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배경은 초등학교 교장실 밖의 복도. 눈에 멍이 들고 무릎에 반창고를 붙인 여자아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림 오른쪽의 열린 문 사이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젊은 여성은 담임교사이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교장이…
미국의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초상사진이다. 당시 메이플소프는 에이즈에 걸려 임종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예술의 주제로 삼았다. ‘살아있는 죽음’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정교하게 화면을 연출했다. 죽음의 색깔인 검은 스웨터를…
작품 가격이 예술성을 검증하는 잣대가 되어버린 시대에 중국 현대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하는 쩡판즈가 이런 말을 했다. “내 그림값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세속적인 성공을 멀리하고 예술세계에 빠져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쩡판즈는…
19세기 미국 화가인 윈즐로 호머는 ‘가장 위대한 해양화가, 미국 최고의 수채화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호머는 어떻게 미술사의 기네스북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을까? 해답은 두 젊은 어부가 상어낚시를 하고 있는 그림이 말해준다. 이 그림의 특징은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미술계의 혁신 세력인 인상주의 화가들의 우상이었다. 시대정신이 담긴 현대적 그림을 그린 최초의 화가이기 때문이다. 파리 서북쪽 센 강변의 아르장퇴유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젊은 남녀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마네가 현대적인 그림의 시조(始祖)라는 …
전쟁은 미술에서 가장 오래되고 인기 있는 주제 중의 하나였다. 전통적인 전쟁화에는 애국심을 자극하거나 영웅적 희생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그려졌다. 즉 전쟁화는 승자의 권력과 힘을 과시하는 정치선전 도구였다. 그러나 제1,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예술가들은 연출된 전쟁화가 아닌 전쟁의 실…
독일의 위대한 판화가 케테 콜비츠는 전쟁일기(1941년)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철없는 망아지처럼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 베를린의 소년들을 한 여자가 저지한다. 늙은 여자는 자신의 외투 속에 소년들을 숨기고서 그 위로 팔을 힘차게 뻗어 감싸고 있다. “씨앗들이 짓이겨져서…
다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스토닝(The Stoning of Soraya M)’에 나오는 잔혹한 이야기다. 호메이니 정권 시절인 1986년, 이란의 한 시골마을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간통 누명을 덮어쓴 여인 소라야는 양손이 묶이고 하반신은 땅에 파묻힌 채로 마을 …
이 그림은 현대미술의 황제로 불리는 피카소의 작품 가운데 최고가다(약 1720억 원). 왜 그토록 비싼 값에 팔렸을까? 피카소의 그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림 속 모델은 피카소의 연인 마리테레즈 왈테르다. 피카소는 46세인 1927년, 길거리에서 만난 18세…
20세기 중반까지 여성 예술가에게 에로티시즘은 금기의 영역이었다. 여성은 남성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대상이었을 뿐 성적 주체가 아니었다. 만일 여성 예술가가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을 창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마디로 인격적 자살이다. 즉 사회적 매장을 각오해야 한…
대다수의 사람이 그림은 눈으로 보고 음악은 귀로 듣는다. 그런데 공감각형 예술가들은 그림에서 음악소리를 듣거나 음악에서 색채나 형태를 보기도 한다.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는 회화와 음악을 융합한 대표적 예술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정물화에는 청각을 시각화한 뒤피 화풍의 특징이 …
사진 조작이나 합성이 아닐까? 숲속 공원 꽃밭 위에 떠 있는 남자를 찍은 사진은 이런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사진 속의 남자는 오직 자신의 의지와 힘만으로 공중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뒤로 공중제비를 도는 남자는 파슨스 댄스 컴퍼니의 무용수인 제이슨이다. 미국의 사진작가인 조던 매…
가끔은 인터넷도 끄고 휴대전화도 끄고 스스로 고립되고 싶어진다. 자신만의 은신처에서 남을 위해 사용하던 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쓰고 싶어진다. 세상과 거리를 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읽기다. 독서는 번잡한 일상의 소음을 차단해주는 방음벽 역할을 한다. 침묵의 공간에서 …
황금빛 밀밭 위로 자고새(꿩과)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림에서 초여름의 햇살과 열기, 밀밭 사이로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일렁이는 바람의 감촉이 느껴진다. 심지어 새의 퍼덕이는 날갯짓 소리까지도. 이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린 화가는 뜻밖에도 광기의 화가로 알려진 반 고흐다. 고…
백인 여성이 흑인 쌍둥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이 작품, 한눈에 보아도 파격적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백인 여성이 쌍둥이의 엄마라면 아빠는 흑인일까? 아니면 모유가 부족한 아기를 위해 고용된 현대판 젖어머니일까? 게다가 여자는 왜 치마 끝이 불에 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