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수업 중 선생님의 발언이 좌편향이라며 녹음을 해 선관위와 국정원에 고발하고, 대학생들이 진보정치인의 교내 강연을 반대해 무산시키고,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북한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를 공개하자 온라인에서 ‘간첩명단’이라며 신상털기가 벌어지고…. 묘하지 않은가. …
서언(序言) 옳고 그름은 당사자가 깨닫는 게 최선이요, 그게 안 되면 제3자가 판단하고 당사자가 인정하는 게 차선이라. 세상 이치가 그리도 간단한데 요즘 한일 관계는 최악이니 이 무슨 조화인가. 답답함 속에 깜빡 잠이 들어 묘한 곳에 이르니 한 건물에 ‘금수회의소(禽獸會議所)’라는…
엄청난 스캔들의 장본인은 넋이 나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버릇이 하나 생긴다.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과 불리한 사실을 몽땅 늘어놓고 비교해 보는 버릇이다. 사실만이 아니라 온갖 여건, 분위기까지 무게를 단다. 그 짓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하는데, 할 때마다 결과가 널을 뛴다…
나는 무라야마 담화라고 합니다. 국적은 일본이고 패전 50주년이던 1995년 8월 15일이 내 생일입니다. 목적이 ‘사죄용’이어서 축복받고 태어나진 못했습니다. 그나마 1955년 이후 줄곧 일본을 지배해온 자민당의 단독 정권이었다면 세상 구경도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이웃에게 잘못한…
바다를 책임져야 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말 어렵사리 미지의 바다 앞에 섰다. 혼자가 아니다. 그의 옆에는 대통령도 함께 섰다. 그의 바다경영 성적표는 곧바로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다. 끝까지 그를 내치지 않은 대통령도 옷자락 젖는 것쯤은 각오하고 있을 터…
권력은 종종 필연을 우연이라 우기고, 우연을 필연이라 주장한다. 전자는 책임을 회피할 때, 후자는 업적을 부풀릴 때 자주 그런다. 대통령비서실장의 ‘17초 대독(代讀) 사과’는 앞의 경우다. 필연이 분명한 ‘인사 참사’를 우연처럼 뭉개려 했으니 ‘사과 참사’가 필연이다. 사과 참사는 …
‘손자병법의 달인’도 자기 전쟁에서는 무참하게 패퇴했다. ‘별 넷’을 달기까지의 40년은 화려했으되 그 8분의 1인 전역 후 5년의 흠결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군인은 군복을 벗은 후에도 혁대를 너무 풀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상처투성이로 무대에서 내…
1. 아스라해지는 어제뭐든지 빠른 세상 망각도 못지않다그때는 불에 덴 듯 마디마디 아팠는데우리네 기억은 벌써 희미하다 말한다돌이켜보면 이름만 동일본, 세계가 흔들렸다“日열도, 경악…공포…혼돈…비탄…”글이 못 따라가는 참경은 뉴스를 초월했다재난은 인간을 발가벗기고 통곡을 강요한다그들은 …
오늘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축하할 일인데, 기자로서는 걱정이 많다. 그의 철통보안 의식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 때도 버거운 상대였는데 진짜 대통령이 됐으니 얼마나 더 힘들게 할지. 그렇다고 기자들도 손발 묶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뭔가를 캐내는 …
막이 내렸다. 기립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배우들은 몇 번이고 무대 위로 다시 나와 인사했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 올려진 재일동포 정의신 작·연출의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1월 30일∼2월 3일)엔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나에게…’는 분명, 일본인들에게는 불편한 연극이다. …
‘1朴 2文.’ 문용린을 서울시교육감으로 만들기 위해 뛰었던 사람들만의 은밀한 구호다. 대통령은 1번 박근혜를 찍고, 교육감은 2번 문용린을 찍으라고 주변사람들을 독려하라는 뜻이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바닥도 그랬지만 문 후보도 못지않…
일본 뉴스가 늘어나봤자 좋을 일이 없다더니 요새가 꼭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아베 신조 총리의 등장 이후 한일관계를 좀 아는 사람치고 말하지 않고, 글 쓰지 않은 이가 없다. 그렇다고 똑 부러지게 해결된 것도 없다. 이번 갈등은 왠지 오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