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때 온양(溫陽)의 17세 된 교생(校生)이 어머니와 함께 적에게 사로잡혔다. 어머니는 늙어서 못 걸으시니 부디 놓아 달라고 교생이 애걸하였으나 오랑캐는 들어주지 않고 끌고 갔다. 교생이 살펴보니 포로는 수백 명이나 되는데 오랑캐 기병은 100여 명 사이에 겨우 하나씩 있고, …
산속으로의 피서를 어찌 마음 두지 않으랴만 세상사에 파묻혀서 벼슬 버리기가 어려워라 山中避暑豈無心紅塵汨沒難抽簪 (산중피서기무심 홍진골몰난추잠) ―이색, ‘목은집(牧隱集)’ 어떤 승려가 불교의 성지인 중국 오대산(五臺山)을 유람하며 많은 시도 지어 책으로 엮었다. 이 시집에 고려 …
쥐가 곡식을 축내기에 덫을 놓았더니 바로 걸려들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자 잡히는 쥐가 없었다. 쥐란 놈이 알아차렸구나 생각하여 덫을 옮겨 놓으라고 하였다. 덫을 몇 발자국 옮겼더니 쥐가 또다시 걸려들었다. 이를 보고 내가 말하였다. “똑같은 덫인데도 저쪽에 있을 때는 알아차리더니 이쪽…
《나라가 보존되느냐 망하느냐는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는지 모이는지에 달려 있다. 國之所以存亡 係乎人心之離合 국지소이존망 계호인심지이합 ― 정범조(丁範祖)의 ‘해좌집(海左集)’》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현대의 국가들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지만 과거 봉건사회에서는 왕이 나라의 주인이었다. 하…
내가 병이 들어 의원을 불러 치료하였다. 어느 날 치료를 마친 의원이 낚시를 간다기에 내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낚시를 하십니까?” 의원이 답하였다. “낚시에는 이로운 점이 참 많습니다.” “무슨 이로운 점이 있는데요?” “낚시를 하여 물고기를 잡으니 이롭지요. 게다가 종일토록 입을…
《같은 무리이면 나쁜 점은 가려주고 잘한 것만 치켜세우며 다른 무리이면 아주 작은 흠결이라도 애써서 찾아낸다 同類則掩惡揚善 異類則吹毛覓 (동류즉엄악양선 이류즉취모멱자) ― 최한기 ‘인정(仁政)’》 조선 후기의 학자 최한기의 150여 년 전 기록인데,…
옛날에 조관(趙官)이란 자가 있었는데, 성품이 조급하고 포악하였다. 그가 수령으로 있을 때 화가 나면 시중드는 사람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는 또 곧바로 후회하였다. 그래서 어느 날 판자(板子)에 이것을 경계하는 글을 써 놓고 시중드는 사람에게 “내가 노기(怒氣)가 폭발할 때는 이 경계…
《농사가 끝내 병이 든다면 또한 산천 신들의 부끄러움이니 바로 지금 사방 천 리에 시원스레 비가 쏟아지게 하소서 稼穡卒痒亦神之恥윣其今兮켚方千里 (가색졸양 역신지치 태기금혜 패방천리) ―조경 ‘용주유고(龍洲遺稿)’》 댐이나 저수지 등 수리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농사의 풍흉을 …
계묘년(1903년) 겨울에 도둑 떼가 크게 일어나 해를 넘기면서 더욱 극성을 부렸다. 떼를 지어 마을에 들어와서는 대낮에 불을 지르고 재물을 약탈하는가 하면, 한두 놈이 기회를 틈타 쳐들어 와서 재물을 빼앗아 가기도 하였지만, 누구도 감히 항변하지 못했다. 한번은 도둑 떼가 칼을…
비뚤어진 나무는 항상 불행하지만 비뚤어진 사람은 항상 행복해한다 木之曲者常不幸而人之曲者常幸也 목지곡자상불행 이인지곡자상행야 ―장유 ‘계곡집(谿谷集)’ 어떤 이가 집을 지을 재목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갔다. 곧게 잘 뻗은 나무가 필요했으나 모두 구부러지고 비틀어져 용도에 맞지…
부인은 희천(熙川) 지방의 농사꾼이다. 시집온 지 5년 만에 남편이 죽고, 두 살 난 유복자만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시아버지가 다툼 끝에 이웃사람에게 찔려 죽었다. 그런데 부인은 관가에 고발하지 않고 조용히 시체를 거두어 장사 지냈다. 그 뒤로 2년이 지나도록 시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새로 정사를 펼치는 처음에 가장 먼저 힘써야 하는 것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것입니다 新政之初所當先務者在3民 (신정지초 소당선무자 재휼민) ―중종실록 연산군은 온갖 학정과 난잡한 짓을 일삼다 왕위에서 쫓겨났고,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중종은 왕위에 오른 첫날부터 전왕이 저질렀던 폐…
내가 서울에 갔을 때 시장에서 어떤 그릇을 보았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평평하며 속은 비었고 꼭대기에 일(一) 자 형태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못 보던 것이라 마부에게 “이것이 무슨 그릇이냐” 하고 물으니 “벙어리입니다. 입은 있으면서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
《덕이 없으면서도 명예를 탐하고 이롭게 여겨 억지로 스승이 되는 것은 망령된 것이다 無其德而貪名樂利 强爲人師者 妄也 (무기덕이탐명락리 강위인사자 망야) -이서, ‘홍도유고(弘道遺稿)’》 스승이란 어떤 사람인가. 조선 후기의 학자 이서(李서)는 ‘자신의 도를 미루…
영상(領相) 상진(尙震)이 말하기를 “어찌 차마 살아 있는 짐승을 보면서 잡아먹을 것을 생각하랴” 하였으니, 이 말에서 마땅히 경계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비록 닭이나 개 같은 미물이라 해도,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간혹, 저것은 고기 맛이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또는 삶아 먹어야 한다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