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중국과 홍콩에서 폐렴과 비슷한 괴질이 돈다는 소문이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해 3월 이 괴질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건 국무총리는 사스 환자를 치료하던 홍콩 의사가 숨졌다는 보도를 보고 이 사안을 직접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을 “나라 망칠 법”이라고 했다. 이 법의 정확한 명칭은 2012년 개정 국회법이다. 하지만 이 법에는 ‘국회후진화법’ ‘국회식물화법’ 등과 같은 별칭이 붙었을 만큼 악명이 높다. 주 의원은 4개월 전 당내 국회법 정상화 TF 위원장 자격으로 헌법…
국무총리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 중 한 명인 이명재 민정특보는 오래전에 고사했다. 고사 이유는 “법조인이나 대구 경북 출신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가 겹치는 자신은 총리가 돼선 안 된다는 소신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막판까지 남은 법조인 5명 중 황교안 …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수사는 잘 풀렸다. 검찰이 끈질긴 수사 끝에 돈을 건넨 시점과 장소를 특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 지사의 경우는 전달자가 일관된 진술을 해서 혐의를 확인하기가 더 편했다. 그러나 앞으로 수사는 첩첩산중이다. …
1994년 8월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 검사에게 SBS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찾아왔다. ‘6공 황태자’라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이 연루된 슬롯머신 사건을 소재로 드라마를 제작해 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홍 검사는 이들의 제의를 두어 차례 거절하다 협조하라는 검찰 간부의 말을 듣…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바로 그날 한나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사면법 개정안이 정부로 넘어왔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이 법안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해야만 했다. …
2007년 12월 28일 저녁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만찬을 함께했다. 이 당선자가 “5년이 어떻게 지나갔느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5년이 좀 길게 느껴졌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주로 얘기를 했던 이날 만찬에 세간의 관심이 다시 쏠렸다. 성완종 경남그룹…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강력한 정치쇄신을 공약했다. 정치쇄신은 선거운동 때 최고의 기치 중 하나였다. 2003∼2004년의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를 주도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해 기대치를 높였다. 그…
역시 수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대형비리 수사를 하다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이다. 특별수사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현금 7억 원을 …
최근 검찰이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사정(司正)수사는 ‘기획사정’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을 순방 중이던 지난달 6일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선 전국 검사장 간담회가 열렸다.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사회지도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