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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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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8>침대

    [이기호의 짧은 소설]<8>침대

    침대가 배송된 건 월요일 오전 열한 시 무렵의 일이었다. 배송 직원은 두 시간 전 전화를 걸어왔다. “배송지가 대학교로 돼 있던데… 여기가 맞는 건가요?” “네. 제 연구실에 놓고 쓸 침대입니다.” 그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는 한 사립대학교…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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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7>벚꽃 흩날리는 이유는

    [이기호의 짧은 소설]<7>벚꽃 흩날리는 이유는

    벽천 경찰서 강력 2팀 소속 최 형사는 자신의 책상 앞 철제 의자에 앉은 남자를 찬찬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벚꽃이 흩날리는 사월 초순의 목요일 오후였다. 다른 강력팀 소속 형사들은 탐문수사나 DNA 샘플을 채취하러 나간 상태였고, 사무실엔 그와, 강력 1팀 소속 박 형사만 남…

    • 201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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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6>출마하는 친구에게

    [이기호의 짧은 소설]<6>출마하는 친구에게

    내 친구 진만이에게. 전화를 할까,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편지를 쓴다. 너도 이미 눈치 채고 있겠지만… 그래 진만아, 우리 친구들 모두 지금 네 전화를 피하고 있는 게 맞아. 네 문자가 오면 확인도 안 하고 지워버리기 일쑤고, 심지어는 수신 거부 해놓은 친구…

    • 20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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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5>안흥리 조기축구회

    [이기호의 짧은 소설]<5>안흥리 조기축구회

    강원도 P읍에서 송아지도 기르고 포도도 재배하는 친구 상필이가, 초겨울이 되고부터는 사흘에 한 번꼴로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야, 한번 내려와야지. 못 본 지 벌써 몇 해야?” 가만가만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햇수로 사 년쯤 된 듯싶다. 고교 때부터 어울렸던 몇몇 친구들과 …

    • 201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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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어느 대리기사 이야기

    [이기호의 짧은 소설]<4>어느 대리기사 이야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꼬박꼬박 술을 마시는 김상국 씨는, 또 그만큼 많은 횟수의 대리기사 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다. 그런 김상국 씨가 지난주에 만난 육십 대 중반의 한 대리기사는 양복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왠지 모르게 사람을 긴장시키는, 흡사 ‘교장 선생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 20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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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기도를 합시다

    [이기호의 짧은 소설]<3>기도를 합시다

    그는 벽시계를 한 번 바라본 뒤, 점퍼를 챙겨 입었다. 새벽 네 시를 막 넘어서고 있는 시간, 창밖으론 습기를 잔뜩 머금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는 짧게 마른세수를 한 번 한 후, 욕실문 손잡이에 묶여 있던 개 줄을 풀어냈다. 그는 그 줄을 손목에 휘감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제 …

    •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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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2>그녀와 마주한 어느 오후

    [이기호의 짧은 소설]<2>그녀와 마주한 어느 오후

    그가 여자와 단둘이 만나는 것은 거의 십 년 만의 일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였던가, 고등학교 동창이 주선한 소개팅에 나간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뒤로 마주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한 여자는 올해 환갑을 맞은 그의 어머니가 유일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주로 이런 이야기…

    •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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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1>한밤의 뜀박질

    [이기호의 짧은 소설]<1>한밤의 뜀박질

    약한 모습 보여선 안 돼. 1302호 초인종을 누르면서 민수는 다시 한 번 속으로 웅얼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쉽게 진정되질 않았다. 술을 마신 사람처럼 얼굴까지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별일 없을 거야. 나는 정당한 항의를 하는 거라고. 민수는 호흡을 내쉬면서 재차 초인종을 길…

    •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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