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경제도 예능이야.” 오랜만에 만난 애널리스트 친구가 말했다. 몇 달 전부터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에 나가기 시작하자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몇 년씩 써온 게 유튜브 하나 나가는 것보다 못하더라고 했다. 그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나도 첫 책 때는 그랬지.” 올라오는 글마다 하트 세례를 퍼붓고 다니는 내게 출간 경험이 많은 선배가 말했다. 해시태그를 검색하던 손이 머쓱해졌다. 최근 첫 책을 냈다. 매월 발행되는 책의 수만큼 매월 첫 책을 내는 이도 많을 텐데, 막상 나의 일이 되니 별스럽게 들떴다. 아침에 눈…
아침마다 대학 동기 단체 카톡방에는 “가즈아!”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식 차트 캡처가 올라온다. 각자 투자한 종목이 높은 수익을 내기를 바라며 파이팅을 외치는 것이다. 어떤 주가 좋다더라, 언제 빼야 할까 등 투자 고민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뿐만 아니다. 요즘엔 어떤 친구와 이…
“이게 조금 지쳐요.” 30대인 지인이 모니터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업무 메신저 대화창은 움직이는 이모티콘들로 가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만남이 줄어서 그런 것 같아요. 문자로만 말하면 조금 차갑다고 느끼는 걸까요. 저는 크게 상관없는데….” 사적인 사이가 아닌, 업무상 …
몇 달 전, 사고가 있었다. 전화를 받고 응급실로 향하던 그 길이 아직도 아득하다. 병상에 누운 남편 얼굴을 확인하자 그나마 안도감이 밀려왔다. 두려워했던 만큼의 무서운 사고는 아니었지만, 한시바삐 수술이 필요한 여전히 큰일이었다. 이송이 필요해 구급차를 탔다. 고통스러워하는 남편 손…
올여름 2030 트렌드 중 하나는 초당옥수수나 신비복숭아로 대표되는 제철 음식이다. 제철 음식을 즐기는 게 트렌드라는 말은 좀 이상하긴 하다. 봄나물과 여름수박 등 특정 계절과 연결되는 식재료가 늘 있었을뿐더러 농수산물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 따로 있는 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그…
“미드십 수동으로 갑니다.” 오랜 지인의 메시지에 일요일 늦잠에서 깼다. ‘미드십’은 자동차 엔진을 차량 중간에 배치했음을, ‘수동’은 수동 변속기를 뜻한다. 엔진은 자동차의 무게중심에 관여하기 때문에 미드십이 주행에 이상적이고, 수동 변속기 역시 여전한 운전 재미가 있다. 전기차가 …
“대표님 차가운 사람인 건 맞잖아요.” 갓 들어온 신입이 회사 대표를 지칭하며 말하자 선배가 응수한다. “대신 정확하잖아요. 주어진 업무 외에 커피 심부름도 시키지 않는 분이에요.” 후배가 의아한 얼굴로 그건 당연한 것 아니냐 묻자 선배가 덧붙인다. “당연한 거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좀 더 20대같이 쓰면 어떨까? 더 영(young)하게.” 마케팅 일을 시작한 후 회사에서 카피 문구나 네이밍 관련 보고를 하면 늘 이런 피드백을 받는다. 요즘 세대에게 먹힐 단어나 문구를 만드는 일은 실제로 중요하다. 기업이 20대 같은 말투를 쓰려 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20대에…
“‘유선으로 말씀드린다’는 말은 진짜 회사의 유선전화로 한다는 거예요. 개인 전화가 아니라.” 업무 연락 수단을 묻자 대기업 본사에 다니는 친구가 말했다. “업무 연락은 회사 메일과 회사 전화가 기본. 문자는 잘 안 써요. 카톡은 하는 게 아니죠. 개인 전화는 세상이 무너졌을 때 해요…
“아니,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해?” ‘오해’라는 단어 앞에 완벽하게 자유로운 이가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말과 문자의 틈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난다. 그중 해소되지 못한 사소한 어긋남이 시간과 권태를 먹고 사람들의 입에서 무성한 오해로 자라난다. 그저 덜 자란 어른들의 치…
2021년 6월 현재까지 내게 이직 고민을 상담한 또래 친구가 네 명째다. 내가 이직 경험이 많아 보이나 보다. 회사원 10년 차인 지금 네 번째 회사에 다니는 중이니 이직이 조금 잦긴 했다. “요즘 2030은 역시 끈기가 없군”이라고 보는 분도 계실 수 있고,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취향을 파는 서점’ 같은 말이 유행했다. 서점에서 그냥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을 해준다는 이야기였다. 라이프스타일은 뭘까? 큐레이션은? 답을 내리거나 범위를 정하기 모호한 분야다. 실제로 가 보면 책의 분류를 조금 달리 해 두거나 책의 표지가 잘…
어릴 적부터 여러 우물 파기를 좋아했다. 무엇에든 쉽게 마음이 동하는 성정과 일단 저지르고 보는 추진력의 합작이었다. 하고 싶은 것과 비례해 벌여놓은 일 또한 증식했으니,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었다. 일찍이 쓰기 시작한 일과표는 성년에 이르러 ‘시간관리 내역서’로 자리 잡았다.…
‘매드몬스터’의 ‘내 루돌프’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는 오늘 기준 670만 회를 넘었다. 메이저 음악방송에 나오고 잡지 화보도 찍었다. 그런데 이들은 가상 인물이다. ‘매드몬스터’는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빵송국’으로 내보내는 일종의 드라마다. 최근 203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