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동네에서 한 할아버지가 우리 동네로 마실을 나왔다.’ ‘마실 갔다 돌아오던 앞집 할머니는 코가 깨지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마도 사람이 그리워 마실을 갔을 것이다. 그러다가 할머니는 뭔가에 걸려 넘어지면서 변을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됐다는 생각보다 슬며시 웃음…
‘긴가민가하다, 아리까리하다, 아리송하다, 알쏭달쏭하다, 애매모호하다.’ 이것인지 저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고 헷갈릴 때 쓰는 표현이다. 의미 영역이 다를 뿐 쓰임새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이 중 하나만 표준어가 아니다. 입길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아리까리하다’가 그것. 글꼴이…
1년 전쯤 ‘묘령의 할아버지라뇨?’라는 신문 제목을 보고 기함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례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며칠 전 나이에 관한 표현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묘령의 할머니’ ‘묘령의 노인’, 심지어 ‘나이 지긋한 묘령의 남자’ 등…
‘닐리리야 닐리리 닐리리 맘보∼.’ ‘니나노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앞의 것은 응원가 등에서 많이 부르는 나화랑 작곡의 ‘닐리리 맘보’이고, 뒤는 ‘태평가’의 후렴구다. 둘 다 언제 들어도 어깨춤이 들썩일 만큼 신명 난다. 그런데 닐리리 맘보는 닐리리로, 태평가는 늴리리로…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멈추려 들다.’ 한자로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한다. 강한 상대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걸 일컫는 말이다. 중국 제나라 장공(莊公)이 겪은 일화인데 장자(莊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온다.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나이 든 독자라면 사마귀가 긴 앞다리를 …
연극을 보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서울 혜화동 대학로의 낯익은 풍경 하나. 일명 ‘삐끼’로 불리는 전문 호객꾼이 손님을 끄는 광경이다. 이들 중 일부는 ‘표가 매진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티켓을 파는가 하면 값을 부풀리기도 한다. 보다 못한 연극인들이 지난해 거리로 나서 ‘맞불 홍…
“난 짬뽕.” 1990년대 KBS 코미디프로 ‘한바탕 웃음으로’의 코너였던 ‘봉숭아학당’에서 ‘맹구’(이창훈 분)가 유행시킨 말이다. 선택의 순간, 그는 언제나 남들과 달리 자지러질 듯한 목소리로 ‘짬뽕’을 외쳤다. ‘봉숭아학당’은 나중에 개그콘서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중…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정지용 시인이 1927년 발표한 시 ‘향수’의 한 구절이다. 이동원과 박인수가 노래로 불러 널리 알려졌다. ‘지줄대다’ ‘질화로’ 같은 향토색 짙은 시어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노랫말이나 시, TV 드라마 등에서 사용…
“롯데로선 그 장면이 자꾸 회자되겠군요.” 롯데와 넥센의 프로야구 경기에서 롯데의 한 선수가 안타를 친 뒤 2루로 내달리다 아웃됐을 때 해설자가 불쑥 한 말이다. 말맛에 이끌려 ‘회자(膾炙)’를 쓴 듯싶지만 의미가 이상해져 버렸다. ‘롯데로선 그 장면이 두고두고 아쉽겠군요’ 정도면 좋…
‘너무 좋다’ ‘너무 싫다’ ‘너무 고맙다’ ‘너무 밉다’. 이들 문장에서 ‘너무’의 용법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언어감각이 상당히 예민한 사람이다. ‘너무’는 20여 일 전쯤만 해도 입말과 문법이 팽팽히 맞서던 낱말이다. 사전은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너무’를 쓸 수 있다고…
나흘 뒤면 초복(初伏)이다. 초복 중복 말복을 합쳐 삼복(三伏) 혹은 삼경(三庚)이라 한다. 복날이면 많은 이들이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하기 위해 개장(국)과 삼계탕 등을 찾는다. 그러나 개장국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점점 삼계탕 등에 밀려나고 있다.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
‘대인배…쾌유 빌어요.’ 올 3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테러를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빌며 누리꾼들이 보낸 응원 메시지 중 하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로부터 ‘진정 대인배의 풍모’라는 비아냥…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가수 노사연 씨가 부른 ‘바램’의 한 구절이다. 호소력 있는 음색과 좋은 가사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허나 필자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심경이 복잡하다. ‘바램’이라는 노래 제목 때문이다. 노 씨는 자신의 히트곡 ‘만남’이란 노래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 사회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예방법으로 손 씻기를 권장하고 있다. 비누로 손만 잘 씻어도 바이러스의 99%가 죽는다고 한다. 지나친 공포감에 휩싸일 일이 아니다. 그런데 비누의 어원은 뭘까. 일부에서는 한자어 ‘비루(飛陋)’로 보고 ‘더러움…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얻다 대고 말대꾸야.” 한동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땅콩 회항’때 나온 ‘갑질’ 멘트다. 여기에 등장한 ‘얻다 대고’란 표현은 2년 전 ‘100명 중 99명이 틀리는 맞춤법’ 게시물에 올랐던 말이다. 한 누리꾼이 국립국어원에 “‘어따 대고’와 ‘엇다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