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일개 하찮은 짐승인데 형세를 의지하고 있으니 고양이가 이를 쫓아내지 못하는구나 夫鼠乃一卑汚之物而托得其勢猫不能去之 (부서내일비오지물 이탁득기세 묘불능거지) ―김중청 ‘구전집(苟全集)’》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중청이 벼슬에서 물러난 뒤, 시골에 작은 집을 하나 빌려 살았다. …
아버지가 후처에게 빠져 전처의 아들을 학대하자, 전처의 아들은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30년이 흘러 부모가 다 돌아가셨을 때 전처의 아들이라며 어떤 중이 나타났다. 옛날 일을 상세히 말하니 사람들이 모두 믿었고, 아내와도 다시 결합했다. 후처가 낳은 두 아들 내외가 사실인지 의심…
《의리에 맞는가는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이익과 공적만을 생각한다면 분명 소인이다. 不顧義理之得失而一以謀利計功爲心者必小人也 (불고의리지득실 이일이모리계공위심자 필소인야) - 정개청의 ‘우득록(愚得錄)’》 전통사회에서는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로 군자와 소인이라는 표현을 …
개구리가 뛰어가고 뱀이 그 뒤를 쫓고 있었다. 개구리는 빠르고 뱀은 느릿느릿하기 때문에 형세로 보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개구리는 처음에는 거의 한 길씩 되게 뛰다가도 잠시 뒤에는 문득 서버리곤 하였다. 그 때문에 뱀이 곧바로 따라잡아서 개구리를 물었다. 이것을 보고 …
《임금이 비추어 살펴볼 것은 거울에 있지 않고 옛일에 있다. 人君之鑑不在於鏡而在於古(인군지감 부재어경이재어고) -유경심 ‘구촌집(龜村集)’》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에게 어떤 사람이 거울을 하나 바쳤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고 뒤쪽에는 용이 새겨져 있었다. 당 현종은 수심경(水…
떠돌아다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왔다. 타고나길 도둑질을 잘하는 데다 마침 잡아먹을 쥐도 많지 않아 늘 배가 고프다 보니 조금만 단속을 소홀히 해도 밥상에 차려 놓은 음식까지 훔쳐 먹었다. 사람들이 몹시 미워해서 잡아 죽이려 하면 또 도망치기도 잘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어리석은 이를 폐하고 밝은 이를 세우는 것은 고금에 통용되는 의리이다 廢昏立明 古今通義 (폐혼입명 고금통의) ―‘중종실록’》 조선왕조 500년 동안 27명의 임금이 있었는데, 이 중 2명이 반정(反正)을 통해 왕위에서 쫓겨났다. 쫓겨난 이들은 전임 왕으로서의 지위도 모두 상실하여 호…
인정상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원래 누구든지 마음을 모질게 먹고 도리를 어겨가면서 본성과 어긋나게 행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다면 여기에는 남들이 모르는 깊은 사정과 숨은 뜻이 있음이 분명하다.(事之大不近於人情者, 自非忍心逆理拂人之性. 然…
보는 것은 항상 적고 보지 못하는 것은 항상 많으며, 아는 것은 항상 적고 알지 못하는 것은 항상 많다. 其見者常少而不見者常多其知者常少而不知者常多 (기견자상소이불견자상다 기지자상소이부지자상다) ― 조임도의 ‘간송집(澗松集)’ 사람들이 인물을 평가할 때에는 많이 드러나 알려진 사람을…
이(李) 씨는 부유한 상인의 아내로 몹시 예뻤다. 동업하던 남자가 이 씨를 좋아하여 그 남편을 여행길에서 죽였다. 장례를 잘 치러 주고 돌아와 이 씨에게 남편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속이고 남편의 재물을 모두 돌려주었는데 하나도 빼돌린 것이 없었다. 이 씨가 상기(喪期)를 마치자 그는 …
해는 저물고 갈 길이 멀면 마땅히 그 걸음을 멈추어야 한다 日暮塗遠宜息其行(일모도원 의식기행) ―김부식의 ‘걸치사표(乞致仕表)’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의 재상이었던 오자서(伍子胥)는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미 죽은 초(楚)나라 평왕(平王)의 묘를 파헤쳐 시신에 매질을…
유(兪) 노인이 질병으로 강화(江華) 윤여화(尹汝化)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70세였고 자식은 없었다. 나는 빈 땅을 주어 그를 묻게 하고 묘지(墓誌)도 지었는데, 자(字)는 있지만 이름도 족보도 호적도 없어 마음이 아팠다. 노인은 홀몸으로 떠돌다 중년에 윤여화의 집에 얹혀산 …
나라엔 은택이 크고, 전원엔 흥취가 깊어라 邦國恩光大田園興味深 (방국은광대 전원흥미심) -유희춘의 ‘미암집(眉巖集)’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봄은 따뜻한 바람이 불고 붉고 노란 꽃이 피는 때이지만, 절기상으론 입춘(立春)이 봄의 시작이다. 양력 2월 4일경인 입춘은 아직 대한(大寒)…
마음을 기르는 것과 비슷한 예를 찾아본다면 아마도 싹을 기르는 것이리라. 종자도 똑같고 씨 뿌리는 시기도 같은데, 자라난 것을 보면 좋고 나쁨이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의 노력이 지극하지 못해서다. 밭을 깊게 가는 것은 뿌리가 깊이 내려 바람이나 가뭄에 견딜 수 있게 하고자 함이요, 김…
뉘우칠 줄을 모르면 잘못인 줄을 모르고 잘못인 줄을 모르면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이 생긴다 夫不知悔則不知非不知非則便生自足之心 (부부지회즉부지비 부지비즉편생자족지심) -김윤식의 ‘운양집(雲養集)’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 형편상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고, 모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