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를 받는 사람이 팔짱을 낀 채 말을 건네자 검찰 직원들은 깍듯한 자세로 응대한다. 변호인은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웃고 있고…. 한 장의 사진이 웅변하는 우리 검찰의 일그러진 민낯이다. 취재진을 매섭게 노려보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이 장본인이다. 언론은 ‘황제 소환’이…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과 비리가 터져 나온다. 나라가 거덜 나지 않은 게 오히려 용하다 싶다. 쫄딱 망했을 때 사람들은 ‘거덜이 났다’고 한다. ‘거덜’이 뭐지? 무슨 물건쯤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아니다. 조선시대에…
얼마 전에 ‘답정너’라는 말이 유행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다. 일방통행식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는 말이다. 신조어가 아니라도 우리말에는 일방통행을 비꼬는 낱말이 적지 않다. 벽창호, 고집불통, 독불장군, 막무가내, 목곧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으로 나라가 신뢰 상실의 나락에 빠졌다. 아무런 직책도 없는 그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고, 국가 비밀문서 등을 사전에 보고받았다고 하니…. 오죽했으면 최 씨가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합성사진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을까. ‘꼭두각시.’ 우리나라의 민속 인형…
‘박보검 신드롬’을 일으켰던 TV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18일 막을 내렸다. 또 다른 사극 ‘옥중화’도 여주인공 옥녀가 옹주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정실 왕비가 낳은 딸이 공주이고, 옹주는 빈(嬪)이나 귀인(貴人) 등 후궁의 딸을 말한다. ‘생사여탈권…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촌지(寸志), 향응(饗應), 접대(接待) 등은 과연 사라질 것인가. 궁금하다. 촌지는 ‘손가락 마디만 한 뜻’, 즉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나 돈을 의미한다. 촌의(寸意) 촌정(寸情)과 비…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 시간을 기다리며 마시는 ‘개암 커피’ 향이 요즘 따라 기막히다. 무엇을 해도 기분 좋은 가을 풍경에 취해서일까. 개암 커피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많을 줄 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셨을 법한, 부드럽고 향긋한 헤이즐넛(hazelnut) 커피가 바…
“얼쑤∼ 잘한다!” 2, 3m 높이의 외줄에 올라선 어름사니가 춤추듯 걸어서 줄 위를 오간다. 앉아서 가랑이로 줄을 타는가 싶더니 허공을 박차고 올라 한 바퀴 돈 뒤 사뿐히 내려앉는다. 놀이판은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뒤덮인다. 남사당놀이의 한 장면이다. 남사당은 조선 팔도 장터와 마을…
올여름 폭염의 기세가 그리도 등등하더니 아침저녁으로 건들바람이 분다. 건들팔월도 거의 다 갔다. 바람은 참 이름이 많다. 방향에 따라 부르는 이름만도 수두룩하다. 샛바람(동풍), 갈바람(서풍), 마파람(남풍), 된바람(북풍), 된새바람(동북풍), 된하늬(서북풍), 된마파람(동남풍) …
“몰라보게 컸네. 예뻐졌구나.” 추석 명절날, 조카들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하나같이 입꼬리를 올리며 배시시 웃는다. 공부 취업 결혼 등 무거운 얘기를 끄집어내 눈총 안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눈과 관련해 자주 쓰면서도 헷갈리는 표현이 있다. 뭔가 못마땅해 양미간을 찡그리는…
“툭, 투둑 툭.” 가을 햇살에 영근 밤알이 저 혼자 떨어져 내린다. 밤나무마다 소담스러운 밤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생밤을 하나 집어 보늬를 벗기고 깨물면 풋풋한 향내가 난다. 가을 냄새다. 밤송이가 저절로 벌어지면서 떨어지는 밤톨을 뭐라고 할까. 밤알에 이끌려 알암이라는…
소통에 취약한 ‘꼰대’를 떠올리게 하던 ‘아재’가 변신 중이다. 기성세대의 행동이나 인식을 희화화(戱畵化)한 ‘아재 개그’가 인기를 얻는 등 세대 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낱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아재’는 부모와 항렬이 같은 남자를 이른다. ‘아재비’와 한뜻이다. 결혼하지 않은…
정부가 25일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주택 공급을 줄여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수요를 잡겠다는 게 골격이다. ‘(돈 등을) 빌리다.’ 한데 이 말, 언중의 말 씀씀이가 낱말의 쓰임새를 바꿔버린 경우다. 예전엔 ‘빌다’는 남의 물건을 돌려주기로 하고 가져다 쓰는 것이고,…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기분 좋게 취한 날이면 이 땅의 아버지들이 한 번쯤 목청껏 불러 젖혔을 ‘아빠의 청춘’의 노랫말이다. 노랫말 속 ‘노랭이’는 우리 말법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많은 이가 ‘속이 좁고 마음 씀씀이가 인색한 사…
한 달 전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는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이 화근(禍根)이었다. 그런가 하면 2일 해수욕장으로 가던 일가족 5명이 탄 차량이 트레일러와 부딪쳐 4명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추돌(追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