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년 일본 에도막부는 기독교 금지령을 내리고 기독교 신자(기리스탄)를 색출하기 위해 ‘후미에(踏み繪)’라는 것을 만들었다. ‘밟는 그림’이란 뜻이다. 막부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나 성모 마리아 모습을 새긴 금속이나 나무판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망설이거나 밟지…
장관의 직무 능력을 평범한 국민이 평가하는 건 힘들다. 평가를 한다고 해도 인상비평이 되기 쉽고, 그런 시도조차 많지 않았다. 장관에 대한 평가를 종종 그 부처에 속한 공무원들의 품평에 의존하는 건 그래서다. 역대 교육부 장관(문교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포함) 중…
교육계에 논쟁거리가 또 하나 등장했다. 정부가 내년 2학기부터 600명, 2017년까지 3500명을 채용하겠다는 ‘시간선택제 교사’ 정책이다. 시간제 교사는 법정근로시간의 절반인 하루 4시간만 근무하고 임금은 그만큼 덜 받는다. 신분은 전일제(全日制) 교사처럼 정규직이고 정년과 각종 …
생각은 자유지만 표현은 자유가 아니다. 표현이 오해를 빚는다면 1차적 책임은 화자(話者)에게 있다. 처음 이해한 뜻이 나중의 해명보다 사실에 더 부합하는 경우도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미국은 계속 한국에 베팅할 것”이라거나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건 …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늦가을, 이 나무도 앙상하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주면서 살아온 때문이다. 아니, ‘아낌없이’라는 말만으로는 실례다. 자기 살까지 베어 먹이며 눈물겹게 섬겨 왔다는 헌사가 어울린다. 그러나 이 나무는 내년 봄에 다시 잎을 피우리라는 기약이 없다. 고사(枯死) …
지난주 일본 경제단체들이 한국 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잇단 승소 판결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경제관계를 우려한다’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강력한 항의로 보는 게 맞다. 한국에서는 일본 경제계가 우리 사법부를 압박한다,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깼다고 비난하지만 오래전…
전교조에 대한 대접이 영 시원치가 않다. 전교조로서는 청천의 벽력같은 일을 당했는데도 동정하는 목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매스컴의 보도 태도도 예전 같지 않다. 해직자 9명을 내치지 못해 5만9828명이…
“구조적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의 주권 회복이 필요하다. …도쿄의 중앙정부는 오키나와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지 않다. 오키나와 대표가 참가하지 않은 합의에 오키나와인이 구속당할 이유는 없다.”(12일자 류큐신보 3면)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
1986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오후, 신일고교 학생 수백 명이 운동장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제보를 받고 급히 달려갔지만 시위는 이미 끝물이었다. 그때 제일 높은 운동장 스탠드에 서서 얼마 남지 않은 학생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사람이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이날 시위는 이 사람을 보…
세상사, 모두 결말을 보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 논란은 끝을 봐야 정리될 문제다. 저급한 호기심에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의 성격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친자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한 채 총장을 둘러싼 갈등설 외압설 음모론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소…
늘 이용하던 활터에 갔는데 과녁의 위치가 바뀌어 있고, 그것도 예전보다 맞히기 힘든 구석진 곳으로 옮겨져 있다면…. 새 과녁의 위치가 다른 활터와 약속한 룰에도 맞지 않아 원상회복을 요구했지만 새 과녁이 뭐가 문제냐고 꿈쩍도 않고 버틴다면…. 한국을 궁수, 일본을 과녁이라 치면 …
한일 공동 월드컵의 열기로 두 나라가 들썩이던 2002년 여름, 일본 오사카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남자와 일본 기자가 필담을 나눴다. 환자는 식도암 수술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필담 중 일부. ―‘리틀 서울’이라고까지 불리는 도쿄의 신오쿠보에서는 일한의 젊은이가 월드컵을…
중국은 북한에 대한 낯빛을 바꿨는가.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정부, 학계, 언론은 이 화두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때까지도 북한을 두둔하던 중국이 유독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에 매를 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발단이다. 이 논쟁의 저변…
4대강 사업은 절대로 깨끗하지 않다. 22조 원이 들어갔으니 파리가 꼬이고도 남을 대형 사업이다. 냄새가 나니 감사도 하고 수사도 한 것 아닌가. 나랏돈 빼먹고, 짬짜미해서 부실공사하고, 비리에 눈감은 건설회사나 공무원이 있다면 샅샅이 찾아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의혹이 새로이 드러…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화려했다. ‘대통령 박근혜’라는 무게에 더해 ‘인간 박근혜’의 인기도 성공을 견인한 게 분명해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후 가장 뿌듯한 3박 4일이었을 것 같다. ‘윤창중 벼락’을 맞은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이번 회담이 더 돋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