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박경순 징수상임이사(58)와 마주 앉았다. 말단 직원으로 출발해 35년 만인 지난해 7월, 이사로 승진한 인물. 그동안 공단에서 외부 여성 인사가 이사로 영입된 적은 있지만 평사원으로 이사직에 오른 것은 박 씨가 처음이다. 공단에는 총 5명의 이사가 있다. 징수이사는 …
3월, 경기를 앞두고 말 ‘파워시티’를 마방(馬房)에서 데리고 나올 때였다. 이금주 기수(38)는 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 경기에 못 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징조가 느껴졌다. 이 기수가 ‘파워시티’에게 말을 걸었다. “많이 아프면, 나가지 말자.…
경기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천 가지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산들바람이 일렁이는 봄에는 연둣빛 새순으로 물들고, 햇살이 따가운 여름에는 초록의 향연이 절정에 이른다. 비가 오면 신비로운 시크릿가든(비밀정원)으로, 눈이 내리면 설국(雪國)으로 변신한다. 이곳은 500여 년의 시간…
콘서트홀에서 의외의 순간과 마주할 때가 있다.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의 무성의한 연주. 덜 이름난 국내 교향악단이지만 진심과 노력이 전해지는 그런 연주. 성시연(38)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다음 연주회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악단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성시연은 올 1월 경…
이달 3일.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있는 경남 사천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국방색 비행복을 입은 편보라 소령(35)이 비행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빨간 마후라’를 상징한 빨간 티셔츠 깃이 도드라졌다. 헬멧을 옆구리에 낀 위풍당당 품새에서 ‘나는 대한민국 전투기 …
그의 사무실은 깔끔했다. 책꽂이엔 서류 뭉치도 별로 없었다. “기마 민족처럼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마음 자세로 지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에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인 최수향 박사(54)는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파리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
“야, 태국 애들 다 잘리고 네가 온 건데 잘해야지.” 동료 스턴트맨의 한마디에 다시 한 번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아올랐다. 오른쪽 다리가 욱신욱신 쑤셨다. 텀블링과 발차기가 연결된 동작이었다. 관객이 재미가 있으려면 동작이 느리면 안 된다. 액…
이제 막 주방 출입을 허락받았던 1993년이었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오전 8시. 22세의 여자가 도마 앞에 섰다. 칼을 잡은 후 호흡을 가다듬었다. 곤약을 쥔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곤약 끝을 노려봤다. ‘창호지처럼 잘라야해. 잘라놓은 조각을 놓으면 …
“내가 국장이 될 수 있을까요”(소재향 당시 매니저) “그건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원하지 않으면 (국장이 될) 가능성은 제로이고 지원하면 조그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경영 코치) 한국 국적 최초… 4번째 고위직 지난해 말 소재향 세계은행 수자원·위…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치른 호텔. 2012년에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려 50개국 정상이 찾았다. 매년 12만여 명이 이 호텔에 묵고 그중 10만 명이 해외 비즈니스맨들이다. 지금도 연간 10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여기를 파면 나올 줄 알았는데….’ 2013년 3월 어느 날. 이성숙 한국석유공사 석유지질팀장(53)이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벽에는 지진파를 이용해 지질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탄성파 단면도’가 붙어 있었다. 이 팀장은 이어 물리검층 그래…
1989년 사법연수원생 조희진은 서울동부지청으로 검사 실무수습을 나갔다. 조용히 법전을 보고 강의를 듣던 그에게 검찰은 별세계였다. 검사실은 한 시간에도 몇 개씩 지시가 쏟아질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갔다. 수의를 입고 포승에 묶인 피의자들이 계속 들락거렸다. 비교적 간단한 사건은 직접 …
새해 업무가 시작된 이달 2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서울 종로4가 한복판에 섰다. 몇 년 만인가. 누구에게나 어수룩했던 시절이 있다. 때론 그리움으로 다가오지만 때론 기억하기도 싫은 아득함…. 권 행장에게는 1978년이 그랬다. 그가 한 곳을 바라봤다. 풋풋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지난해 12월 발표된 삼성그룹 임원 승진 인사에서 유독 빛나는 이름이 있었다. 양향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전남 화순군 이양면 쌍봉리 출신으로 광주여상을 졸업해 삼성그룹 설립 이래 최초로 여상 출신 임원이 된 인물이다. 세간의 관심에도 나서기를 꺼렸던 양 상무가 14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