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참석한 남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일행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여자가 팔을 홱 잡아 빼고는 혼자 걸어간다. 당황한 남자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본다. 뭘 잘못했는지 머릿속을 검색해보지만 데이터를 찾는 데 실패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남자 그룹과 여자 그룹이…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집 ‘오 해피데이’에 이런 단편이 있다. 한 샐러리맨이 아내와 별거에 들어간다. 텅 빈 아파트에 남겨진 남편은 집 안을 고급 오디오와 홈시어터, DVD, 옛날 음반, CD 등으로 채워놓는다. 회사 동료들이 몰려들면서 그의 집이 남자들의 놀이터가 된다. 한…
“우리 남편은 나를 너무 좋아하는 것 있지? 휴일에는 졸졸 따라다닌다니까? 이 남자 왜 이러는 건지 해석 좀 해줘.” 모임에서 한 여성이 자랑을 고민으로 위장하고는 친구들의 대답을 원한다. 전형적인 ‘답정너’다. 답정너란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로,…
한 초등학교 동창모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자 동창들 사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 여자 동창이 그 원인 제공자로 지목됐다. 그녀가 SNS에 자주 등장한 이후 여자 동창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던 것. 하지만 남자들은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
부부가 우주왕복선을 탄다고 가정해보자. 지구를 벗어나는 즉시 아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추측을 해보자. 아마도 휴대전화를 꺼내어 지구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런 다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것이다. “나 지금 우주에 있어.” 상상이 안 간다면 이런 실험 정도는 해볼 수 있…
앙심만큼 무서운 게 없다. 한 청년이 대기업의 제안을 받아 이직을 결심했다. 한데 사표를 내고 쉬다가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확인 결과 팀장이 인맥을 총동원해 복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을 아껴주던 팀장이 그랬다는 게 충격이었다. 팀장이 이중인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대…
한 여성이 커피전문점에서 남자친구에게 불만을 늘어놓는다. 발단은 화이트데이 선물. “달랑 선물 하나가 뭐냐”며 실망이 컸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선물이란, 받아서 기쁜 물건 외에 좋은 식당의 맛있는 음식과...
부부 모임이 끝날 무렵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향한다. 아내끼리 모여 앉은 무리에서 그의 배우자를 쉽게 알아맞힐 수 있다. 신용카드를 내미는 남자의 뒤통수에 레이저 눈빛을 발사하는 여자다. 모임에서 아내들이 싫어하는 남편의 대표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가 ‘가벼운 엉덩이’다.…
최신 스마트폰을 장만한 남편이 부부동반 모임에 가면서 아내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촌스러운 친구라서 이걸 알아보지 못할 거야.” 장담하는 남편을 아내는 “남을 함부로 보는 것이 더 촌스럽다”며 말렸다. 친구는 전화기를 힐끗 보고도 모델명까지 알아챘다. 아내가 친구 부부에게 남편의 …
아내의 마흔 번째 생일을 알리기 위해 작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마흔을 앞둔 두려움과 서글픔에 우울했던 아내는 이번 선물만은 제대로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남편은 ‘스무고개 게임’으로 진이 빠진 끝에 아내가 원하는 선물의 이해할 수 없는 용도와 터무니없는 가격을 만났다…
‘김완성은 이화정 백번지 앞 도로에서 전날의 정부 신씨를 만나 복연(復緣)을 강요하였으나 신씨가 말을 아니 듣는 고로 옥신각신하던 끝에 구타하여 부상케 하였다.’(동아일보 1936년 8월 6일자 기사) 집착과 애증 사이를 오가는 남자 심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본에선 ‘복…
바야흐로 ‘애 보는 아빠’ 전성시대다. TV를 틀면 채널마다 연예인 아빠와 귀여운 아이가 등장한다. 아빠들은 토크쇼에선 아이의 재치 넘치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집안 일상을 담은 촬영에선 아이를 안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쩔쩔맨다. 매주 어디론가 데려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도 …
피트니스센터의 샤워장에서 중년 여성들의 이목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또래 여성에게 집중된다. 대놓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알몸을 훑는 이도 있다. 남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은 누구에게든 유쾌한 일이 아니다. 마지못해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다이어트 성공은 남자로 치면 업무 성과에 비견될…
주변인 뉴스에 관한 한, 아내만 한 ‘특종 기자’가 없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내가 긴급 뉴스를 전한다. “○○ 씨 남편이 짐 싸서 나갔대.” 남편이 반박한다. “닭살커플이잖아? 헛소문이겠지.” 잠시 후 아내의 보도가 사실로 밝혀진다. 대체 아내들은, 어떤 취재 수완이 있기에 그토록…
새해 결심으로 ‘부부 대화’를 추천했더니 지인들로부터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할 얘기가 없다.” 그럼 아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더니 “말처럼 쉽지 않다”고 불퉁댄다. 누구랑 통화를 했는지부터, 마트에서 만난 이웃 근황이며, 전해들은 소식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이어지는 얘기를 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