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움직일 수 없는 대신 몸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자신을 공격하는 병충해를 이겨낸다. 인류는 고대시대부터 이 식물이 지니고 있는 화학 성분을 이용해 의약품을 만들어 우리 몸을 치유하는 데 썼다. 가장 강력한 진통제로 알려져 있는 모르핀이 양귀비꽃에서 추출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남도로 가는 길은 늘 설렌다. 좁은 국토라고 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풍경이 달라진다. 산세가 달라져서기도 하지만 식물에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온대기후를 지니고 있지만 다시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중부와 남부, 영동과 영서, 그리고 호남과 호서 등…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나와 가족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도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을 자주 방문하곤 했다. 도시 전체가 마치 셰익스피어가 살던 그 시대에 멈춰진 것처럼 옛 모습 그대로여서 눈으로 보면서도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 믿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이 시간이 멈춘 도시에서 …
‘다문화’라는 단어가 꼭 인종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의 어우러짐만을 뜻하지는 않을 듯하다. 알고 보면 식물들도 자기가 살아온 자생지를 떠나 멀고 먼 곳으로 이동한 후 그곳의 토종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 시골집 마당에서 익숙하게 보는 맨드라미는 인도 인근이 자생…
기억이 난다는 게 거짓말 같지만 내 나이 다섯 살 무렵이다. 내가 그때 살았다는 할머니 집과 주변 풍경에 대한 기억은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있는데, 빨래터 풍경만큼은 거짓말처럼 또렷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빨래터는 실은 마을 우물이 있는 곳이었다. …
1829년의 일이다. 영국의 한 부둣가 실험실에서 너대니얼 워드 박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고사리를 키우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그 시절 영국은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매연으로 식물을 키우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고사리를 키울 방법이 없어지자 곤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방을 연…
최근 다른 의미로 감동적인 두 이야기를 접했다. 하나는 해외에서 열린 남아프리카 사진작가의 기획 사진전이었다. 작가는 수년간 다이아몬드 채굴 광산의 사진을 찍었다. 채굴 터는 지상에서 수 km나 깊이 들어갔는데, 마치 지구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듯 섬뜩했다. 작가는 그 사진의 중…
도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집과 직장을 오갈 뿐이다. 정원을 만들 공간도 없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가꿀 시간이 없으니 정원은 결국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러나 꼭 그럴까? 미국 뉴욕의 빌딩 속에서 한 여성이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햇살만 있으면 실…
몇 달씩 물을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식물이 있다니! 물 주기를 잊어 식물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다육식물(Succulents)의 등장은 신선했다. 그 뜻이 ‘즙을 갖고 있는’인 다육식물은 지구의 사막형 기후에서 자생하는 식물군으로, 대부분 통통한 줄기 속에 성장에 필요한 물을 비축하고…
1987년 영국의 국영 방송 BBC2에서 13편의 시리즈물이 방영되었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텃밭정원’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회양목으로 두른 경계, 자갈을 깐 걸어 다니는 길, 벽돌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나무로 틀을 짠 온실을 기본으로 하는 이 전…
모든 식물은 물, 햇빛, 영양분이라는 3대 조건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 조건을 아주 풍족하게 누리며 성장하는 식물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은 뭔가의 부족으로 힘겨워하고 이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식물이 생존을 하늘에 맡긴 채 수동적으로…
완연한 봄. 내 집에도 작은 정원을 꾸밀 수 있을까? 아파트 베란다나 작은 여유 공간만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 가든디자이너 오경아 대표가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오 대표는 방송작가로 일하다 2005년 영국 에섹스대에서 조경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강원 속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