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미끼가 매우 파격적이라 이번 낚시엔 제대로 걸려들었다. 난 평소 이메일 첨부파일은 거의 열지 않는다. 북한 해커들이 내 컴퓨터를 얼마나 엿보고 싶어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도 낚시 메일을 많이 받아서 이젠 척 보면 감이 온다. 그런데 이번엔 전날 과음이 문제였다.…
2013년 봄 어느 날. 자정 무렵 평양 서성거리 한 도로에서 젊은 남성 두 명이 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한 명은 페달을 밟고, 한 명은 짐받이에 앉았다. 갑자기 뒤에서 군용 승합차가 이들을 덮쳤다.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진 둘을 그대로 둔 채 차량은 도망갔다. 이런 뺑소니…
1995년 봄. 평양의 공기는 음산했다. 2월경부터 쌀값이 미치기 시작했다. 1kg에 50원 정도였는데 자고 나면 올라 석 달쯤 뒤엔 230원까지 치솟았다. 120원쯤 됐을 때 사람들이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며 술렁거렸다. 200원이 넘었을 때 거리는 축 늘어져 좀비처럼 …
미사일보단 리설주가 더 높이 떴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가로지른 날, 네이버에선 오후 늦게까지 리설주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라 있었다. 북한 미사일은 2위. 사람들이 리설주가 2월 셋째를 낳았다는 소식에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남쪽 인터넷을 수시로 살필…
2년 전 쓰지 않았던 특종이 있다. 그해 9월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가해 대한민국 정상으론 최초로 톈안먼 성루에 섰다. 그로부터 딱 보름 뒤인 18일 멀리 북-중 국경에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다. 이날 옌지공항에서 탈북자 30명이 중국…
오늘 칼럼엔 김정은 체제를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가 담겨 있다. 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 와중인 올해 4월 김정은이 평양에 호화로운 여명거리를 준공했을 때 북한 연구자들은 수수께끼에 직면했다. 재작년 11월 호화 미래과학자거리가 건설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이 호화거리를 지을 …
J 집사님께. 집사님이 보내신 “북한에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김정욱 목사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자”는 카카오톡 단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지난달 사망한 뒤 북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3명의 귀환이 다시 관심사가 됐지요. 정부 …
이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대북 정책으론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를 막을 수 없다. 북한의 의도는 명백하다. 핵미사일로 미국과 협상해 정권의 장기적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즉, 올해 33세인 김정은이 늙어 죽을 때까지 북한을 통치하는 걸 보장받겠다는 의미이다. 북한 모…
“와, 도로가 끝내주는데…. 밟아라, 밟아.” 2010년 초 북한군 총정치국 회의 참석차 평양에 오던 황해도 주둔 4군단 산하 모 사단장은 기분이 한껏 들떴다. 개성∼평양 고속도로의 평양 쪽 관문인 ‘조국 통일 3대헌장기념탑’ 근처에 오니 시내까지 쭉 뻗은 넓은 도로가 펼쳐졌다…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남한 민간단체들에 북한이 5일 보낸 답장을 보며 “대남 부서는 건재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보수정권 9년 동안 북한의 대남 담당 ‘에이스’들도 많이 사라졌을 법한데 워낙 ‘선수층’이 탄탄한 모양이다. 일단 북한은 민간단체의 방북을 모두 불허하고 ‘6…
‘파블로프의 개’로 유명한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크렘린 혁명정부에 불려갔다. 깜짝 등장한 ‘혁명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레닌은 그에게 연구 성과를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레닌은 400쪽의 보고서를 단 하루 만에 다 읽고 이튿날 파블로프를 불렀다. …
이제 나의 중요 관심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겨 올지다. 통일부 출입기자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는 처지에서 청와대가 이곳으로 옮겨 오면 당장 매일 출근길 검문검색부터 까다로워질 게 뻔하다. 대통령 교체로 내 삶에 변화가 있음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
2013년 겨울 어느 날,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부친을 둔 20대 자녀들이 강원도 마식령스키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갑자기 사복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우르르 들어와 사람들을 내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란 ‘금수저’들이 순순히 응할 리 만무했다. 어렵게 평양…
북한 스포츠에서 정신력의 상징처럼 꼽히는 인물이 1999년 8월 29일 제7회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정성옥(당시 25세)이다. 정성옥은 ‘한반도 최초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이런 신화 뒤엔 눈물나는 사연이 있다.…
6년 전 10월 어느 초저녁. 평안북도의 한 어촌마을에서 나서 자란 누렁이가 온종일 실컷 뛰어놀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기에게 ‘이리’란 이름을 붙여준 주인집 식구는 물론이고 얼굴을 알고 지내던 이웃집 식구들이 아이를 등에 업은 채 평소와 달리 살금살금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