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이후부터 나는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생활과 독립해 혼자 사는 생활을 반복해 왔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독립해 자유롭게 산 지 6개월가량 됐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으니 별다른 잔소리를 하거나 눈치를 주지는 않으셨지만, 괜히 혼자서…
나는 지은 지 오래되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산다. 몇 년 전 그 집을 고쳐 살기로 했다. 집수리 경험이 없어 생각보다 시간과 품을 많이 썼다. 고치고 치우며 겨우 살던 어느 날 짐 보관 창고 업체에서 문을 닫는다는 연락이 왔다. 사과의 의미로 이달 안에 창고를 …
‘셀프 포상’을 잘하는 편이다. 말 그대로인데, 피하고 싶거나 어려운 일을 완수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어릴 때부터 그날 몫의 공부를 다 하면 스스로 상을 줬다. 부모님 몰래 만화책을 본다든지, 사고 싶었던 ‘코디 스티커’를 샀다. 고교 시절에는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워 시험 …
우리는 대부분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돈이 많거나 돈 버는 일에서 자유로워지면 원하는 일만 하거나 자기 계발, 취미 생활을 하며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복권에 당첨되거나 갑자기 어떤 행운이 찾아와 평생 돈을 벌지 않아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모습을…
분기당 한 번쯤 보는 젊은 남자 친구들이 있다. 한 명은 30대 초반, 한 명은 20대 후반. 만나면 즐거우니 이들을 보면 늘 오래 많이 마셨다. 지난주엔 달랐다. 술을 좋아하던 30대 초반 친구가 앉자마자 건강 때문에 당분간 술을 못 마신다고 했다. 술 없는 그날 저녁은 다른 날과 …
‘프로젝트’라는 말을 좋아한다. 시작점을 정의하고 주기를 부여해, 다짐을 공고히 하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다. 이름하여, ‘한 주 한 송이’.몇 번의 일터를 거치는 동안, 나의 책상은 대체로 깨끗했다. 짐의 양으로만 보면 어제 입사했거나 내일 퇴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
기술은 한번 배우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한번 배우면 끝이 아니고 배운 기술을 끝없이 발전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도배 역시 기술자가 된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연마해야 한다. 일반 가정집과 상가, 신축과 구축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도배 기술이 …
O는 내 고정관념 속 전형적인 ‘크리에이티브직군 미국 백인’이었다. 우리는 시계 회사가 주최한 요트대회 참관 출장에서 만났다. 그는 파트타임으로 시계 원고를 써서 돈을 벌고, 자신의 주 직업은 음악인이라고 했다. 미 동부에서 나고 자라 보스턴에서 음대를 나온 뒤 재즈 음악을 하기 위해…
학교를, 정확하게는 ‘교실’을 좋아한다. 교실 공간 특유의 정감 어린 분위기가 아련하게 애틋하다. 매년 각종 자격시험을 빌미로 내 것도 아니었던 교실을 찾으며 때아닌 위로를 받곤 한다. 그 교실 안에서도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시간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
신축 아파트는 소비자들의 선호나 삶의 방식 변화에 따라 구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많은 가구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짓기 위해 아무래도 비슷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도배에 사용하는 벽지 역시 건설사에서 가장 무난하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무채색의 벽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모든 집이…
개인 의견이지만 나는 지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의 영어 이름이 잘못 불린 걸 이해한다. 비한국인에게 한국의 영어 이름은 정말 헷갈린다. 대한민국의 영어 이름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북한은 ‘데모크라틱 피플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다. 둘 다 ‘리퍼블릭’(공화국)이 들어가니…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 생겼다.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배우 최화정은 63세에 유튜브에 도전해 석 달 만에 구독자 수 60만을 달성했다. 그의 채널을 보고 있으면 전에 없던 힐링을 느낀다. 통상의 비우고 거리 두는 종류의 위안이 아니라 채우고 다가서고 싶은 에너지랄까. 우선 …
건설 현장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와 외모가 비슷한 재중 동포들과 중국인이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많은 편이며 이국적인 외모의 중동에서 온 노동자들도 가끔은 만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현장에 출근해 다 같이 모여 체조를 하던 중 금발머리가 눈에 띄었…
매년 여름 물을 뿌리며 노는 음악 축제 ‘워터밤’이 화제다. 선정성이나 과도한 물 사용 등의 논란은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고, 올해 유독 눈에 띄던 경향이 있었다. 워터밤을 찾은 남자 아이돌 가수가 많아졌다. 이들은 모두 상반신을 탈의하고 무대에 서서 고대 그리스 조각처럼 아름다운 …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독거 어르신 밑반찬 배달 및 말벗 봉사.’ 신청을 하긴 했는데 막상 가려니 때아닌 긴장감이 밀려왔다. 일찌감치 지정된 장소에 도착해 근처 카페에 머물렀다. “옆에 차 대도 되나요?” 한 여자가 문 사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