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박 대통령은 10일 대구를 찾았다. 청와대는 경제 행보라고 주장하지만 눈에 띄는 경제 메시지는 없었다.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대놓고 정치 행보를 한 것도 아니다. 진박(진짜 친박)의 ‘진’자도 꺼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재정은 파탄 났다. 그때 등장한 게 공명첩(空名帖)이다. 받는 사람의 이름을 적지 않은 백지 임명장을 국가가 돈을 받고 팔았다. 이를 사면 각종 노역이나 군역을 면제받고 양반이 될 수도 있었다. 신분 상승을 위한 ‘조선판 사다리’였다. 폐단은 당장 나타났다. 위·…
1월 국회에서 벌어진 최대 해프닝은 ‘지옥회의 오보 사건’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5일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8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보세요?” 정 의장은 “진짜 모르겠다. GOK”라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서둘러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데드라인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마음이 조급했다. 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김정훈…
9월 초 새누리당 A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안 의원의 얼굴이 어찌나 밝던지 A 의원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안 의원은 진지하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정치를 조금 해보니 이제 감(感)을 잡았습니다.” ‘정치 속성 과외’를 끝낸 안…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서거를 접한 박근혜 대통령의 심경은 복잡다단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독재자의 딸’도 모자라 ‘칠푼이’(칠삭둥이와 같은 말로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라고 독설을 퍼부은 YS였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을 단 한 번도 청와대…
소설 ‘오베라는 남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모든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남자가 되고 싶은지를 선택할 때가 온다.’ 선택에는 필연적으로 괴로움이 따른다. 결과에 대한 책임과 포기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걸 극복할 때 비로소 남자(또는 어른)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도자의…
철학자 강신주는 책 ‘감정수업’에서 “사랑 자체가 일종의 배신행위”라며 도발적 화두를 던졌다. 가족 구성원으로 존재하다가 낯선 이성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그리하여 기존에 속한 무리를 부정하도록 만드는 사랑이란 감정은 결국 배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마저 배신…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고 했다. 우연한 사건이 엄청난 쓰나미(지진해일)를 몰고 오는 정치권에선 그렇기에 ‘나비의 날갯짓’을 눈여겨봐야 한다. 2011년 홍준표 대표 체제를 5개월 만에 무너뜨린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해킹’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홍 대표가 임명한…
지난해 7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맞붙은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청와대는 서 최고위원이 이길 거라고 믿었다(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경선 직전 대통령정무비서관실은 서 최고위원이 밀린다고 보고했지만 ‘위’에서는 좀처럼 믿지 않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경선장을 찾…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는 김학수 화백이 그린 ‘능행도’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조선시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수원으로 행차할 때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수백 명에 이르는 수행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 대작이다. 여기에 개가 7마리 그려져 있다고 한다. 이 개를 모두 찾으면 청…
△아빠: 넌 내가 정해 주는 여자랑 결혼해라. △아들: 싫어요! △아빠: 그 여자는 빌 게이츠의 딸이란다. △아들: 그럼 좋아요. 아빠가 빌 게이츠를 찾아갔다. △아빠: 당신 딸과 내 아들을 결혼시킵시다. △게이츠: 싫소! △아빠: 내 아들은 월드뱅크 CEO요. △게이츠: 그럼 좋…
‘미켈란젤로는 71세에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렸고, 괴테는 평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81세에 완성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청와대 집무실 책상에는 영어로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2013년 비서실장을 맡을 때 그의 나이 74세였다. 김 전 실장은 시스티나 성당 벽…
‘PP’(프레지던트 박근혜의 약자)와 ‘무대’(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별명)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의 정치 언어를 이해 못한다. 외골수 PP가 ‘원칙’을 얘기하면 협상론자 무대는 ‘변칙’으로 화답한다. 각자의 정치적 멘토인 박정희와 김영삼만큼 좀처럼 …
한국 정치가 드디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할 상태에 이르렀다. 그 시작은 이랬다. 4·29 재·보궐선거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혜 사면’을 정면 비판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이 (성완종 게이트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