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해운업계 두 여걸(女傑)’이란 표현이 종종 언론에 등장했다. 국내 해운업계 1, 2위인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과 현대상선 현정은 회장(이하 경칭 생략)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업 부실이 커지면서 두 사람의 경영책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은영과 현정은…
외환위기 한 달 전인 1997년 10월 미국 컨설팅회사 ‘부즈 앨런 앤드 해밀턴’이 한국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은 경제 기적이 끝나고 저임금의 중국과 고기술의 일본이라는 호두가위(넛크래커)에 낀 처지라고 분석한 내용이었다. 놀랄 만한 연구와 제안이 있었지만 실질적 조치는 …
역사에 그늘을 남긴 전체주의자들은 ‘용어 비틀기’를 통한 선동의 힘에 주목했다. 독일 나치스 선전장관 괴벨스는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받지 않는다”며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죄 없는 자를 범죄자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소련의 레닌은 “같은 사안이라도 혁명…
우리 현대사에서 1988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해다. 직선제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이 그해 2월 취임했다. 4월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총재의 3개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탄생했다. 경제에서는 대기업 규제를 축으로 하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모양이다. 얼마 전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 온라인판에 실린 경제평론가 나카하라 게이스케의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나카하라는 ‘정치가 여러분, 경제를 더 공부하세요’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렇게 썼다. “일본 경제를 활성…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의 KBO 리그는 다음 달 1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대장정에 들어간다. 한국 선수들이 대거 진출해 어느 해보다 관심이 높아진 미국 메이저리그는 4월 3일(현지 시간) 개막한다.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도 프로야구는 팬이 가장 많은 ‘국민 스포츠…
국민연금 가입자는 2159만 명을 넘는다. 북한 동포를 제외한 5000만 한국인의 절반에 육박한다. 순자산도 512조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만큼 많은 국민의 직접적 이해가 걸린 제도는 드물다. 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에 노후 경제 문제는 큰 관심사다.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
1997년 외환위기는 많은 한국인에게 아픈 기억을 남겼다. 흔히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불린 경제위기의 주범은 기업의 과잉 부채와 금융권 부실이었다. 임기 후반 무능과 리더십 부재가 두드러졌던 김영삼 대통령 등 집권세력, 대선을 의식한 정략적 계산으로 구조개혁의 발목을 잡은 …
중국에 관심이 많은 지인 J 씨는 몇 년 전 퇴직한 뒤 1년에 한두 차례 중국의 이곳저곳을 다녀온다. 그가 여행길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여행업체 현지 가이드가 반강제로 권하는 ‘북한식당 옵션’이다. 추가비용 부담보다도 그 돈이 가는 곳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북한식당에서 쓰는…
검찰의 농협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몇 달 전 어느 금융계 인사를 만났다. 농협 사정을 잘 아는 그는 관심의 초점이던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사법처리에 회의적이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면 몰라도 최 회장의 수뢰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전…
“50년 만에 한 번 오는 좋은 기회다.” 1999년 3월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 2척이 일본 영해를 침범해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을 때 자위대 간부 출신인 자민당의 나카타니 겐 의원(현 방위상)은 쾌재를 불렀다. 자위대는 괴선박을 추격하면서 1954년 창설 이후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이름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증권담당 기자로 일하던 1992년이었다. 서른세 살 때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갈아 치운 그는 증권가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투자수익률과 주식 약정액이 월등히 높아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렸다. ‘박현주가 …
천호대로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오거리에서 강동구 상일 나들목에 이르는 길이 14.5km의 도로다. 동대문구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등…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타자 에릭 테임즈는 올해 47개의 홈런과 4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한 시즌에 각각 40개 이상의 홈런과 도루를 성공시키는 ‘40-40 클럽’은 호쾌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好打駿足)의 상징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고 140년 넘는 역사를 …
재계 서열 30위 안팎인 A그룹은 얼마 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대한상의 주최 간담회 발언을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를 복사해 간부들에게 나눠 주었다.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경제상황은 ‘졸면 죽는다’가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강조한 내용이었다. A그룹은 기술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 덕…