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병아리 기자 시절인 1990년대 초 일이다. 프로야구단에 매니저란 직책이 있었다. 프런트와 그라운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직원. 일본에서 잘못 건너온 영어 표현이었다. 감독은 이 매니저를 주전자 당번쯤으로 여겨 온갖 심부름을 시켰다. 감독은 자신보다 젊은 단장이라면 부하 직원 다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년 전 프로야구 정규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낙관하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눈여겨본 언론은 전무했다. 8개 구단이 팀당 133경기씩 총 532경기를 치르는 체제에선 전 경기가 매진되는 기적이 일어나야 1050만6100명의 관중 동…
제갈공명은 야사(野史)인 삼국지연의가 탄생시킨 최고의 영웅이다. 교과서 논쟁이 한창인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나관중이 조작한 대표적인 역사 왜곡 사례다. 공명은 비와 바람을 뜻대로 움직였다. 적벽에선 조조의 백만 대군을 수장시켰다. 죽어선 산 사마중달을 쫓아냈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덕만…
김성근(74·프로야구 한화 감독)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이도 드물다. 4년 만에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올해엔 찬사와 비난이 더욱 엇갈렸다. 야신과 마리한화가 앞면이라면 한화고와 북한화는 뒷면이다. ▷초기 김성근 신화의 탄생은 필자를 비롯한 언론이 주도했다. 재일교포 2세, 히라…
강정호(피츠버그)를 시즌 아웃시킨 크리스 코글린(시카고 컵스)은 사과를 했지만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코글린은 “강정호가 다친 건 나도 싫다. 누구도 사람을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는다. 나는 룰 안에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강정호도 “코글린은…
스포츠에도 이데올로기가 있다. 골프는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인기가 곧 돈이다. 남자와 여자는 상금이 다르다. 미국은 남자가 약 3배(총상금)에서 5배(우승상금) 많다. 남자 상금은 상위권 편차가 심하다. 1타 차이로 타이거 우즈와 보통 선수가 구별된다. 우즈는 전성기에 상금 1000만…
지난 주말 밤을 꼬박 새웠다. 타이거 우즈 때문이었다. 국내 언론은 주목하지 않은 대회. 우즈는 윈덤챔피언십에 난생 처음 출전했다. 이 대회는 상위 랭커들은 불참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가 다음 주부터 4주간 열리기 때문이다. 상금을 제외하고 우승 보너스만 1000…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중도 사퇴했다. 논란의 쟁점은 삼권분립이다. 국회는 법이 행정부의 시행령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청와대는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포츠계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일을 겪어왔다. …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 대회가 단일 언론사 주최로 가장 오랜 69회를 맞았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프로야구 스타를 배출했고, 올해 유일한 주말리그 왕중왕전으로서 지금 한창 경기가 열리는 중이란 사실을 아는 팬은 또 얼마나 될까. 지난 일요일 …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몇 번이나 일정이 중단됐을까. 매년 비로 30경기는 취소됐을 테니 34년간 약 1000경기? 그러고 보니 야구는 비가 그 어떤 외부 변수보다 강력한 장애물이다. 하지만 이는 질문의 의도를 벗어난 답일 테고…. ‘걸어 다니는 야구 사전’으로 불리는 한국야구위원회(K…
태진아 씨의 도박 사건은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뒤에도 위력을 잃지 않았던, 그래서 음모론으로까지 의심받았던 속보 경쟁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태 씨의 ‘눈물의 기자회견’에 이어 시사저널 USA 대표의 잠적 기사가 마지막이었다. 사건은 발생했지만 결론은 없…
얼마 전 소중한 의견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마추어 고수 12명이 서명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 여성 기준기록 변경 제안서. 이들의 주장은 이랬다. 지난달 15일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에서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한 동호인은 남자 441명, 여자 8명. 남자 44…
내 이름은 골프다. 채널A 카메라 테스트 때 ‘꼴프’라고 발음했다가 혼났다. 그런데 골프채널 보니 버젓이 ‘꼴프’라고 하던 그 골프다. 스포츠를 ‘쓰포츠’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누군가 틈만 나면 시비를 걸어온다. 이래봬도 나는 대한체육회 정회원이다. …
마라톤 운영을 직접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42.195km 풀코스를 달리는 일반 참가자의 완주율은 얼마나 될까. 인간 한계에 맞서는데 기껏해야 절반 정도? 아니다. 15일 끝난 서울국제마라톤에선 87.3%가 완주 메달을 받았다. 지난해 신설돼 인기가 급상승한 서울챌린지 10K…
축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원초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몸싸움이 허용된다. 규칙이 단순하다. 스피디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축구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윗마을과 아랫마을 사람들이 제한 없이 우르르 몰려나와 한나절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