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판 업무는 여러모로 재미있다. 문학을 대하는 재미도 그중 하나다. 출판시장 뉴스나 문학 블로그를 규칙적으로 보는 것도 흥미롭다. 새로운 트렌드나 분석할 통계가 많아 책을 주제로 사람들과 끝없이 대화할 수도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약간 괴짜다. 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관찰하고…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사우나대회가 있었다. 대회 장소는 핀란드다. 프랑스 소설을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책 제목은 ‘열’이다. 사우나대회의 규칙은 복잡하지 않다. 고온 사우나 안에서 가장 오랫동안 버티는 경쟁자가 이긴다. 생각해 보니 웃기면서도 끔찍한 대회인 것 같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휴가를 내 베트남을 여행했다. 호찌민, 후에, 하노이, 사파 등 어디나 한국인 관광객이 꽤 있는 걸 보니 한국인이 연휴를 가족끼리 해외에서 보내는 게 유행인 것을 깨달았다. 나도 8년 전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며칠간 캄보디아 유적지 앙코르와트를 관광한 적이 있는데 …
휴가철이 끝나고 가을의 초입에 들어가면서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베스트셀러를 둘러싼 얘기다. 가장 오래된 사례를 찾아보려면 생각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베스트셀러’란 말 자체가 19세기 말에 처음 쓰였다. 그렇지만 상당한 인기를 얻은 책으로 정의한다면 ‘인기 도서’는 19…
여름 휴가철이라 책 얘기를 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면 독자 반응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그럴 때 출판사 대부분은 실망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해외 문학을 적극적으로, 많이 내는 편인 한국 출판사들은 외서를 기획할…
지난달 한국을 여행하는 중이던 프랑스 만화가 알프레드와 서울에서 보기로 했다. 시내를 잘 모르는 외국인과 약속할 때는 찾기가 쉬운 장소에서 만나야 해서 시청 앞에 있는 서울도서관 정문 계단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날 시청 앞에서 축제가 열리는 줄 몰랐는데 먼저 도착해서 보니 혼란스러웠다…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테니스광이다. 공 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한테 배웠다. 첫 라켓을 들게 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시작해 ‘테니스 바이러스’에 일찍 걸렸다. 학창 시절 내내 규칙적으로 쳤고, 특히 사춘기 몇 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씩 테니스클럽에서 열심…
얼마 전 어린이날 오랜만에 전주국제영화제(JIFF)에 갔다. 영화 상영을 하지 않을 땐 햇볕 아래서 산책을 하며 자유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는 영화와 더불어 전주 시내의 매력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 ‘한국식 영화제’는 내게 특별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식이라고…
어렸을 때 국기를 무척 좋아했다. 이웃나라와 먼 나라들의 국기였다. 여덟아홉 살 때에는 세계 지도책을 살펴보면서 온갖 국가 이름과 해당 국기들을 암기했었다. 나는 멋있는 단풍잎 기를 가진 캐나다에서 태어난 것이 여간 자랑스럽지 않았다. 내가 자란 벨기에의 국기는 색깔(검정 노랑 빨…
‘안 되면 되게 하라.’ 이 말을 처음 들은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 친구 문수가 군대 얘기를 하다가 이 말을 가르쳐 줬다. (문수야, 연락 너무 안 해서 미안해. 곧 방문할게, 약속한다.) 군대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고 했다. 이를 듣…
지난달 유럽에 다녀왔다. 두 달 전 태어난 여덟 번째 조카 카미유를 보고 싶었다. 계속 늘고 있는 우리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에 친한 친구의 마흔 살 생일파티에도 들렀다. 고향에 돌아갈 때마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동창들로부터 한국과 한국 생활에 대한 여러 질문을 늘 받는다. 솔직히…
장명희 한옥문화원장이 ‘한옥에 살다’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옥에 살다’는 현대 인들의 주거 공간 속에서 한옥을 어떻게 활 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한옥의 미래 가치 를 재발견하는 코너입니다. 연세대 대학원에 서 주거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은 장 원장은 1999년 한옥문화원 설립…
내 업무 중 하나는 해외 문학 뉴스를 보는 것이다. 쓰고 있는 RSS피드(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통해 많은 외국 언론과 문학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는데, 매일 수백 개의 새로운 기사나 포스트가 들어온다. 일반 뉴스와 마찬가지로 문학 관련 뉴스도 휴일도 없이 계속 나온다. 매일매일 열심히…
10년 전 이맘때 나는 벨기에 친구 두 명의 내한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한국에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고 벨기에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기대가 큰 만큼 가슴이 설렜다. 그 두 친한 친구한테 내가 새롭게 정착한 나라를 제대로, 좋은 모습으로 소개하고 싶었다. 다…
한국에 살러 오기 전엔 ‘음악 없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음악광’인 우리 아버지 덕에 영미권 팝록과 포크록(비틀스, 밥 딜런, 사이먼&가펑클 등)을 들으며 자랐다. 나는 아버지의 상당한 음반 컬렉션 속의 LP들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음악에 대한 내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