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대사가 주지로 있었던 고선사 터에 있었으나 댐 건설로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전한 탑이다. 그래서인지 실향민을 보듯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지붕돌을 보면 달라진다. 윗면의 경사가 넉넉한 품으로 흐르고 네 귀퉁이 끝은 하늘을 향해 치켜뜬 눈빛처럼 빛난다. 모든 탑은 오래볼수…
이끼가 탑을 끌어안고 있는 걸까. 탑이 이끼를 끌어안고 있는 걸까. 서로 배려하고 밀어주고 어려울 땐 손잡아주며 더불어 살아가라고 탑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비교적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탑으로 정상부의 화려한 머리 장식이 눈에 확 들어온다. 지붕 돌 받침이 4단인 점으로 보아 통일…
아버지는 무뚝뚝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 늘 울타리가 되어 주셨다. 든든했다. 이 탑을 바라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세찬 빗줄기 앞에서 꿋꿋하게 서 있는 아버지 말이다. 이 탑은 돌을 벽돌 형태로 만들어 쌓은 모전탑이다. 위로 갈수록 몸돌의 크기…
강원 원주에 있는 신라 9세기의 석탑이다. 통일신라의 3층 정형탑 양식을 따르고 있다. 높이는 5.3m. 거돈사는 신라 말과 고려 초 절터로서는 보기 드물게 절에 탑이 하나인 ‘일탑’식 가람이다. 사진·글=양현모
균형감과 조형미를 두루 갖춘 아주 아름다운 탑이다. 특히 최상층 머리 장식의 화려함은 한 마리 공작새를 보는 듯하다. 충북 제천 신륵사에 세워진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양식에 의거한 고려시대 초기의 탑으로, 제천을 대표하는 보물이다.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려놓았다. …
눈이 오고 찬바람 불어도 꼼짝 않고 임을 기다리다 탑이 되어버린 여인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탑 꼭대기 부분은 곱게 단장한 쪽머리 같다. 2층 기단과 5층 탑신으로 이뤄졌고 높이는 6m다. 위로 갈수록 지붕돌은 급경사이고 추녀는 아주 짧다. 최정상엔 탑의 머리장식을…
인간의 마음은 조변석개이지만 탑은 수천 년 수백 년 세월을 이기고 견고하게 서 있다. 이 석탑도 마찬가지다. 언뜻 별 특색 없이 밋밋하게 서 있는 것 같지만 묵묵히 우리 생을 품어주는 미륵불 같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에 있다. 왜 미륵사 터 경내로부터 500m나 떨어진 곳에 …
때로 조용히 탑을 바라본다. 소란하고 바쁜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지은 죄는 아마도 탑 몇 기는 족히 세웠을 것이다…. 이 탑의 특징은 기단부에 있는 네 마리 사자상이다. 원형은 9층 석탑이지만 4층만 남았고 왕과 나라와 불법의 융성을 기리는 뜻에서 건립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진·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탑은 아니다. 탑이 있는 봉암사가 1년에 사월 초파일 딱 하루만 개방되기 때문이다. 득도한 수도승인 양 힘차게 서 있는 탑의 특징은 기단이 단층이고 긴 세월 동안 탑의 머리 장식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각층의 비례가 매우 조화롭고, 단…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묘적사에 있다. 오대산 월정사(月精寺) 8각9층 석탑과 묘적사와 인접한 수종사의 8각5층 석탑과 함께 모양이 비슷해 한 어머니 배에서 나온 3형제를 보는 것 같다. 기단석 아래위로는 연꽃무늬가 배치되어 있고 8각의 탑신 면마다엔 기둥이 새겨져 있다. 3층과 4층 …
탑은 기단과 탑신, 상륜으로 나뉜다. 오랜 세월을 견뎌 왔지만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탑이다. 탑신의 형태가 통일신라시대의 정형이다. 동서 양쪽에 탑이 세워졌는데, 그중 서탑이다. 청명한 가을, 가끔 낙엽이 떨어지는 날 하루를 잡아 동탑을 마저 찍을 것이다. 사진·글 …
신라 진덕여왕 7년, 지장율사가 창건한 향성사에 서 있는 삼층석탑이다. 향성사는 그 이름만 전해질 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탑의 모습은 고아가 길가에서 오들오들 떨며 눈을 맞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그 아이가 수백 년 기다리다 탑이 되어버린 걸까. 설악산이 펼쳐진 속초…
충남 부여에 남아 있는 정림사지는 백제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낮은 기단에 5층의 탑신이 얹혀 있는 석탑은 균형 있는 비례감이 특징이다. 각 위치의 돌들은 서로 짜임새 있게 잘 맞추어져 있다. 1층의 탑신에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백제 멸망 당시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의 업적을 새…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에 있는 고려의 백제계 오층석탑이다. 가벼운 새의 날개처럼 쫙 펼쳐진 지붕틀은 평평하고, 탑신부 1층의 지붕틀이 기단보다 넓은 점으로 보아 백제석탑의 양식을 보여준다. 이 석탑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국보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사진·글=양현…
4사자삼층석탑과 함께 구례 화엄사를 대표하는 석탑이다. 이중 기단에 5층의 탑신을 지니고 있다. 십이지상(十二支像)을 비롯해 사천왕상, 인왕상, 팔부중상이 새겨져 있다. 탑의 아름다움에 젖어들면 세상의 시름이 잠시나마 잊힐까. 사진·글=양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