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분이 있는 두 변호사가 창업했다. 선물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더니 두 사람의 사무실이 모두 ‘공유오피스’였다. 공유오피스란 목돈 없이 저렴한 임차보증금과 차임을 부담하면서 여러 사용자가 시설을 함께 쓰는 사무실을 말한다. 처음에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닐까’라는 편견을 가졌는…
1989년생인 나는 아직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의 멋진 구간은 다 살아본 1957년생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였어?”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아직 안 왔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엔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하는 척’이라는 말은 대개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된다. 이 때문에 비슷한 표현을 들은 날은 모멸감에 밤새 잠을 못 이루곤 했다. ‘척’을 한다는 것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척하는 것이고 이는 부끄러워해 마땅한 일로 여겨졌다. 어느 날 한 광고를 보았다. 다양한 이들이 마케팅…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권지안(예명 솔비) 작가가 만든 케이크가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플레이도’를 표절한 것인지가 주제였다. 케이크 논란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그녀가 원저작자를 표시하지 않아 불거졌는데, 그녀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작가로서 무게감과 책임감을…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엔 ‘부모님 은혜의 시기’란 말이 나온다. ‘자식이 부모에게 복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부모를 걱정할 만큼의 나이는 들지 않은 그 짧은 시기.’ 올해 서른셋이 된 나는 책에 밑줄을 그으며 ‘지금 이 행복을 오래 누…
질문하기를 좋아한다. 같은 질문에 대해 각기 다른 답변들을 듣고 있으면, 사고가 확장되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은 더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마주 앉은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호감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덤이다. 취미, 장래희망부터 취향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하지만 최근 그 목…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이는 왜 죽었나?’편을 시청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날 어린이집에서 보였던 행동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생후 11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데, 내 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큰 소리로 울거나 웃는 등 즉각적인 의사 표시를 한다. 모든 걸 포기한 …
나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높은 곳으로, 멋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쪽으로 가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 애쓰고, 사교 활동에 열을 올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간 그런 노력을 하면서 느낀 건, 결국 사람들 마음의 종착역은 ‘내가 솔직해질 수 있는 곳’…
따분한 금요일 오후였다. 바람이나 쐬고 올까 싶어 KTX 예매 창을 띄웠다가 문득 부산에 있는 친구 J가 떠올랐다. “주말에 뭐 함?” “이번 주말? 뭐 없음.” “나 부산 갈까?” 당장 다음 날이었지만 ‘놀 궁리’에 불가능이란 없는 법. 교통과 숙박을 예약하고 근처 ‘힙 플레이스’들…
인간은 기계가 아니므로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하면 에너지가 고갈된다. 체력적인 고갈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고갈일 수도 있는데, 대개 ‘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겪는다.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겪게 …
무엇이든 일이 되면 재미없는 걸까? 영상편집이 즐거워 PD가 되었지만 일주일에 2개씩 영상을 찍어 내다 보니 스스로가 기계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재밌는 건 섬네일을 만드는 순간인데 섬네일이란 영상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혹할 만한 문구의 조합이다. 주로 디자이너가 만들지만 예산이 부족해 …
은퇴를 앞둔 아빠가 캠핑카를 사셨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타봤자 몇 번이나 타시겠냐, 그 돈으로 차라리 호텔 순회를 하시는 게 낫지 않겠냐 반대했지만 한번 정한 마음은 돌릴 수 없었다. 출고일이 다가오자 가족 카톡방에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이름하여 ‘캠핑카 이름 짓기 대회’. 하나…
나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 인터넷을 보면 변호사들이 홈페이지, 블로그에 ‘성공사례’를 골라 올려둔 글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모든 소송에는 필연적으로 승소가 있으면 패소도 있다. 그러니 승소한 변호사만큼 패소한 변호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하…
살면서 많은 것들이 사랑받다가 이내 조롱받는 풍경을 보았다. 첫째는 학창 시절 인터넷을 뒤흔든 인터넷 소설. 마지막 회를 볼 땐 너무 많이 울어서 탈진할 뻔했다. 글로 사람을 이렇게나 울릴 수 있다니. 하지만 몇 년 뒤 사람들은 인터넷 소설을 경시하기 시작했고, 유명 작품으로 작가가 …
언제부턴가 또래들 사이 가장 힙한 문화는 단연 ‘달리기’였다. 관련 인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도배했고 서점에는 달리기를 찬양하는 책들이 넘쳐났다. 마치 ‘러닝’이라는 신흥 종교가 생긴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여가에 제약이 생긴 것과 더불어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흐름이 반영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