로 모래를 뿌리며 흘러내리게 했다쓰라림 수그러들지 않았다모래는 흘러내리고 흘…

    •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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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0>그대가 없다면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20>그대가 없다면

    그대가 없다면―미겔 에르난데스(1910∼1942)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고약한 가시다발일 뿐입니다.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가득 채우는그대의 붉은 입술이 없다면내 입술도 없습니다.그대가 없다면 내 마음은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 201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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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여행자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9>여행자

    여행자―전동균(1962∼)일찍이 그는 게으른 거지였다한 잔의 술과 따뜻한 잠자리를 위하여도둑질을 일삼았다아프리카에서 중국에서그리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왕으로 법을 구하는 탁발승으로몸을 바꾸어 태어나기도 하였다하늘의 별을 보고땅과 사람의 운명을 점친 적도 있었다세월이 흘러 지금은 눈먼…

    •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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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모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8>모기

    모기―김형영 (1944∼ )모기들은 날면서 소리를 친다모기들은 온몸으로 소리를 친다여름밤 내내저기,위험한 짐승들 사이에서모기들은 끝없이 소리를 친다모기들은 살기 위해 소리를 친다어둠을 헤매며더러는 맞아 죽고더러는 피하면서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모기들,모…

    • 20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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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7>노모(老母)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7>노모(老母)

    노모(老母)―전연옥 (1961∼ )스타킹은 문갑 위에 있다거 봐라 내 뭐랬니이게 출근이냐 전쟁이지내일 모레면 너도 이제 서른인데다닐 때 안경 벗지 말고또릿또릿 잘 보고 다녀야 한다참내, 구둣솔은 네가 들고 있잖니전철 안에서 또 졸지 말고건널목에서도 좌우 잘 살피고 다녀라어린애가 아니니…

    •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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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6>해피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6>해피

    해피―우영창 (1956∼ )해피가 짖는다왜 네 이름이 해피였는지궁금하지 않았다한쪽 귀가 짜부라져 해피인지다리 하나가 절뚝거려 해피인지해피인 채로 내게 건너와너는 나의 해피가 되었다지금도 네 이름이 해피인지는알 길이 없다가끔은 무섭도록 네가 보고 싶다우리에겐 깊은 공감이 있었다세상은 그…

    • 201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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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네온사인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네온사인

    네온사인―송승환 (1971∼)저무는 태양이 차례로 회전문 통과한 사람들 그림자를 붉은담장에 드리운다 갓 돋아난 초록 이파리 검게 물들어간다 곧장침대로 가기 꺼려하는 여인은 포도주의 밤을 오랫동안 마신다공장 폐수를 따라 하얗고 둥근 달은 강으로 흐른다 언제나 우리들은 그 가늘고 긴 새벽…

    • 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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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라벨과 나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4>라벨과 나

    라벨과 나―김영태(1936∼2007)내 키는 1미터 62센티인데모리스 라벨의 키는 1미터 52센티 단신(短身)이었다고 합니다라벨은 가재수염을 길렀습니다접시, 호리병, 기묘한 찻잔을 수집하기화장실 한구석 붙박이나무장 안에 빽빽이 들어찬향수(香水) 진열 취미도나와 비슷합니다손때 묻은 작은…

    •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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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방을 보여주다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3>방을 보여주다

    방을 보여주다―이정주(1953∼)낮잠 속으로 영감이 들어왔다. 영감은 아래턱으로 허술한 틀니를 자꾸 깨물었다. 노파가 따라 들어왔다. 나는 이불을 개켰다. 아, 괜찮아. 잠시 구경만 하고 갈 거야. 나는 손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골랐다. 책이 많네. 공부하는 양반이우. 나는 아무 말 …

    • 201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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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수화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2>수화

    수화―김기택(1957∼ )두 청년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승객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버스 안이었다.둘은 지휘봉처럼 떨리는 팔을 힘차게 휘둘렀고그때마다 손가락과 손바닥에서는새 말들이 비둘기나 꽃처럼 생겨나오곤 하였다.말들은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나는 눈으로 탁구공을 따라…

    •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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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실없이 가을을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1>실없이 가을을

    실없이 가을을―나해철(1956∼ )밥집 마당까지 내려온 가을을갑자기 맞닥뜨리고빌딩으로 돌아와서일하다가먼 친구에게 큰 숨 한 번내쉬듯 전화한다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나눈다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도나눌 수 있다니좋다고불현듯 생각한다가을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와 있어서그를 그렇게라도 보내…

    •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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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눈물 소리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0>눈물 소리

    눈물 소리―이상희 (1960∼ )오래 울어보자고몰래 오르던 대여섯 살 적 지붕새가 낮게 스치고운동화 고무창이 타도록 뜨겁던기와, 검은 비탈에울음 가득한 작은 몸 눕히고깍지 낀 두 손 배 위에 얹으면눈 꼬리 홈 따라 미끄러지는눈물 소리 들렸다- 울보야, 또 우니?아무도 놀리지 않던눈물 …

    •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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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낙엽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낙엽

    낙엽―레미 드 구르몽(1859∼1915)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해질 무렵 낙엽…

    • 20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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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얼어붙은 발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얼어붙은 발

    얼어붙은 발―문정희(1947∼ )큰 거울 달린 방에 신부가 앉아 있네웨딩마치가 울리면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향해곧 첫발을 내디딜 순서를 기다리고 있네텅 비어 있고 아무 장식도 없는 곳한번 들어가면 돌아 나오기 힘든 곳을 향해다른 신부들도 그랬듯이 베일을 쓰고순간 베일 속으로 빙벽이 …

    •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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