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어떤 중이 탁발(托鉢)을 하다 함경도 지방에 들어갔다. 그곳 사람들은 귀하거나 천하거나 모두 노끈으로 엮어 만든 갓에 개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중이 처음에는 양반에게 절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똑같이 대했는데 누구도 그를 꾸짖지 않았다. 어떤 모임을 지나는데, 옷차림이 …
뜻을 세웠더라도 과감하게 행하지 않는다면 또한 성과를 이룰 수 없다 志雖立若無勇亦不得力 (지수립 약무용 역부득력) ―노경임의 ‘경암집(敬菴集)’ 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뜻을 세워야 한다. 뜻을 세워야 나아갈 방향이 정해져 조금이라도 진도를 나갈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뜻을…
나의 벗 모(某)가 누명을 쓰고 고을 수령에게 미움을 사 옥에 갇혔다. 그의 지친(至親)이 그를 구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벗은 평소 내가 믿고 존경하던 사람으로, 문장을 지을 때면 늘 조언을 구하곤 하던 사이인데, 그가 나에게 말을 전해 왔다. “나는 지병이 있는 몸으로 …
맨 정신에 취한 사람을 보면 이전에 나의 취한 모습을 남들이 비웃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醒而見醉者知有人笑我之醉者 (성이견취자 지유인소아지취자) ―남공철, ‘금릉집(金陵集)’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술이다. 좋은 일이 생겨도 찾고, 나쁜 일…
서울의 오천(梧泉) 이씨(李氏)는 대대로 부자였으나 증손, 현손 대에 이르러 가산을 다 탕진하고 알거지가 되자 그 집을 홍씨(洪氏)에게 팔았다. 집을 산 홍씨는 대청의 기둥 하나가 기울어져 무너지려는 것을 보고 수리를 하였다. 그런데 수리하다 보니 그 안에서 은(銀) 3000냥이 나왔…
지향하는 바가 바르지 못하면 재주가 비록 많다 하더라도 문란한 짓을 돕기에 적당할 뿐이다 추向旣不正 才藝雖多 適足以助爲亂 (추향기부정 재예수다 적족이조위란) ―최한기 ‘기측체의(氣測體義)’ 마음이 바른 사람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있다. 일을 맡길 때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회…
노극청(盧克淸)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벼슬은 미관말직인 직장동정(直長同正)에 이르렀을 뿐이다. 가난하여 집을 팔려다가 미처 팔지 못하고 마침 일이 생겨서 지방에 갔는데, 그동안에 그의 아내가 낭중(郎中)인 현덕수(玄德秀)에게 은(銀) 12근(斤)을 받고 집을 팔았다. 노…
임금은 백성에게서 힘을 빌려 존귀하고 부유한 것이며 신하는 임금에게서 권세를 빌려 영예롭고 귀해진 것이다 君借力於民以尊富 臣借勢於君以寵貴 (군차력어민이존부 신차세어군이총귀) ―이곡, ‘가정집(稼亭集)’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임금 또는 통치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현…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보다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내 친구 이생(李生)이 글쓰기를 좋아하여 어떤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 붓을 얻었는데, 터럭이 빼어나게 가늘고 번질번질 윤기가 흘러 기가 막히게 좋은 붓이라 여겼다. 그런데 붓을 한번 털어 보니 조금 이상했다. 먹을 적…
사람마다 그냥 죽기만 하면 누구를 의지하여 국권을 회복하겠는가 人人徒死 賴誰興復(인인도사 뢰수흥복) ―최익현의 ‘면암집(勉菴集)’ 1910년 일제의 강압에 주권을 빼앗기면서 우리 근대 역사의 가장 큰 비극을 맞았다. 그러나 실질적인 자주권의 상실은 그보다 5년 전인 1905…
집에 퇴락한 행랑채 세 칸이 있는데, 오래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아 부득이 모두 수리하게 되었다. 그중 두 칸은 오래전에 장맛비가 새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어물어물하다 미처 수리하지 못하였고, 다른 한 칸은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기와를 갈게 했다. 수리하다…
한 자리라도 제대로 된 자리에 머문다면 온 사방의 표준이 될 것이며, 백년이라도 제대로 된 자리에 머문다면 만세의 표준이 될 것이다 一席得其所止 四海以之爲準 百年得其所止 萬世以之爲準 (일석득기소지 사해이지위준 백년득기소지 만세이지위준) ―전우, ‘간재집(艮齋集)’ 사람이 …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늘 읽어야 할 책을, 계절을 따로 정해서 읽으라는 게 좀 우습긴 합니다만, 워낙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니 가을에라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정한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필독서 목록을 추천하라면 대부분 ‘논어(論語)’를 첫 번째로 꼽습니…
어찌 매화와 대나무를 사랑한다고 하여 다른 초목들을 모두 버릴 것이며 어찌 피리와 비파 연주를 좋아한다고 하여 다른 악기들의 연주를 모두 멈추게 할 것인가 豈有愛梅竹而欲盡廢群卉 好우瑟而欲盡停衆樂乎 (기유애매죽이욕진폐군훼 호우슬이욕진정중악호) ―성현 ‘허백당집(虛白堂集)’ 글을…
풍헌(風憲) 이 씨가 산속을 가는데 도적 둘이 돈꿰미를 메고 가고 있었다. 풍헌이 물었다. “어디로들 가시오?” “우리는 상인이오.” “무엇을 파시오?” “담배요.” “다 팔았소?” “아직 못 팔았소.” “근데 어째 담배가 아니라 돈을 지고 있소?” 도적이 대답을 못 하였다. 자꾸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