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이 검정이던 중고교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게 1973년 6월 23일이다. 이틀 후 동아일보는 ‘각계의견’이라며 반대 3명, 찬성 1명의 견해를 실었다. 한 명은 이렇게 반대했다(부분 발췌). “나는 국사가 획일적으로 되는 것에 반대한다. 다양성을 말살하…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하나같이 급하다.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대학과 졸업생의 질은 급락하고 있으며, 길러내야 할 인재상은 급변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비판은 급등하는데 요구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급습을 당한 대학은 살길을 찾느라 급급하다. 교육부는 급거 평가를 통…
북한의 지뢰 도발은 기자를 35년 전 이등병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북한의 목함지뢰로 중상을 입은 우리 병사 2명이 속한 부대가 당시 기자가 근무했던 바로 그 부대여서다. 자대 배치 후 고참들에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는 것이었다. 큰비가 내리면 북측 …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와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 중 어느 쪽이 국내외의 관심을 더 끌었을까. 단연 아베 담화였다. 그러나 기자는 경축사의 일본 관련 대목에 주목한다. 대통령의 절제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역사관이나…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해킹 의혹을 받다가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빈소를 찾아간 사진을 접하는 순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점이라 ‘몸보신’을 생각했을 법도 한데…. 나중에 이 원장이 ‘비록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의 죽음은 한 인간의 비극이자 …
언어도 음식이나 음악과 같아서 어떤 단어를 듣는 순간, 추억의 한 자락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가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별명이라는 ‘무대(무성 대장)’도 그렇다. 나는 ‘무대’라는 말을 들으면 고우영의 만화 ‘수호지’에 나오는 ‘무대’가 떠오른다. 1973, 74년 스포츠신문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흘 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발언에 예의를 갖춰 달라”고 했다. 그의 주문은 야당 의원들을 향한 것이지만,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으로부터 강력하게 사퇴 압력을 받고 있지만 ‘내 할 일은 하겠다’는 무의식의 의식적 발로는 아니었…
50년 전 오늘은, 박정희 정권이 국민의 격렬한 반대를 계엄령으로 눌러가며 한일기본조약에 서명했던 날이다. 그 후 50년, 한일 양국은 소위 ‘65년 체제’ 속에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양국의 갈등이 다변화, 장기화, 구조화, 국제화하면서 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MERS)가 한국에서 확산되는 양상을 보면 메르스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한국이기적호흡기증후군, 케르스(Korea Egocentric Respiratory Syndrome·KERS…
“한국과 일본이 왜 굳이 잘 지내야 하느냐.” 이 질문을 요즘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종종 듣는다. 엉뚱하기도 하고, 원론적이기도 한 이런 질문은 받으면 전문가들도 일순 당황한다. 당위로서 원만한 한일관계를 상정하고 갈등분석과 대응방안만을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계가 내놓…
“스물넷. 나는 지금의 우리를 민달팽이라 부르고 싶다. 숨을 껍데기 하나 없이 온몸으로 세상을 기어가야만 하는 민달팽이. 비와 눈, 모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느릿느릿 기어가야만 하는 숙명을 짊어진…. 제대로 앞을 볼 수 있는 눈도, 온전히 세상 속에서 버텨낼 두 다리도 없이 미끌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상·하원 합동연설은 실망스럽다.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도 없었고, 위안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8월 15일에 나올 ‘아베 담화’의 예고편 같아 불길하다. 그렇지만 이제 그의 말에 일희일비하는 일은 졸업했으면 싶다. 언제까지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것…
참으로 극적이다. 호기롭게 부패척결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공수(攻守)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희극적이고, 집권 3년 차에 신발 끈을 조여 매다 발목지뢰를 밟아 걷기도 힘들게 된 것은 비극적이다. 이완구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패척결을 선언한 직후 ‘부패척결 선언, 찬…
1월에 일본의 한 유명 대학 교수로부터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화장실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어서 ‘설마, 그럴 리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유를 물으니 ‘친구 없이 혼자서 밥 먹는 모습을 보이…
‘부패 척결’은 어느 정권이 깃발을 들어도 박수받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언제 시작해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부패 척결’조차도 성과는 늘 부분적이고, 한시적이다.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 그저 ‘공천 비리 사건’이니 ‘율곡 비리 사건’이니 하며 일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