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내놓는 연 1%대 주택담보대출인 ‘수익 공유형 모기지’의 구조와 이를 둘러싼 비판에는 집을 대하는 한국인의 속성이 녹아 있다. 급하고, 획일적이다. 양은냄비처럼 급한 속성은 관료에게서도 드러난다. 1% 대출상품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시중 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세테크’란 용어가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됐다. 국립국어연구원이 1995년 세테크를 ‘신어(新語)’로 분류한 뒤 이 용어는 재테크 영역에 속해 있다. 하지만 이번 연말정산 파동을 보면 ‘일반 국민이 세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개념이 처음부터 가능한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집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은 ‘결혼 할까 말까’ 하는 갈등과 닮았다. 결정이 쉽지 않고 결정해도 후회가 남는다. 2013년 10월 14일 시작한 이 칼럼의 첫 회 주제는 ‘집, 지금 사야 하나’였다. 결론은 ‘투기 의도가 없다면 서둘러 사라’였다. 큰 시세차익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파란색이나 회색 양복만 입는다. 그는 “결정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옷 입는 문제 같은 일상적인 일을 단순화하고 싶었다”고 했다. 단순화를 잘한 덕분에 그는 현재까지 비교적 성공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몇 가지 정장만 입는 단순화 원…
자살은 하면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자살을 둘러싼 계약의 정당성을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생명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자살 보험금’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생명보험사들을 향해 ‘보험 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으…
지난달 29일은 별 연관 없어 보이는 2가지 이슈가 세금으로 연결된 날이었다. 첫 이슈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직접구매) 방식으로 국제쇼핑 대열에 참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명계좌 보유를 전면 금지하는 금융실명제가 국내에서 전면 시행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테크 책 필자들이 자기 재산을 늘려온 비결을 듣다보면 대학입시 수석 학생이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너무 원론적이어서 혹시 정말 숨기고 있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먼저 한국의 재테크 역사를 간단히 살…
최경환 경제부총리 입장에서 지금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을 꼽는다면 “7월 취임 때 가계소득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는데 도대체 개인이 돈을 어떻게 불릴 수 있나”는 것 아닐까. 임금은 그대로인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이제 1%대로 떨어져 도무지 돈 굴릴 곳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재테크 …
인명피해가 큰 사고가 터지면 보통 보험 기사가 따라 나온다. 보험금은 망연자실해 있는 당사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충격을 받은 일반인에게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일말의 안도감을 준다. 보험의 순기능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평소 보험이 우리에게 믿음을 …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사라’는 말은 참 편리하다. 집으로 재테크하지 말고 직접 들어가 살 집을 구입하라는 취지의 말이지만 이 말은 또 집을 산 뒤 값이 떨어질 때 애초에 집 구매를 결정하거나 부추긴 사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논리도 된다. 집값 급등기였던 2000년대 초반,…
담뱃값 인상은 돈을 벌 기회다. 먼저 흡연자에게 2가지 면에서 돈 벌 기회가 된다. 첫째 기회는 담뱃값을 저축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까짓 것 얼마나 된다고’ 하겠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다. 한국인 하루 흡연량인 16개비를 돈으로 환산하면 1개월에 6만833원을 적금에 넣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욕먹게 돼 있다. 지금 공무원이 평생 버는 소득은 ‘일반 직장인 수준의 월급+국민연금의 2.6배인 공무원연금+일반 직장인보다 적은 퇴직수당’(①)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걸 ‘일반 직장인 수준의 월급+국민연금 수준의 공무원연금+일반 직장인 수준의 퇴직…
연암(燕巖)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허생의 투자가 성공한 결정적 배경에는 종잣돈 1만 냥을 꿔준 변 부자가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은행이 사람만 보고 보증도 없이 대출해준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주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내린 것을 계기로 은행돈을 빌…
사촌 땅 값은 오르는데 내 땅 값은 떨어져 배 아픈 사람들이 있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2000을 훌쩍 넘어선 요즘, 주식시장에서 자기 주식만 떨어진다며 울상 짓는 개미들 얘기다. 요즘 신문 증권면에는 주가지수 모니터 화면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거래소 직원 사진이 부쩍 자주 …
동아일보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지명한 이후 5번 정도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만났다. 국회, 집 앞, 집무실, 기자회견장, 새벽시장 등 장소가 바뀔 때마다 그의 메시지는 조금씩 진화했다. 경기 부양을 강조한 것은 한결같았지만 방법은 점차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최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