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평생 해 본 음식이라곤 라면 정도밖에 없는, 자생력 제로의 인간이었다. 그러다 요리학교에 들어갔고 그 과정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해 여름, 어떤 음식도 레시피만 있으면 최소한 먹을 수 있게 조리할 수 있는 기술 보유자가 됐다. 실로 환골탈태의 변신이다. 요리…
얼마 전 주말에 경기 남양주 푸드카로 대학 동아리 친구들을 불러 모임을 치른 적이 있다. 모처럼의 모임에 음식이 빠질 수는 없지. 그들이 평소엔 접하기 힘든, 그러면서 뭔가 모임의 분위기를 파티처럼 왁자지껄 흥이 나게 할 특별한 요리가 없을까. 한 번의 조리로 7, 8명이 먹을 정도가…
폭염을 구실로 주말 장사를 접고 길을 나섰다. 기어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야 말 테다 라는 마음은 절박함에 가까웠다. 그러나 과연 휴가철은 휴가철이다. 뭍에 나온 물고기가 필사적으로 물을 찾듯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불볕을 피해 이렇게 바다로, 바다로 향하나 보…
혼자 일하는 평일보다는 일손이 여럿인 주말이 나는 좋다. 동료들이 주문을 받아주고, 햄버거를 완성하는 동안 나는 오로지 고기 패티를 굽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한 지 4개월쯤 되었으니 어림잡아 2000개의 패티를 구웠지만 여전히 패티를 만족스럽게 굽는 일이 쉽지 않…
정장 입는 남자는 넥타이로 멋을 낸다. 흰색의 와이셔츠, 무채색에 가까운 바지와 상의에서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넥타이뿐이다. 큼직한 고기 패티가 떡하니 중앙에 자리 잡는 햄버거에 넥타이 역할을 하는 것은 소스다. 다른 풍미를 더할 수도 있고 색깔도 붉은색, 노란색, 파…
한강 상류 자전거 길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내가 운영하는 푸드카의 햄버거 매상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경기 남양주시의 자전거 길 옆에서 푸드카를 시작한 지 3개월째. 요즘은 손님들에게 이런 얘기도 듣는다. 올해 초 국내 개봉한 영화 ‘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이제 막 요리사로 발을 뗀, 나 같은 초짜 요리사라면 음식을 담은 접시를 손님에게 전할 때 마치 채점자에게 시험지를 넘기는 학생의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푸드카 요…
최근 몇 년간 거세게 불고 있는 국내 자전거 열풍의 배경에는 서울의 한가운데를 동서로 관통하는 한강 양편의 잘 닦인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빽빽하게 도로를 메운 차들이 매연을 뿜어내고 언덕길이 수도 없이 많은 서울은 결코 자전거 친화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페달을 밟으며 신호등 하나…
짧은 주방 경력에서 만난 몇몇 선배 중 한 명인 박조근(34·나이로는 내가 위다)은 인천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전전했다. 그러다 스물여섯에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직업군을 돌아본 뒤 정식 요리사가 되기로 작정했다. 적지 않은 직…
《 김성규 씨(44)의 글을 연재한다. 김 씨는 싱가포르 요리학교 샤텍 유학 뒤 그곳 리츠칼턴호텔에서 일했다. 그전 14년간은 동아일보 기자였다. 경기 남양주에서 푸드카 ‘쏠트앤페퍼’를 운영 중이다. 》 수제 햄버거 푸드카 요리사의 일상은 뚜껑을 열어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