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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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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3>선물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3>선물

    선물 ―정다혜(1955∼ ) 갱년기 우울증으로 한동안 소식 끊겼던 친구,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어 첫눈처럼 찾아왔지 뭐예요. 깍쟁이 그 친구 갈빗집에서 밥까지 샀어요. 그 이유가 궁금한데도 그냥 싱글벙글 했지요.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무슨 비법이 있는지 따지듯이 묻자 마지못해 입을 열듯…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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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2>춘신(春信)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2>춘신(春信)

    춘신(春信) ―유치환(1908∼1967)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

    •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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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1>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1>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신현림(1961∼ )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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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0>꽃 보자기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0>꽃 보자기

    꽃 보자기 ―이준관(1949∼ )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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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9>생각의 사이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9>생각의 사이

    생각의 사이 ―김광규(1941∼ ) 시인은 오로지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오로지 정치만을 생각하고 경제인은 오로지 경제만을 생각하고 근로자는 오로지 노동만을 생각하고 법관은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고 군인은 오로지 전쟁만을 생각하고 기사는 오로지 공장만을 생각하고 농민은 오로지 농사만…

    •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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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8>잘 익은 사과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8>잘 익은 사과

    화자는 자전거를 타고 고향마을을 고샅고샅 도는 중이다. 때는 추수가 끝난 가을. 길가 풀숲에서는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들리고, 정미소 앞에는 ‘실려 온 나락들’이 쌓여 있다. ‘치르르치르르’, 화자가 탄 자전거 바퀴 도는 소리가 읍내의 한적함에 정밀한 고요를 더한다.…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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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6>송가(送歌)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6>송가(送歌)

    송가(送歌) ―이재무(1958∼) 모두들 그렇게 떠났다 눈결에 눈물꽃송이 몇 개 띄운 채 입으론 쓸쓸히 웃으면서 즐거웠노라고 차마 잊을 순 없겠다는 말 바늘 끝 되어 귓속 아프게 하고 인연의 매듭 풀면서 가늘게 떠는 어깨 두어 번 두드리고 떠난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아…

    •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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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6>바람에게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76>바람에게

    바람에게 ―김지하(1941∼ ) 내게서 이제 다 떠나갔네 옛날 훗날도 먼 곳으로 홀가분하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네, 남은 것은 겉머리 속머리 가끔 쑤시는 짜증뿐 빈 가슴 스쳐 지나는 윗녘 아랫녘 바람소리뿐 내게서 더는 바랄 것 없네 버리려 떠나보내려 그토록 애태웠으니 바랄 것은 …

    •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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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 행복한 시읽기]<375>동질(同質)

    [황인숙 행복한 시읽기]<375>동질(同質)

    아름다운 에피소드다. 불특정 다수에게 유독가스 같은 ‘악플’을 살포하면서 제 아까운 삶을 하찮게 만들고 남의 정신과 감정을 시들게 하는 이들이여, 스마트폰에 이런 훈풍이 불기도 한다오. 실수를 깨달은 뒤에 젊은이는 모르는 이가 보내온 답장으로 세상을 향해 한결 따뜻한 감정을 품을 테다…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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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 행복한 시읽기]<374>물리치료

    [황인숙 행복한 시읽기]<374>물리치료

    어깨 통증으로 정형외과에 가면 시의 첫 연에 그려진 물리치료를 받으리라. ‘나는 데워진다’ ‘따뜻하고 어지럽다’ ‘시원하고 아프다’ ‘찌릿찌릿하고 간지럽다’. 물리치료사가 처치하는 과정에 따르는 감각을 사실 그대로 진술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관능적 쾌감을 겹쳐 떠오르게 하는 효과를 의도…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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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 행복한 시읽기]<373>새들은 아직도……

    [황인숙 행복한 시읽기]<373>새들은 아직도……

    봄이 아직 저만치 먼데 ‘아스팔트 사이 사이/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집을 짓는 새에게 ‘휘영청’ 쏟아지는 시인의 마음이다. ‘된바람 매연’, ‘포클레인 드르륵 놀이터 왕왕시끌’, 하늘도 부연 이 서울에서 ‘아직도/정말 아직도 집을 짓는구나’! 도무지 살 만하지 않을 이 인간 세상…

    •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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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2>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2>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최정례(1955∼) 여자는 빨래를 넌다 삶아 빨았지만 그다지 하얗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너야 햇빛이 동쪽 창에서 서쪽 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자는 서쪽으로 옮겨 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살기를 선택한 것은 바로 너야 그러나…

    •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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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1>옛날 생각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1>옛날 생각

    첫 시집 ‘이상한 나라’를 내고 시단을 떠난 듯했던 시인이 27년 만에 낸 시집 ‘슬픈 암살’에서 옮겼다. 평론가 우찬제는 시집 해설에서 ‘이능표 시인이 돌아왔다’는 서두로 시인의 귀환을 반긴다. ‘서정적 열정’과 ‘예민한 스타일’의 시인이 ‘삶의 진실에 대한 그리움, 정녕 인간적인 …

    •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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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0>은는이가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370>은는이가

    은는이가 ―정끝별(1964∼ ) 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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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68>꽃 핀 나무 아래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68>꽃 핀 나무 아래

    꽃 핀 나무 아래 ―주원익(1980∼ ) 우리가 마지막으로 내뱉어야 했던 관념의 오물들이 관념으로 뒹굴고 있다 흰빛,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그것은 때때로 달아나고 미소 짓고 불을 가져온다 강물은 낮을 가로지르고 밤을 위해 잠들었다 돌무더기를 끌고 발자국을 지우며 물소리 들리지 않는…

    •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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