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도 잘한다. 시즌 시작 전 키움은 박병호, 박동원, 조상우 등 대표 전력을 잃었다. 그래도 지금 1위 SSG를 바짝 뒤쫓는 2위다. 사실 이 팀은 매년 주축 선수가 빠지는데도 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나도 월간지에서 일할 때 ‘히어로즈는 왜 모두의 …
얼마 전, 오랜만에 세 자매 데이트를 계획했다.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페스티벌 티켓이 생긴 것을 계기로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그 김에 놀이동산까지 가기로 결의했다. 페스티벌과 놀이동산이라니. 일상 회복, 더 정확히는 ‘오락’ 회복이 실감 나는 조합이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당일, 얼결에 …
도배사로 전직하기 전, 직장생활을 할 때는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큰 관심이 없었다. 계정을 만들어 지인들과 공유하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게시물을 올리거나 모르는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배 일을 시작하며 내가 하는 일, 매일 작업하는…
이제 내가 면접관이 되어 면접을 볼 때가 있다. 지원자들은 주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20대이나 인턴 지원자 중에는 2000년생도 있다. 아직 지원자의 입장이 익숙해서인지 아니면 20대와 긴 시간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비대면 면접인데도 조금 긴장했다. ‘할 말은 하고 개…
주말 저녁 신촌 거리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 빠진 것처럼 텅 빈 가게들만 지난 2년간의 세상을 암시하듯 서 있었다. 젊은이들은 세상이 어찌 되든 그 순간만은 즐거워 보였다. 그 거리에 으레 있던 누군가가 없었다. 떠올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야, 이 사람 완전 너 같아.” 얼마 전 한 예능을 보고 친구들이 연락을 해왔다. 아나운서 겸 작사가로 활동 중인 김수지 아나운서였다. “에이 무슨.” 겸손한 척 손사래를 치고 입꼬리를 씰룩이며 영상을 찾아보았다. “너무 아름다우신데?” “아, 얼굴 말고.” 두 개의 직업에 기댄…
지난 3월에 있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나는 몇몇 정당으로부터 선거 지원 요청을 받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청년으로서 내 생각과 의견을 선거대책위원회에 전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제안을 받고 혹시 내가 목소리를 낸다면 청년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
“한라산은 예약하고 가야 하는데, 하셨어요?” 주말에 한라산에 갈 거라고 하자 회사 후배가 물었다. 제주도행 항공편은 예약했지만 한라산 예약은 처음 들어 봤다. 검색해 보니 후배의 말이 맞았다. 한라산 입산을 하려 해도 사전 예약이 필요했다. 인기 있는 날짜는 몇 주 전에 예약이 차는…
“내가 너를 아주 크게 혼냈다고 생각해라.” 10년 전 내가 큰 잘못을 했을 때 당시 편집장이 한 말이다. 그는 내 잘못을 듣고 잠깐 생각하다 조용히 한마디 한 뒤 다시는 그 일을 꺼내지 않았다. 나의 편집장은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친절했고 언제나 품위 있었고 자주 동자승처럼 웃었다.…
스스로를 잘 먹이는 편이다. 표현이 이상한데, 말 그대로다. 지금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공들여 질문하고 공수한다. ‘뭐 먹지?’ 다음 끼니를 고민할 땐 다음 여행지를 고를 때만큼이나 마음이 들뜬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부터 머릿속은 저녁 식사 후보군을 추리느라 분주하다. 가령 …
직업을 바꾸고 어느덧 만 2년 6개월, 햇수로는 4년 차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막내일 것만 같았는데 우리 팀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오랜 경력의 반장님들이 도맡아 가르치고 나는 옆에서 간단한 조언만 거들었다면, 최근에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 기술직의 특성상…
“회식 다음 날 회사 화장실에서 잠든 적이 있어. 숙취가 너무 심해서.” 수직적인 문화로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L은 회사 생활을 시작한 20대 말부터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이런 일을 종종 겪었다. 문화는 힘이 세니까 L 역시 회식 불참이나 어르신들의 술 거절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회사를 나와 얼떨결에 독립한 지도 1년 반이 넘었다. 그동안 사무실에 대해 종종 고민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재택근무도 많았고, 내 일은 취재나 회의 등 외근이 많아서 사무실이 없어도 일에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혼자 일하다 보니 직장과 사무실은 단순 설비를 넘어 사회적 자아의 지정…
몇 해 전, 이제는 아득한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자유롭던 시절, 7년을 내리 일한 끝에 이직 휴가를 얻어 발리로 떠났다. 8일간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우연찮게 시기가 겹쳐 남편도 이직 전형이 한창이었던 만큼 미안함도 컸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임을 부부이기 이전에 직장인인 두 …
내게도 올 것이 왔다. 가벼운 감기 증상과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7일간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어떠한 대비를 할 새도 없이 갑작스러운 재택치료 7일이 시작됐다. 살면서 이렇게 길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주어진 적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