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천재’에서 서울구치소의 ‘최고령 수감자’로 전락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보수의 약점은 집요함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그의 충성심은 이 집요함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완패하는 데 일조한…
이 글엔 스포일러가 있다. 2014년 8월 펴낸 김진명 소설 ‘싸드’의 주요 내용이다. 작가는 이런 질문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하룻밤 자고 나면 미국에는 적자가, 중국에는 흑자가 쌓인다. 미국은 돈을 찍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힘이 없어진 달러는 미국의 퇴조를 점점 가속화한다. 이대…
굳이 이제 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얘기를 꺼내긴 싫었다. 정치에 발끝을 살짝 대 보더니 너무 차갑다며 떠난 그다. 하지만 그의 실패를 복기하는 건 의미가 있다. 한국 정치가 왜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는 “불모(不毛)의 흥분 상태”(박상훈의 책 ‘정치의 발견’ 중 인용)에서 벗…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상 중엔 반석평이란 인물이 있다. 노비의 자식이었지만 글공부에 재주를 보이자 재상을 지낸 주인은 반석평을 아들 없는 부자인 반서린의 양자로 보냈다. 신분을 세탁한 반석평은 1507년 과거에 급제한 뒤 정2품 벼슬, 지금으로 따지면 장관급까지 오른다. 시골 …
라디오 방송 ‘컬투쇼’에 나온 사연이다. 손자가 할머니에게 끝말잇기 게임을 하자고 했다. 손자의 첫 단어는 경포대. 그러자 할머니는 “대갈빡”이라고 했다. “할머니 그런 말 쓰면 안돼. 다시 해.” 옆에 있던 엄마가 “할머니는 사투리밖에 모르니 어쩔 수 없다”고 타일렀다. 아이는 이…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 정치는 암흑기였다. 늘 불길한 예상 그대로였다. 그나마 신선한 충격이 있었다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덕분이었다. 2014년 7·30 재·보궐선거, 올해 4·13 총선의 주인공은 단연 이정현이었다. 1988년 소선구제 도입 이후 사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전남에 보…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여기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나왔다. 진화생물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법칙을 이렇게 발전시켰다. “흔히 성공의 이유를 한 요소에서 찾으려 …
보수 진영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대선 출마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은 긍정의 의미가 담긴 외교적 언사의 전형이다. 보는 이들은 답답할 것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 어쩌면 마지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정치 이벤트 주간’을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11일 내년 대선을 책임진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만났다. 12일엔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했다. 15일엔 역대 대통령들이 국정 화두를 던져온 광복…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오로지 청와대를 조깅장으로 활용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에게도 국정 철학과 소신이 있었다. 2년 7개월간 YS 정부에서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여준의 책 ‘진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YS는 재…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세자가 성인이 되었으니 보위를 물려줄 때가 됐다”며 선위(禪位·임금의 자리를 물려줌)를 선언한다. 눈치를 살피던 신하들은 극구 만류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도세자도 선위를 거둬달라며 머리를 조아린다. 결국 영조는 대리청정(세자나 세제가 왕 대신 정사를 돌보는…
정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A 씨는 반기문(KM)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행보를 두고 “모처럼 깔끔한 정무 기획을 봤다”고 극찬했다. KM의 첫 메시지부터 압권이었단다.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면서 KM은 한마디를 더 보탰다. “지역구가 뭐가 중…
새누리당의 선택은 정진석이었다. 4·13총선 민심의 쓰나미를 맞고 난파된 새누리당의 첫 선택치고는 너무 평이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용 히든카드’인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그가 걸어온 길은 쇄신과는 거리가 있다. 충청지역당으로 불린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필자는 지난달 25일 한국정당학회가 주최한 ‘20대 총선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여권은 김무성 대표의 ‘옥새 전쟁’으로 파국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자연히 토론회의 관심은 여권의 공천 내전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모아졌다. 한 토론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